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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위한 도시에서 사람을 위한 도시로 자전거 타고 싶은 도시
  • 환경과조경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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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리찌바 시의 ‘꽃의 거리’ ⓒ박용남

 

지속가능한 도시로 가는 지름길

우리는 지금 작은 행성에 지나지 않는 우주선 지구호에 탑승해 살고 있다. 이 지구호가 난파되는 것을 방지하고 오랜 세월 동안 큰 무리 없이 항해하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는 가능한 한 모든 자원을 소비하고 오염시키는 ‘선형의 물질대사 도시’를, 투입과 배출을 최소화하고 재생을 극대화하는 ‘순환형 물질대사 도시’로 점진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이는 우리가 도시를 하나의 ‘닫힌 계’라는 전제 아래 소비를 줄이고 자원 재활용을 극대화하면서 도시의 전반적인 효율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또한 이것을 이루기 위한 열쇠는, 지금까지 진전된 국제 사회의 논의와 경험을 토대로 할 때, 우리가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임을 뜻한다.

필자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구현해 가는 성공의 열쇠는 다른 어떤 변수보다 교통에 달렸다고 믿고 있다. 그것은 토지이용 계획과 교통 계획을 통합시켜 우리가 사는 삶터를 고밀도 도시로 만들고, 도시 내에서 자가용 자동차의 통행량을 줄이고 속도를 저감시키며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이 바로 교통에 농축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주거·상업·공공 기능 등이 혼재된 복합용도 개발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단일 기능 개발과 자동차의 지배력을 배제하려는 노력을 도시 안에서 다양하게 동원해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새롭게 도로 건설을 하거나 도로 폭을 넓히는 것이 교통 정체라는 질병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생각하는 그릇된 고정 관념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많은 사람이 흔히 드는 비유처럼 허리띠를 조금 푼다고 비만이 해결되고 코를 넓힌다고 코 막힘이 치료되지 않듯이, 복잡한 도로의 수용 능력을 늘려 준다고 실제로 차량 흐름이 빨라지거나 개선되지 않음을 현실 속에서 무수히 발견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도로를 폐쇄하거나 가로를 좁게 둔 채 건물을 집약적으로 배치하고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장려하면 교통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거주하는 주민들도 보다 안전하게 살 수 있다. 이러한 코페르니쿠스와 같은 인식의 대전환이 이루어질 때 우리 앞에 새로운 세상이 좀 더 빨리 열리게 될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살고 싶은 도시는 승용차가 절대 군주처럼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괴물과 같은 도시가 아니다. 반대로 보행·자전거·대중교통 등의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주거 지역과 상업 지역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면서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고 이용 수요를 극대화할 수 있는 도시가 우리가 꿈꾸는 도시이다. 동시에 교외화에 의한 도시의 평면적 확산을 억제하고 도심공동화를 방지할 수 있는, 작은 행성에 더욱 적합한 유형의 도시가 우리가 꿈꾸는 도시이다. 이것은 최근에 국내에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중교통 지향형 도시 개발TOD’이나 ‘현명한 성장 정책Smart Growth initiatives’ 등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실현가능하다.

이러한 노력과 병행하여 다양한 교통 정온화 조치를 취하고, 차량 진입 금지 지구를 지정·관리하거나 주차장을 폐쇄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교통 수요 관리 정책을 추진하며, 보행이나 자전거와 같은 녹색 교통을 진작시키는 일도 적극 전개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도시 내에서 여러 장소를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기 위해서는 브라질 꾸리찌바의 ‘꽃의 거리’와 같은 보행자 전용 거리나 광장을 만들어 운영하고, 길과 건물의 관계도 자동차가 아닌 사람 중심으로 재설정해야 한다. 대도시 가로변의 많은 건축물, 특히 대형 건물은 드나드는 차량이 보행자의 흐름을 끊고 관상목을 심거나 접근이 어려운 조각품을 배치해 건물을 더욱 배타적으로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길과 아주 유리된 장소로 만들고 있다. 인간은 이런 폐쇄적인 건물보다 길과 바로 붙어 열린 형태로 존재하는 개방된 건물이 있을 때 더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우리가 자동차로부터 해방된 도시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시급한 것이 길과 건물이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안을 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박용남은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으로, 지역화폐, 공동체은행, 내셔널 트러스트와 같은 다양한 대안 운동을 도입·정착시키는 데 이바지해 왔고, 국내에 생태교통도시를 도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저서로는 『도시의 로빈후드』, 『꾸리찌바 에필로그』, 『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 『꿈의 도시 꾸리찌바』 등이 있고, 최근에는 전국의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에 정책 자문을 해주면서 외국의 유명 생태·환경도시, 저탄소도시, 창조도시 등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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