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애 ([email protected])
2020년 3월 25일 오후, 사무실에서 가까운 보라매공원을 둘러보러 갔다. 공원 입구에는 형형색색의 일년초가 하트 모양으로 심겨 있었다. 촌스러웠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니 나도 좋았다. 공군사관학교가 이전한 자리에 생긴 보라매공원은 근처 동작구 신대방동 외에도 영등포구 신길동과 관악구 신림동, 구로구 구로동에 이르기까지 여러 동네 사람들의 명소다. 공원 중앙에는 사관학교 시절에 운동장으로 쓰던 넓은 잔디밭과 주변을 도는 순환로가 있다. 공원 시설 중에서 순환로는 사계절 내내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곳이다. 늦은 밤까지 떼 지어 걷는 모습을 멀리서 보면 기이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날도 모처럼 풀린 날씨에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공원의 이른 봄 풍경 사진을 몇 장 찍고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하늘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다. 헬리콥터가 땅으로 점점 내려오면서 소리는 더 커졌고, 아직 잔디가 자라지 않은 맨땅의 흙이 사방으로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가까이에서 헬리콥터가 착륙하는 것을 보기는 처음이다. 소음이 엄청나게 컸고 먼지로 사방이 뿌옇게 변했다. 보라매병원 쪽에서 구급차가 요란한 삐뽀 소리를 내며 다가왔고 다른 편에는 소방차가 막 도착했다. 평화롭던 공원이 순식간에 뉴스에 나올 법한 풍경으로 변했다. 먼지 때문에 환자를 이송하는 장면을 정확히 볼 수 없었지만 어떤 상황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서울 남산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으로 일하고 도시경관연구회 보라(BoLA)에서 공부하며 연세대학교 겸임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좋은 사람들과 연대하며 오래 일하며 공부하고 싶다. 건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