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 ([email protected])
IFLA 학생설계공모전
IFLA 학생설계공모전(이하 학생공모전)은 1987년 처음 개최된 이후 지금까지 매년 열린 행사로서 조경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 학생공모전 중 하나다. 대부분의 세계 대회 행사 프로그램을 주최국이 주도해 기획하지만, IFLA 학생공모전은 전통적으로 IFLA 총회의 교육학술분과 EAA(Education and Academic Affair)가 기획하고 있다. 공모전의 주제는 생태적 위기, 문화 유산의 파괴, 사회적 불평등, 전반적인 인간과 환경의 문제 등을 다루며, 대부분은 해당 주최국이 제시한 대회의 주제를 따른다.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학생공모전 주제도 행사의 주제인 리:퍼블릭과 동일하다. 공모전의 주제를 주지만, 대부분 학생은 공모전을 위해 새로운 작업을 하는 대신 수업 결과물을 정리하여 공모전에 출품한다. 따라서 주제는 대상지를 특정하는 경우가 드물며 특정한 이슈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학생공모전이기 때문에 자격은 학부생이나 대학원생에 한정되지만, 반드시 조경학과 학생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이 협력하는 것을 권장한다. 개인 출품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팀 작업으로 출품하며, 어느 정도의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5인 이하로 팀을 구성해야 한다.
2022년에는 지난 학생공모전과 달라진 중요한 변화가 있다. 예전에는 별도의 세부 분야가 없었지만 올해부터는 분석계획(Analysis and Planning), 조경설계(Landscape Design), 응용연구(Applied Research) 세 개의 분야로 세분됐다. 기존 공모전에 해당하는 조경설계 분야에 분석계획, 응용연구가 추가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저명한 국제학생공모전인 ASLA 학생공모전도 분야를 구분하는 추세다. 조경가의 역할과 의미가 설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넓은 범위의 계획과 연구까지 확장되고 있고, 이러한 다양한 접근을 학생들에게 권장하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권위 있는 공모전답게 전 세계에서 많은 수의 작품이 출품된다. 2018년 싱가포르 대회의 경우 역대 최대인 800여 개 작품이 출품되었으며, 대개 400~500개 작품이 출품되는 만큼 전 세계 모든 조경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중국 학생들이 강세를 보인다. 우선 출품작 수에서도 압도적이지만, 빠른 속도의 발전으로 인한 다양한 환경 문제도 겪고 있어 다루는 주제의 폭과 의미가 넓다. 출품작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조경을 공부하는 학생 수와 관심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에는 미국과 유럽 학생들 실력이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아시아권 학생들 실력이 돋보이고 있다. 이는 전반적으로 조경 교육의 질이 평준화되었으며, 향후 실제 프로젝트에서도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던 조경의 흐름에서 아시아가 두각을 드러내게 될 것을 짐작하게 해준다.
학생공모전은 학생들의 잔치에 끝나지 않는다. 학생공모전을 통해 미래 조경의 새로운 상을 그려볼 수 있으며, 한국의 한계에 갇히지 않고 세계적인 비전과 안목을 공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겪고 있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는 개발도상국에서는 의아한 문제다. 반면 많은 나라에서 큰 문제가 되는 사막화는 우리가 실감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응하여 더는 조경의 역할이 한 지역이나 나라에 국한될 수 없다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학생공모전은 모든 조경가에게 현실에서 한발 물러나 미래를 조망할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 환경과조경 407호(2022년 3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