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강석의 경험화
서울로의 양단에서 각각 서쪽과 동쪽으로 뻗어 있는 퇴계로와 만리재로의 보행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보행환경이 무엇인지를 먼저 연구했다. 분명한 것은 이 같은 프로젝트가 흔히 요구하는 ‘스토리텔링’이 실제 그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살아온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쾌적한 보행의 필수 조건은 배수의 양호함이다. 도쿄 쓰키지 시장의 바싹 마른 길을 걸을 때면, 어릴 적 죽변어시장과 노량진수산시장을 다녀오면 항상 신발 아래가 축축해졌던 기억이 떠올랐었다.
그렇다면 양호한 도시 배수의 기본은 무엇인가. 당시 서울시는 시의 모든 보행로를 투수블록으로 시공하도록 권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설치 후 6개월만 지나도 블록의 공극이 오염 물질에 막혀 투수 성능이 완전히 상실된다는 연구 결과(“투수블록 포장 시범시공 (1차) 결과 보고”,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2010)만 보더라도, 블록 자체의 초기 투수성보다 놓이는 땅의 구배와 매끈한 다짐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됐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5호(2020년 5월호) 수록본 일부
설계 오피스박김
시공 대일테크, 유일조경
발주 서울시
위치 서울시 중구 묵정동(퇴계로) /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만리재로)
면적
퇴계로 일대 약 1.1km 구간 / 만리재로~서울로 7017 일대 약 1.5km 구간
완공 2017
사진 김종오
오피스박김(PARKKIM)은 박윤진과 김정윤이 2004년 네덜란드에서 설립했다. 2006년 서울로 이전해 한국의 지역적 가능성에 근거한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는 한편, 활발한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2019년 김정윤 대표의 하버드 GSD 임용을 계기로 보스턴에도 사무소를 설립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양화 한강공원(2011), SBS 프리즘 타워(2011), CJ 블로썸 파크(2015), 송도 트리플스트리트(2017) 등이 있다. 현재 서울공예박물관, 청담 에테르노, 한화리조트 설악 호수정원 등의 설계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