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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누비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 자전거 타고 싶은 도시
  • 환경과조경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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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 시크』 (미카엘 콜빌레- 
안데르센, 김경주 역, 북노마드, 2014)의 표지

 

 

시크한 라이프스타일의 대명사, 자전거

이 글은 사실 사진 한 장에서 출발했다. 선명한 체크무늬 스타킹을 신은 늘씬한 다리가 클로즈업된 사진 말이다. 자세히 보면 그녀의 굽 높은 샌들은 빨간색 자전거의 페달 위에 올려져 있다. 그녀의 발밑에는 “자전거가 아닌, 자전거를 타는 당신에 관한 이야기”라고 쓰여 있다. 덴마크의 사진작가이자 ‘코펜하게나이즈’라는 디자인컨설팅회사의 CEO인 미카엘 콜빌레-안데르센Mikael Colville-Andersen의 저서 『사이클 시크Cycle Chic』1의 표지 이미지다. 자전거 타기는 친환경적이고 교통 체증을 극복하고 운동 효과가 있고 등등…. 그러나 이 모든 이유보다 우리를 더 매혹시키는 것은 소위 ‘에지’라고 불리는 ‘멋’ 아니겠는가. 자전거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 도시에서 형광색 저지와 일명 쫄바지(사이클링 하의)는 안전한 라이딩을 위한 필수품이겠지만, 선뜻 입고 나서기 주저되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사이클 시크』에 등장하는 수많은 라이더들은 “여정을 위해서가 아니라 목적지에 어울리도록 옷을 입”고 있다. 이 책의 매 페이지는 도시의 다종다양한 사람들이, 히잡을 두른 이슬람 여성이든 양복을 입은 신사이든 짐을 실은 아주머니이든,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에도 비가 오는 여름에도, 세련되고 우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것을 거듭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섹스 인 더 시티’를 보면서 그녀들이 걸어 다니는 뉴욕의 거리와 카페의 브런치를 선망하게 되듯이, 이 책은 ‘이것 봐, 자전거를 타는 이 사람들, 정말 멋지지 않아’라고 속삭이며 자전거의 세계로 유혹하는 듯하다.

한 파리의 유학생은 파리의 공공 자전거인 벨리브가 성공을 거둔 이유는, 파리 시민들의 자부심을 미묘하게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콧대 높은 파리에서 무언가가 유행이 되려면 감각적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즉, 새롭고 특출하고 무엇보다 아름다워야 하며, 또 ‘그럼에도 나는 문명인임’을 표출할 어떤 윤리가 가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혁신적인 대중교통 수단이자 환경친화적이고 빈부에 상관없는 접근 용이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공정하며, 무엇보다 자유롭다livre는 상징성을 표방하는 벨리브는 그 출신 성분부터가 유행에 민감한 파리지앵들에게 강렬하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2 이제 자전거는 ‘멋스러움’과 ‘정치적인 올바름’이 절묘하게 결합된 문화를 형성하며 그 영토를 넓히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사이클 시크 선언문’은 자전거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살짝 비틀며 넘어서고 있다. 몇 가지만 옮겨 보면, “어떤 경우에도 속도보다 스타일을 선택”하고, “도심의 풍경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시각적으로 일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며, “나의 개성과 스타일을 반영한 자전거를 선택”한다. “내 자전거 가격이 옷차림의 총 가격보다 높을 정도로 유지하는 일은 없도록 노력할 것”이며, “주류 자전거 문화의 기준에 맞추어 부품을 달 것이며” “그 어떤 ‘사이클 복장’도 소지하거나 착용하지 않을 것이다” 등이다. 일견 스타일만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상 속에서 감당 가능한 보편적 자전거 문화, 그렇지만 매력적인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자 하는 ‘사이클 시크’ 운동의 지향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번역자인 시인 김경주는 “도심에서 속도를 잃어버리는 일은 거의 공포와도 같다. 일상과 우리 주변은 더 빠른 속도를 갖고 싶은 열망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우리는 자본이 만들어낸 그 수많은 속도 값에 대가를 치르며 살고 있다. 더 빠른 자동차, 더 빠른 배달과 결제, 더 빠른 컴퓨터, 그런 점에서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느끼며 도심을 여유롭게 가로지르자고 외치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아이러니가 얼마나 우리의 일상을 회복시키는지 깨닫게 한다”고 말한다. 도시에서 속도의 변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도시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자전거족들은 도시의 환경과 얼굴을 마주할 뿐만 아니라 동료시민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린다.” 자전거는 느린 속도로 우연한 만남과 스침을 주선하고, 도시의 리듬에 더욱 민감하게 섞여 들어가게 만든다. 각 도시의 개성과 지역성은 자전거족의 일상적 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리우데자네이루의 한가롭고 평온한 해변 문화권에서는 북유럽의 매서운 바람과 맞서야 하는 코펜하겐과는 매우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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