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탁 ([email protected])
16년 전, 대책 없는 복학생이었던 나는 재학 중이던 조경학과의 당시 분위기에 이끌려 ‘제4회 늘푸른 환경조경설계 공모전’(이하 늘푸른 공모전)에 참여해 입선을 받았다. 친구들과의 뒤풀이에서 꼬드김에 넘어가 시상식에 참석했다. 그때 이유 모를 용기와 영감을 얻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지금 난 조경 설계를 하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날의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자의 수상 소감을 들으며, 이유 없이 머릿속을 스쳐 간 생각 때문에 조경학과 친구들에게 내년 늘푸른 공모전에서 저 자리에 올라 꼭 이렇게 수상 소감을 말할 거라고 다짐하게 된다. “공부가 제일 쉬웠습니다. 수업에 충실히 임하고 예습, 복습을 철저히 했던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것 같습니다.” 매년 11월만 되면 9시 뉴스에서 전국 수석이 어김없이 전하던 소감의 핵심 구절이었다. 다음 해 늘푸른 공모전이 ‘제1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으로 바뀌었고, 난 대상을 받아 스스로 다짐했던 수상 소감을 말하게 된다. 언젠가 꼭 해보고 싶어 수도 없이 연습했던 말이었다. 그 일이 조경가로서 내 성장의 시작이었다.
춤을 추며 조경을 하다 보니 대통령상을 받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고, O3스코프(O3scope)를 열고 유학 자금을 마련하려 노력하다보니 유명 건축가와 일할 기회도, ‘제1회 대한민국 신진조경가 대상 설계공모전’에서 대상을 받는 기쁨도 누렸다. 마침내 목표했던 곳으로 유학을 떠났고, SWA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서 일하며 디자인 디벨롭(design develop)과 디테일 설계에 마음껏 빠져 지낼 수 있었다. 사는 곳이 실리콘 밸리의 직접적 영향권이었던 덕분에 워터젯 커터(waterjet cutter), CNC 라우터(router) 등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 등장한 다양한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 장비를 익힐 수 있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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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세
2020-01-0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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