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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te 22의 용산기지탐색사事 용산공원의 현재를 묻다
  • 홍서희 (www.gate22.org)
  • 환경과조경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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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미군기지 담벼락 ⓒGate 22

 

 

우리는 왜 경계지를 걷는가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용산기지 안을 십여 명의 일군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차선책으로 담벼락에 최대한 밀착해 있는 경계지를 걷기 시작했다. 한 뼘 두께의 회색 담벼락. 그 안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이고 그 밖은 ‘세상의 중심이요’를 부르짖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시 용산구의 땅이다. 하지만 그 어느 쪽 땅도 감지하기란 쉽지않다.

용산국가공원 조성 과정 또한 아직까지는 일반인의 참여가 불가능하다. 미군기지의 회색 담벼락처럼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국가가 만들고 있는 공원은 그들의 권력과 이데올로기로 이 땅을 비밀리에 설계하고 있는 맥락에서 엇비슷해 보인다.

우리는 누구도 주문하지 않은 이 땅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해 걷기 시작했다. 걷기는 금단의 땅이 보내는 ‘출입금지’ 경고문의 두려움을 조금씩 거두어 주었고 경계지에 쌓여 있는 삶의 장소를 정독하게 해주었다. 반복된 걷기는 마주하는 사실을 살로 녹이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고 결국 이곳의 특수한 역사가 빚어낸 현재를 이해하도록 도와주었다. 그렇게 걷기를 계속하면서 이 땅에 관심 있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땅의 미래를 논의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다. 이렇게 큰 땅을 온전히 나의 땅으로 상상해 보는 것.

이 땅은 원래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승천하는 쌍용쟁주형雙龍爭珠形의 길지란다. 이렇게 멋진 땅은 마땅히 ‘모두의 공원’으로 환생해야 할 뿐 아니라 어쩌면 분절된 한반도를 되찾는 더 큰 일의 예행연습으로 삼아야 할지도 모른다. 온전한 땅의 반환은 서두르되 국가가 혼자 빠른 길을 가려한다면 우리는 다 같이 멀리 가는 길을 끊임없이 제안하고자 한다.


경계지를 걸으며 나눈 이야기들

2013년 가을, 미군기지 담벼락을 마주하고 이루어진 ‘피크닉 세미나’ 이후 담벼락에 최대한 밀착해 걷는 워킹투어세미나 ‘굿네이버스’, ‘봄나들이’, ‘같이가입시더’, ‘땅쇼’, ‘왜 이태원인가’를 진행했다. 역사적 사건과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이 땅에 관해, 미래에 초점을 두고 공공의 오너십을 논의한 이야기들을 짧게나마 소개해보고자 한다.

 

 

Gate 22는 용산미군기지 반환과 관련하여 비워질 미래의 땅의 모습을 고민하는 연구 모임 예술가 집단이다. 기지 내 공식 게이트가 21개인 점에 착안, 모두에게 열린 상상의 게이트를 상징하는 Gate 22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기지 부지의 미래를 논의하는 공공 플랫폼을 만드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www.gate22.org, cafe.naver.com/gate22, www.facebook.com/gate22.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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