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희철 ([email protected])
들어가며
춘사불래춘春使不來春. 봄은 와있으나 봄은 아직 멀었다는 의미이다. 이 글을 쓰는 3월 초의 날씨이기도 하지만, 자전거 타기가 그러한 듯싶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듯하지만, 유럽의 선진국과 비교해서는 아직 못 미친다. 지난 몇 년간의 분위기로 보아하건대 금방 자전거길이 사람들로 넘쳐날 듯도 싶은데 그렇지않은 것을 보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자전거 타기는 언제나 정착될까?
지구온난화에 대한 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의 과다사용으로 인한 기후 변화 문제는 이제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교통 분야에서도 지속가능성은 강력한 화두가 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통 정책의 목표가 자동차 위주의 인프라 및 운영 체계 구축이 었다면, 그 결과는 교통 혼잡뿐만 아니라 환경 오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교통 혼잡으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지구온난화로 대변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가능 교통을 향한 시선 전환이 필요함은 이제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의 하나로, 녹색 패러다임을 충족할 수 있는 녹색 교통수단은 장기적으로는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와 같은 새로운 교통수단이 가능하겠으나 단기 문제 해결에 있어서 현실적으로는 환경친화적인 교통수단인 자전거가 답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자전거의 장점은?
자전거는 개인 교통수단이다. 승용차와 달리 평균 주행속도가 15km/h 미만으로, 통행 시간이 짧고, 통행거리도 수 km 내이다. 그래서 주로 통학이나 단거리쇼핑에 이용된다. 따라서 저비용 고효율의 도어투도어door-to-door 교통수단이다. 또한 자전거는 작기 때문에 자동차에 비해 주차 공간도 적게 차지한다. 자전거는 자동차의 26배, 전철의 14배, 버스의 2배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으며 자동차 수요 억제를 통해 자동차 배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통행 비용도 줄이고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되면 자동차 교통량이 감소되어서 교통 정체를 해소할 수도 있다. 더불어 자전거는 여가활동을 위한 훌륭한 수단으로 자전거를 통하여 건강과 체력을 증진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자전거 현황은?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을까? 도시마다 다르고 조사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2010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1.2%가 조금 넘는다. 국토교통부 조사치는 2% 정도로 조금 더 높다. 그래서 자전거를 잊힌 수단forgotten mode이라고 한다. 요즘 사람들은 자전거를 레저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좀 오래된 자료지만, 한국교통연구원에서 2007년 조사한 결과를 보아도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절반이 자전거를 레저형으로만 이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1980년대까지만 해도 당당한 교통수단이었던 자전거가 어쩌다 이리 되었을까? 개발 시대를 지나며 자동차에 밀려났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자전거보다 편리하고 멀리 간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아닌가?
그럼 정부 정책은 어떨까? 대한민국의 공식적 자전거 정책은 1995년, ‘자전거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 이 공포된 이후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법률은 자전거도로 및 자전거 주차장 등 자전거 이용 시설의 설치·유지관리 등에 관한 사항과 자전거 도로의 이용 방법을 규정하여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과 편의를 도모하고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후 많은 자전거 관련 정책이 입안되어 집행되었으나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처음에는 중앙 정부 위주로 추진되었으나, 2003년 이후 우리나라 자전거 정책은 지자체 위주로 전환되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중앙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도 했으나 기본적으로 자전거 정책은 지방 사무로 지자체장의 관심에 따라 상대적 격차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도시의 물리적 특성 등에 따라 이용 현황에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최근 서울시와 창원시 등에서 지자체장의 의지로 활성화 조짐이 있는 것은 다행이다.
신희철은 현재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이며, 국가자전거교통연구센터장을 역임했다. 행정안전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경기도 녹색성장위원회 등 다수의 위원회 위원이었고, 현재도 대전시 등의 자전거활성화위원회 위원이다. 국내 대부분의 국가 자전거 정책을 입안했고, 국내 거의 모든 도시의 공공 자전거 계획을 수립하거나 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