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훈 ([email protected])
코로나19의 확산은 전 세계의 경제 활동과 일상 풍경을 뒤흔들고 있다. 견고해 보이던 사회 인프라와 의료·보건 체계는 감염병 창궐 앞에 때론 무기력했다. 여러 사람과 서비스를 끈끈하게 이어주던 도심 속 대중교통, 콜센터, 광장, 클럽, 어린이집, 종교 시설, 방문 판매 업체, 물류 센터는 바이러스 증식과 확산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국내외 폭발적 감염 확산의 중심이 된 ‘슈퍼 전파 거점(super-spreading hotspots)’은 거의 예외 없이 다수의 사람이 밀접하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대도시에 있다.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에서 한 식료품점을 매개로 발생한 183명 집단 감염이나 국내 이태원발 감염이 7차 연결 고리를 따라 전국 65개 시군구 277명 확진자로 이어진 것이 그 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일어난 감염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8월 초까지 20~30명 이내였던 서울의 신규 확진자 수가 15일 150명, 29일 166명까지 치솟았다. 387명의 신규 확진자를 기록한 8월 23일에 서울과 경기도 내 확진 비율은 전국의 67.7%였다. 이러한 높은 비율은 서울의 사회·경제적 위상과도 비례한다. 전국 대학교의 19.2%, 법인 수의 31.2%, 법인세의 43.2%, 은행 예금의 51.4%, 항공·육상 운송업 매출의 54.4%가 서울시 한 곳에 집중되어 있다.1 대도시는 높은 밀도의 경제 활동으로 막대한 가치를 창출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바이러스에는 취약한 곳이 되고 말았다. 특히 사람을 매개로 퍼지는 전염병에 대해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그동안 서울 어디에서 많은 확진자가 나왔고 그에 따른 도시 활동 위축은 어떻게 나타났을까? 국내 다른 도시보다 서울은 사람 간 접촉 시간이 길고, 대면 거리가 짧고, 고밀도 실내 공간이 많다. 이러한 맥락에서 코로나19 충격과 도시 행태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자 올해 4월부터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과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이 ‘코로나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2
매주 비대면으로 만나 대중교통, 생활 인구, 고용·산업 세 분야를 탐구 중이다. 그중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중교통과 생활 인구 관련 연구의 일부를 공유하고자 한다.3
집이냐 직장이냐
연구진이 가장 궁금했던 점 중 하나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집과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어떻게 변했는가다. 최근 ‘집콕 생활’, ‘랜선 라이프’, ‘비대면 근무’ 문화가 널리 확산했지만, 그 구체적인 모습은 국가마다 다르다. 사람들이 일터에서 보낸 시간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한국, 일본, 스웨덴,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국가별 업무 지역에서 집계한 생활 인구 데이터가 있다. 등록 인구와 달리 생활 인구는 조사 시점 당시 특정 영역에 있는 모든 사람의 수를 합한다. 그 사람이 일을 했든 잠을 자든 관계가 없기 때문에 현주 인구(de facto population)라고도 한다. 이를 이용해 코로나19 확산 전후의 일별 생활 인구 변화를 그래프로 그렸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6개 국가 모두에서 업무 지역 생활 인구가 감소했다. 하지만 나라별 감소폭은 큰 차이를 보였다. 주민 이동과 영업 활동 일체를 전면 봉쇄한 영국이나 락다운(lockdown) 자체는 없었지만 탄력 근무가 자유롭고 몸이 아프면 진단서 없이도 2주간 병가가 가능한 근로자의 천국 스웨덴에서는 7월 말을 기준으로 평소 절반 이하의 인원만이 일터에서 관측되었다. 그에 반해 감염 위협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터로 돌아온 의지의 국민은 누구일까? 예상대로 한국인이다. 그래프를 보면 한국에서 5월 중순 이후 일터에 나온 생활 인구는 평상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물론 여기서의 회복은 사무실 근무만이 아닌, 업무 지역 전반의 사회 활동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의미다...(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김세훈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미국 하버드 GS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로서 도시설계연구실(Urban Studies and Design Lab)을 이제승 교수와 함께 운영 중이고, 2018년 다섯 명의 동료와 어반랩 도시기획협동조합을 공동 창업했다. 『도시에서 도시를 찾다』(한숲, 2017) 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