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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 환경과조경 2023년 01월

최윤석은 스스로 변방의 설계가라 소개한다. 20년 남짓 경력의 조경설계사무소 대표에게 으레 연상되는 이미지를 기대하긴 무리다. 그의 운동화에는 늘 진흙이 묻어 있고 1톤 트럭에는 세탁한 티셔츠 여분이 준비되어 있다. 현장에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팅 시간 목전에 윗옷만 갈아입고 워커 차림으로 회의 장소로 이동하기 일쑤다.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며 SNS에 이따금 피로를 호소한다. 현장과 사무실 업무가 동시에 벅차게 굴러갈 때가 많지만 치밀한 계획가 타입인 그의 성격 덕분에 오늘도 구멍은 나지 않았다.

 

처음 만난 건 2012년이다. 영국에서 갓 돌아와 조용철(디자인스튜디오 이레)과 함께 찾은 부천의 작은 사무실은 마치 개척교회 같았다. 최윤석은 창업한 지 5년이 되었다며 회사를 소개했다. 중소형 공원 리모델링이나 녹지 정비 설계를 주로 하지만 정원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며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는 의심과 호기심이 섞인 복잡한 표정으로 함께 정원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우리의 파트너십은 시작됐고 10년간 다양한 정원 활동을 함께 해왔다. 지금은 사무실 리모델링으로 없어졌지만, 그때 필자의 눈에 들어온 현판이 아직도 뇌리를 스친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그는 그렇게 10년 후 젊은 조경가가 되었다.

 

우리는 ‘정원사친구들’(『환경과조경』 2018년 5월호 특집 ‘따로 또 같이’)이라는 형태로 협업했다. 2013년 순천을 시작으로 전국에 부는 정원박람회 정원 공모와 사업은 우리의 먹거리(?)가 됐다. 최윤석은 당시 ‘디자인 빌드 그룹’이라는 새로운 플랫폼 형태를 기안하고 실천한 초창기 조경가였다. 이러한 작업 형태는 그의 디자인 방식에서 필연적으로 발현된 것이다.

 

“그림은 거들 뿐”(『환경과조경』 2021년 7월호 ‘그들이 설계하는 법’)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그가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풀어내는 방식은 매우 서사적인 동시에 페이퍼와 현장을 넘나든다. 조성 이전의 현장에서 최대한의 가능성을 읽어내고 다양한 장면의 상상을 즐긴다. 실제로 최윤석이 구

상한 제안의 최초 버전 파일을 열어보면 영화나 드라마의 시놉시스처럼 공간 안에 펼쳐질 장면이 그려진다. 그는 틈틈이 텍스트로 기록하며 아이디어를 빌드업하는 편인데, 이동하는 차 안 등의 잉여 시간이나 업무이외의 시간에도 스위치를 끄지 않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의 파편을 공유한다. 전문가의 독선적(?) 드로잉을 통해 공간이 개선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며 주변의 다양한 인적·물리적 자원을 사업 과정 속에 수시로 침투시킨다. 마스터플랜, 삽도와 같은 정태적인 이미지보다 사업을 통해 기대하는 장소 경험의 힘을 믿고 이용자와의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공감은 장소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하며, 운영·관리 단계에서 더욱 창발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서울그린트러스트와의 어린이정원, 인덱스 정원 시리즈 사업은 그의 공간 내러티브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환경과조경 417(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조혜령은 정원이 갖는 문화적·사회적 가치를 믿으며 이론과 실무의 경계를 탐색하는 조경가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정원사친구들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최윤석과 함께 하며 2021년 제11회 대한민국 조경대상 한국조경학회장상, 2022년 조경의날 산림청장상을 수상했다. 2021 IFLA 아태지역 조경상(ASIA-PAC Landscape Architecture Awards)에서 e편한세상 갤러리 드포엠 가든으로 가작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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