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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내가 여의도한강공원을 달리는 이유 당신의 공원은 어디입니까?
  • 환경과조경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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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 사람들은 걷고 달리고 쉼 없이 페달을 밟는다.

 

한강공원은

자연과 인공이, 휴식과 질주가

절묘하게 조합된

이중적인 공간이다.

 

일요일 저녁 8시,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월요병’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벌써부터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과장해서 비유하자면 전투를 앞에 두고 진격하는 적군의 북소리를 듣는 심정이랄까? 게다가 이 적군은 결코 물러서는 법이 없으며 나 역시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 몇 시간 뒤면 주말 동안 밀려있던 일거리가 전원 돌격 명령을 내리고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월요병이 전염병처럼 도시에 유행할 것이다. 월요일을 앞에 두고 배수의 진을 친 일요일 저녁엔 바람 빠진 타이어처럼 느슨해진 마음에 빵빵하게 자신감을 채우고 식은 엔진처럼 삐걱거리는 몸에 기름칠하고 불을 댕길 무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오후 8시. 이대로 밤을 보내기엔 너무 아쉽고 하얗게 불태우기엔 부담스러운 시간이다. 그런 저녁엔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여의도한강공원을 달린다. 전열을 가다듬고 숨을 고르는 내 나름의 방법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화풀이하러 한강에 갑니다

벚꽃놀이나 불꽃 축제를 구경하러 1년에 한두 번 정도 갈까 말까 했던 여의도한강공원을 요즘처럼 자주 찾게 된 것은 2013년부터다. 종로에 있는 한 통신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불규칙한 취재 일정과 예고 없는 잦은 회식으로 인해 몸무게가 왕창 늘어나던 때다. 회사 면접을 위해 산 정장 스커트에 더 이상 엉덩이를 우겨 넣을 수 없게 되자 뭐라도 해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집 근처 여의도한강공원을 가게 되었다. 나는 늘 사람들이 새까맣게 북새통을 이루는 축제 기간에만 여의도한강공원을 갔던 전형적인 시골 사람이었던 터라 평범한 일요일 저녁, 여의도한강공원에 운동하러 가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도시의 삶을 묘사하는 미드(‘섹스 앤 더 시티’나 ‘프렌즈’ 같은)나 외국 영화를 보면 꼭 한 번은 타이트한 운동복을 입고 공원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오는데 그 비일상적인 듯 일상적인 모습을 내가 재현하는 느낌이랄까.

이제는 굳이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여의도한강공원을 달린다. 종로 빌딩숲 한복판, 그 살얼음판 같은 회사에서 구르고 깨지는 게 일이었던 쭈구리 막내인턴에게 이곳의 자연과 한강 풍경은 말없는 위로를 건네고 해방감을 맛보게 해주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는 속담이 전해지는 것을 보면 오래전부터 한강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만만한 곳’이자 ‘스트레스를 털어버리는 곳’이었던 것 같다. 조선 시대, 나라의 허가를 받아서 물품을 판매하는 종로 육의전六矣廛의 위세 높은 상인에게는 뺨을 맞아도 아무 소리 못하던 서민들이 한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비공식적인 시장인 난전亂廛에서는 큰소리치는 상황에서 속담이 유래했다고 한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오늘날의 나도 종로에서 뺨맞고 만만한 한강에서 화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의 도시 문화를 맛볼 수 있는 공원

단순히 자연에서 위로를 얻기 위해서라면 선유도나 양화, 망원, 이촌 쪽으로도 갈 수 있지만 총 12개 지구의 한강시민공원에서 굳이 여의도한강공원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나는 보통 여의도로 넘어가는 서강대교와 이어지는 고가도로에서부터 달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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