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전(Wuzhen)에 위치한 아리라 호텔(Alila Hotel)은 수천 마리 왜가리 떼가 서식하던 버려진 농가에 지어졌다. 농가의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습지를 보전하고, 호텔에 즐거움을 불어넣을 수 있는 요소를 추가했다.
이 호텔은 고대 중국의 도시 관수 체계를 바탕으로 개발된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이다. 내부 수경관과 주변 환경의 관계를 탐구하여 아름다울 뿐 아니라 수자원 조절 작용과 습지 재생 기능을 갖춘 경관을 만들었다.
물길과 식생
호텔의 객실은 물의 미로로 둘러싸여 있는데, 역사적으로 중국 동남부 수상 도시로 유명했던 우전을 떠올리게 한다. 폭이 10m에 달하는 세 개의 물길(두 개는 동-서 방향, 하나는 남–북 방향이다)은 중요한 중심축으로서 리셉션 입구, 식당과 레크리에이션 구역, 객실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여섯 갈래의 물길은 123개의 객실을 7개 구역으로 나눈다. 물길은 전망을 완성하는 틈을 만들고, 내·외부 물의 순환을 돕는다. 지표면의 수생 식물은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단지 서쪽에 위치한 물길에는 호텔의 유출수가 흘러 들어간다.
식생은 진흙의 토양과 손쉬운 이식을 염두에 두고 선정됐다. 나뭇가지가 지붕 모양으로 우거지는 메타세쿼이아를 좁은 길을 따라 식재해 수직을 이루는 선형 공간들을 강조했다. 나뭇가지의 섬세한 질감은 건물 지붕의 윤곽, 흰색 벽과 대조를 이룬다. 장식적 기능을 하는 녹나무, 자몽나무와 같은 상록수는 건축의 강하고 단순한 선을 부드럽게 만든다.
옛 선조들이 고안한 물의 미로는 수원지 근처 고밀도 거주지에서 홍수를 막는 방책이다. 또한 공간 구성의 가이드라인이 되기도 하는데, 인프라 기술과 사회적 기능의 조합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 사람들이 창문을 열거나 뜰을 걷고, 길을 따라 이리저리 다니는 모습은 물에 반사되어 독특한 형상을 만들어낸다.
가사와 경관
객실 단지의 경관은 역사 속 중국 동남부 수상 도시의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동시대 가사를 바탕으로 설계했다. 이 가사에는 계절의 변화에 따른 수상 도시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1월에는 안개가 끼고, 2월에는 개천이 강물이 되며, 3월이면 구름이 두꺼워지고, 4월이면 여자들은 짚을 엮고, 5월이 되면 시인들이 달빛 아래 배를 띄우며, 6월에 연꽃이 피고, 7월에 난초향이 나는 노가 연인에게 여성의 소원을 전해주고, 8월이 되면 사람들은 불경의 구절을 외우고, 9월이 되면 신들은 바다와 하늘을 오가는 뗏목을 만들고, 10월에 여자들은 집으로 돌아오는 남자들을 기다리고, 11월에 고독한 여행자는 집으로 돌아가며, 12월이 되면 눈 오는 밤에 찾아오는 손님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적인 이미지
상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추상적인 시적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시각화했다. 호텔 각 뜰의 빈 공간, 시야와 빛을 여러 번에 걸쳐 연구한 내용을 토대로 공공 영역에 다섯 개의 경치와 개인 호텔 방에 숙박하는 손님들을 위한 일곱 개의 경치를 설정했다. 간결한 디자인으로 구현한 경치는 은은한 빛과 그림자의 대조를 볼 수 있는 비 오는 봄날 등 시골 풍경과 가사 속에 등장하는 토속적 풍경을 보여준다.
열린 반응과 해석
우전 아리라 호텔은 중국 내 물이 풍부한 지역의 사회, 문화, 환경적 맥락을 바탕으로 전략적인 경관 인프라를 탐구했다. 최소한의 설계적 개입으로 열린 반응과 해석을 강조했으며, 지역 경관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