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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스테드 200] 옴스테드 아카이브, 기억의 집 또는 아스날
  • 김정화
  • 환경과조경 2022년 4월

옴스테드 르네상스와 아카이브

클릭 몇 번만으로 모니터 위에 옴스테드가 남긴 메모나 스케치를 띄울 수 있는 날이 도래했다. 이제 더 이상 아카이브의 복잡한 카탈로그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거나, 고요함과 고독이 짓누르는 분위기에 위축되거나, 데카르트적 공간처럼 똑같이 생긴 책꽂이 사이를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된다. 단 1mm라도 더 찢어질까 해진 종이를 조심스레 넘기지 않아도, 문서를 뒤적이다 언제부터 존재했을지 모르는 먼지를 들이마시지 않아도 된다.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 탄생 200주년을 앞두고 조경계 사람들이 솔깃할 만한 디지털 아카이브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7월 26일 미국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은 “옴스테드 탄생 200주년을 앞두고 리소스 역할을 하기 위해” 옴스테드의 글과 기록물을 디지털화하여 온라인으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1 뉴욕시는 이보다 앞서 2017년 겨울, 시 아카이브(NYC Municipal Archives)가 소장하고 있는 옴스테드의 1857년 센트럴파크 공모전 제출작 ‘그린스워드(Greensward)’를 디지털화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2 최근에는 1998년 설립 이후 경관과 조경가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써온 미국의 문화경관재단(The Cultural Landscape Foundation)도 이러한 움직임에 합류했다.

 

지난 1월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의 조경 유산(What's Out There: Landscape Architecture Legacy of Frederick Law Olmsted)’이라는 이름의 옴스테드 탄생 200주년 기념 이니셔티브를 마련하면서, 옴스테드와 그의 조경 유산 2 백여 곳에 대한 포괄적인 온라인 가이드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3

 

열병과도 같은 옴스테드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현상은 일면 빅데이터 시대 또는 옴스테드 탄생 200주년이라는 시대적 조건 속에서 이해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 씨앗은 이미 20세기 말 옴스테드 르네상스의 부상이라는 토대 속에서 싹트고 있었다.4 1960년대 하버드 디자인대학원GSD의 ‘인간과 자연: 옴스테드 전(Man and Nature: The Olmsted Exhibition)’에서 촉발된 옴스테드 다시 보기는, 1979년 옴스테드의 집이자 사무실이었던 페어스테드(Fairsted)의 국립사적지(National Historic Site) 지정, 그리고 옴스테드 유산의 보존과 인식 증대를 목표로 한 두 조직의 설립으로 이어졌다.5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페어스테드에 위치한 ‘옴스테드 아카이브(Olmsted Archives)’다.

 

이 지면에서는 옴스테드 관련 아카이브를 소개한다. 물리적 실체이자 공간으로 존재하는 기록 보관소뿐 아니라 최근의 디지털 아카이브까지 아우르며 각 아카이브의 설립 배경과 구조적 특징, 더 나아가 최근의 변화와 움직임을 짚어보려 한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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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회도서관의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 페이퍼’ 중 1857년 미국 국회의사당 스케치 자료 검색 결과 출처: www.loc.gov/item/mss351210421

 

옴스테드 아카이브(들)

미국의회도서관의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 페이퍼’ 미국의회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옴스테드 컬렉션은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 페이퍼(Frederick Law Olmsted Papers)’다.7 앞에서 언급한 디지털 아카이브가 구축된 것은 2018년으로 최근 일이다. 그러나 컬렉션 자체가 탄생한 시점은 옴스테드 가문이 도서관에 자료를 기증한 1947~1948년과 1968~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5년 옴스테드 전기 작가인 로라 우드 로퍼(Laura Wood Roper)가 자료 3천 점을 기증하고 1981년 도서관이 추가 자료를 구매하면서 1996년에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 페이퍼’ 체계가 마련되었다.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 페이퍼’를 구성하는 자료는 1777년과 1952년 사이에 생산된 약 2만4천 개 항목으로, 옴스테드의 조경 작업뿐 아니라 가족사, 친구와 동료 관계, 협업, 개인 생활에 관한 자료가 74개 상자에 담겨 있다. 그중 미국의회도서관이 강조하는 기록물로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보호의 단초가 된 1864년 요세미티 지역과 숲에 대한 예비 보고서, 남북전쟁 중 아내에게 보낸 군인들의 고통에 관한 편지, 1865년 파트너십 갱신과 새로운 프로젝트 수행에 관한 옴스테드와 캘버트 복스 간의 서신, 1877년 미국 국회의사당 부지 식재에 관한 연필 스케치, 센트럴파크 설계에 영향을 미친 영국 버컨헤드 공원에 대한 노트 등이 있다.

 

자료는 트리(tree) 구조로 정리되어 있다. 기록물 유형에 따라 저널, 서신, 주제 파일, 연설문 및 글, 기타 문서, 추가 문서, 특대형 문서 등 8개 시리즈로 나뉘어 있다. 각 시리즈는 생산 연대에 따라 다시 세분되어 있다. 기록물 숲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의회도서관이 제공하는 전자 파일 형태의 검색 도구(finding aid8)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2018년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 페이퍼’가 디지털 아카이브로 다시 태어나면서 이용자와 아카이브 사이의 심리적·물리적 거리감이 줄었다. 42쪽에 달하는 검색 도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검색 필터를 갖춘 인터페이스와 여러 가지 메타데이터9 항목을 활용해 찾고자 하는 기록물을 그물망web에 건져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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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스테드의 ‘옴스테드 아카이브’ 모습 1980년 도면 서고 출처: www.nps.gov/articles/getaway-frla.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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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스테드 온라인’ 페이지 - 시애틀 공원 시스템(Seattle Park System) 검색 결과 출처: olmstedonline.org

 

 

각주 1. Library of Congress, “Famed Landscape Architect Frederick Law Olmsted's Papers Now Online”, 2018. 6. 26.

각주 2. Quinn Bolewicki, Matthew Minor, “Digitizing the Greensward”, 2017. 12. 21.

각주 3. TCLF, “Olmsted 200 Digital Website and Book Launch”, 2022. 1. 7. 문화경관재단은 이와 동시에 옴스테드의 유산 중 덜 알려져 있거나 분실 또는 위협에 처한 경관을 조명하는 기록화 작업(Landslide 2022: The Olmsted Design Legacy)도 진행한다.

각주 4. 옴스테드 르네상스에 대해서는 문화경관재단 대표 찰스 번바움(Charles A. Birnbaum)의 2022년 3월 1일자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강연 ‘우리 안의 옴스테드(The Olmsted in All of Us)’를 참조할 수 있다. youtu.be/-yrj31C5OK8

각주 5. 1980년 비영리 단체인 센트럴파크 컨서번시(Central Park Conservancy)와 국가 조직인 옴스테드 공원협회(National Association for Olmsted Parks)가 설립됐다.

각주 6. 오늘날 미국의 조경 아카이브 사례로는 다음을 참조. 이명준, 김정화, 서영애, “미국 조경 아카이브 구축 동향과 특성 연구”, 『한국조경학회지』 47(6), 2019, pp.1~11. 공원 아카이브의 의미와 사례에 대해서는 『환경과조경』 2020년 3월호 특집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를 참조.

각주 7. 미국의회도서관 웹사이트(hdl.loc.gov/loc.mss/collmss.ms000067)를 통해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각주 8. findingaids.loc.gov/exist_collections/ead3pdf/mss/2001/ms001019.pdf

각주 9. 데이터를 설명해주는 데이터로, 속성 정보라고도 한다. 정보를 효율적으로 찾는 데 도움이 되는 항목이다.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 페이퍼’의 경우 문서 제목, 생산자, 주제어, 유형, 식별 번호, 소장 위치와 같은 메타데이터를 제공한다.

 

환경과조경 408(2022년 4월호수록본 일부

 

김정화는 막스플랑크예술사연구소(Kunsthistorisches Institut in Florenz ‒ Max-Planck-Institut) 내 식물을 테마로 한 다학제 연구 집단 4A_Lab의 박사후 연구원이다. 일제 식민지기 임업 시험장을 중심으로 근대 국가의 과학적 숲 디자인을 연구 중이다. 도시경관연구회 보라(BoLA)의 멤버로 조경 아카이브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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