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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LA 2022] 광주에서 만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 금민수
  • 환경과조경 2022년 10월

2022년은 한국 조경 역사에 뜻깊은 해로 기억될 것이다. 올해는 한국 조경이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자, 세계조경가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한 해다. 세계조경가대회는 세계조경가협회(IFLA)가 주최하는 대표적인 국제 행사로, 1992년 경주에 이어 30년 만에 세계 조경가들이 광주에 모였다.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는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사흘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와 그 일대에서 진행됐다. 서울, 경주, 무주에서 열렸던 제29차 세계조경가대회의 주제는 ‘전통과 창조’로 전통 유산이 가진 가치의 계승에 주목했다면, 이번 대회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공공적 가치의 회복에 주목했다.

 

대회 주제인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는 조경의 공공 리더십 회복을 의미한다. 팬데믹, 기술 혁명 등 급격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는 시대에서 조경이 지닌 공적 가치와 조경가의 역할에 주목했다. 사흘간 40여 개국 약 1,500명의 조경가들이 모여 동시대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 환경 위기, 팬데믹, 도시 쇠퇴 등의 난제를 풀어갈 해법을 논의했다.

 

기조 강연, 스페셜 세션, 논문 발표 등 학술 행사부터 한국 조경 산업의 트렌드 살필 수 있는 K-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 엑스포 등 다양한 전시, 한국의 자연과 역사를 체험하는 투어까지 이번 대회에서 선보인 주요 프로그램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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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개막식은 8월 31일 오전 10시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개막식에는 제임스 헤이터(James Hayter, IFLA 회장), 조경진(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조직위원장)을 비롯해 기조 강연자 정근식(서울대학교 교수), 크레이그 포콕(Craig Pocock, 베카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 앙리 바바(Henri Bava, 아장스 테르 대표) 등을 포함해 약 1,500명의 조경인이 함께했다.

 

제임스 헤이터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서 지속가능한 조경 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경진 조직위원장은 한국 조경 50주년을 맞이해 열린 이번 대회의 의미를 되새기며 행사를 지원한 광주시, 국내외 기조 강연자, 스폰서, 파트너 등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미래 세대의 인사말도 이어졌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 재학 중인 조담빈은 세계조경가대회를 통해 조경의 가치에 대해 배우게 된 소감을 말했다.

 

시상식과 공연도 펼쳐졌다. IFLA 회장상(IFLA President Award 2022), 제프리 젤리코 상(IFLA Sir Geoffrey Jellicoe Award 2022), IFLA 학생샤레트(IFLA Student Charrette Award 2022) 등 다양한 시상식이 열렸다. IFLA 회장상은 글로리아 아폰테(Gloria Aponte)가 수상했으며, 제프리 젤리코 상은 아드리안 회저(Adriaan Geuze, West 8 대표)가 수상했다. 학생샤레트 1등은 ‘오픈 월(Open Wall)’ 팀이 차지했다. 국악 그룹 해음과 달음이 가야금과 거문고 연주를 통한 퓨전 국악을 축하 공연으로 선보였다. 첫날 저녁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오프닝 리셉션이 펼쳐졌다. 오프닝 리셉션에서는 축하공연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안은미컴퍼니가 ‘조화타령’을 선보였고, 위드와 온도는 각각 아카펠라와 퓨전 국악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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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전한 IFLA 회장상 수상자 글로리아 아폰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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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음과 달음의 개막식 축하공연


전시와 시상식

대회 첫날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전시홀에서는 2022 제12회 대한민국 조경대상과 제19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시상식이 열렸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조경학회가 주최하는 조경대상의 시상식에는 조경진(한국조경학회 회장)의 환영사에 이어 박연진(국토교통부 과장)의 축사가 있었다. 대통령상은 평택고덕 공공정원 ‘같이’의 가치가 수상했으며, 국무총리상은 국립세종수목원이 수상했다.

 

제19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은 늘푸른재단이 후원하고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협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제19회 대전의 주제는 이번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의 주제와 동일하게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였다. 대상은 ‘공존–양보의 미학(Coexistence-Aesthetics of Concession)’의 김솔지, 최지윤(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팀이 수상했다.

 

대회 내내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로비에는 영국 첼시 플라워 쇼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황지해의 작품 ‘태양의 뜨개: 골바람이 낳은 딸’이 전시됐다. 1층 전시홀에서는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대한민국 조경대상, IFLA 학생설계공모전 수상작 전시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작품 전시 등 다양한 전시를 선보였다.

 

K-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 엑스포는 대한민국 조경 기술의 발전된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자재 업체 중심의 전시에서 벗어나 건설사, 공공기관, 엔지니어링 및 설계사무소까지 다양한 분야가 참여해 국제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에 힘을 보탰다. 또한 제품과 브랜드 전시 외에도 취업박람회, 토크콘서트, 나는 조경가다! 확장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등 일반 시민들이 쉽고 유용하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기조 강연

정근식의 기조 강연을 필두로 사흘간 9개의 기조 강연이 이어졌다. 정근식은 냉전이 세계 곳곳에 남긴 군사 경관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되짚었다. 이어서 앙리 바바와 크레이그 포콕은 도시의 변화를 주도한 조경의 역할과 저탄소 디자인의 필요성에 대한 강연을 선보였다. 둘째 날은 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캐서린 나이젤(Catherine Nigel, 시티 파크 얼라이언스 전무이사), 아드리안 회저의 강연이 이어졌다. 김아연은 조경이 지닌 메타 언어의 가능성을 진단했고, 캐서린 나이젤은 미래 도시공원의 역할과 가치를 강조했다.

 

아드리안 회저는 단순한 실현 이상으로 상상을 구현하는 시적 경관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마지막 날에는 김정윤(하버드 GSD 교수), 질리언 월리스(Jillian Walliss, 멜버른 대학교 교수)와 하이케 라만(Heike Rahman, RMIT 교수), 이만의(한국온실가스감축재활용협회 회장)가 무대에 올랐다. 김정윤은 기후변화 시대의 조경가 역할을 강조했고, 질리언 윌리스와 하이케 라만은 문화적 맥락을 바탕으로 한 독창적 디자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만의는 담양의 사례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도시 정책에 대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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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홀에서는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작품 전시 등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스페셜 세션

건축공간연구원과 문화재청은 각각 스폐셜 세션을 주관했다. 첫날 오후 2시에는 건축공간연구원 스페셜 세션이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주제는 ‘기후변화와 팬데믹 이후의 도시공원과 공공 공간’으로 국내외 전문가의 발제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제프 호(Jeff Hou, 워싱턴 대학교 교수), 박소현(코네티컷 대학교 교수), 이은석(건축공간연구원 부연구위원)의 발제에 이어 제임스 헤이터, 캐서린 나이젤, 정욱주(서울대학교 교수), 고정희(써드스페이스베를린 대표)의 토론이 진행됐다.

 

둘째 날 오후 2시에는 문화재청 스페셜 세션이 열렸다. 주제는 ‘전통 정원의 보존 관리’로 엘리자베스 브라벡(Elizabeth Brabec, 매사추세츠 대학교 교수), 토모키 카토Tomoki Kato(교토 예술대학교 교수), 매리언 허니(Marion Harney, 배스 대학교 교수), 신현실(우석대학교 교수)이 발제를 맡았다. 김영모(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이상석(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손용훈(서울대학교 교수), 진혜영(국립수목원 과장)이 토론의 패널로 참가했으며, 기후변화와 개발의 위기 속에서 역사 정원의 보존과 활용의 균형에 대한 문제를 중요하게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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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공간연구원 스페셜 세션에서 강연하는 제프 호 ©건축공간연구원 


라운드 테이블

둘째 날 오후에는 학생, 교육자, 밀레니얼 연구자 라운드 테이블이 진행됐다. 학생 라운드 테이블은 전국 조경학과 학생 대표단의 기획으로 이루어졌다. 국내외 조경학과 학생들이 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꿈과 현재의 생각을 표현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교육자 라운드 테이블은 유럽과 아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교육자들과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로 진행됐다. 김태경(강릉원주대학교 교수)의 환영사로 시작해, 이재호(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김유진(강릉원주대학교 교수), 하이리예 에슈바흐 툰차이Hayriye Eşbah Tunçay(이스탄불 공과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토론의 주제는 설계 스튜디오에서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서 지역적 특수성에 대한 고려, 연구와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튜디오 방식,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 세대들의 설계 특성 관찰 등 다양한 교육자들의 경험이 공유됐다.

 

유엘씨프레스(ULC Press) 주최로 진행된 밀레니얼 연구자 라운드 테이블은 앞으로 도시의 조경을 만드는 데 있어서 주목해야 할 요소가 무엇일지 살펴보고 나라별 특징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독일, 에스토니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폴란드, 한국의 연구자와 실무자가 모여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조경가와 정치가 사이의 관계 설정, 그린 인프라 구축, 공간의 재생, 팬데믹 시대에서 조경의 역할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됐다.

 

학술논문발표

가장 중요한 일정이라 할 수 있는 학술논문발표회에는 22개국의 조경학자와 조경가 120여 팀이 참여해 최신의 정보와 연구를 공유했다. 기후변화 대응 조경 계획과 설계, 회복탄력적 환경 설계,  도시 쇠퇴 등 최근의 세계적 이슈뿐만 아니라 용산공원, 한국적 도시재생 등 다양한 주제의 학술 논문이 발표되어 토론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논문 초록을 묶은 책은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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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땅에 쓰는 시’ 상영회와 더불어 시네 토크가 열렸다.

 

‘땅에 쓰는 시’와 투어

잠시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공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조경가 정영선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땅에 쓰는 시’가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상영된 영상은 이번 대회를 위해 제작된 30분 분량의 특별판이다. 다큐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대한민국 1호 여성 조경가의 발자취와 한국 조경에 큰 획을 그은 그의 작품을 조명한다. 둘째날에는 정영선 조경가와 정다운 감독, 조경진 교수가 함께한 시네 토크가 진행됐다. 영상 시청 후 진행된 시네 토크에서는 정영선의 조경관, 감독의 제작 의도와 소감 등 다양한 이야기를 청중과 나눴다.

 

포스트 투어를 포함한 세 가지 투어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첫날과 둘째 날은 전문해설사와 함께 하는 1시간 정도의 워크 앤 토크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양림동, ACC, 푸른길 공원 등 세 개 코스를 통해 참가자들이 광주의 도시 서사를 체험했다. 마지막날에는 무등산, 죽녹원, 광주생태호수공원 등 세 개 코스의 테크니컬 비지트를 반나절 동안 진행했다. 투어 참가자들은 광주 주변 지역의 생태, 문화, 역사 체험을 통해 한국의 자연과 남도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폐막식 다음날 진행된 포스트 투어는 순천, 목포, 보성 일대를 둘러보는 세 개 코스로 진행됐다. 한국의 전통 유산부터 전라남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중인 정원 문화와 새로운 도시 아젠다를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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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 앤 토크, 테크니컬 비지트 등 전라남도 일대의 다양한 장소를 소개하며 한국의 역사와 자연을 체험하는 투어가 진행됐다.

 

폐막식

폐막식에는 국내외 조경가, 지역 주요 인사, 광주광역시장이 참석했다. 안세헌(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힘든 시기에 개최된 세계조경가대회가 성황리에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참가자와 서포터즈에게 감사 인사를 보내며 조경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빛고을 광주에서 열린 세계조경가대회의 성공을 축하하고 세계 각지에서 모인 조경가에 존경을 표하며 다시 광주에 찾아줄 것을 청했다.

 

IFLA 학생설계공모전 시상식도 진행됐다. 시상식에서 제임스 헤이터 회장은 공모전 후원자인 박명권 대표(그룹한 어소시에이트)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룹한은 지난 15년간 매년 이 공모전을 후원해왔다. 박명권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어려운 시기임에도 학생들의 많은 참여로 이루어진 공모 과정을 치하하고, 미래 세대가 조경에 관심을 가지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는 일에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차기 세계조경가대회 조직위원회에 대회기를 이양하는 시간을 가졌다. 2023년 9월 28일에서 29일까지 나이로비와 스톡홀름 두 도시에서 동시 개최될 차기 세계조경가대회의 주제는 ‘긴급한 상호작용(Emergent Interaction)’이다. 차기 대회는 기후변화 대응, 사회적 공정, 생물종 다양성을 위한 조경가의 활동을 잇는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동시에, 새로운 형식의 집단지성 기반의 문제 해결, 국경을 넘어서는 전략, 아이디어와 디자인 협력 등을 탐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제임스 헤이터 회장의 폐회사로 행사가 마무리됐다. 그는 세심한 프로그램으로 행사를 기획한 한국조직위원회에 감사 인사를 하며 여정을 함께한 참가자들에게도 경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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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막식에는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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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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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조직위원회들에게 대회기를 이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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