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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enscape] 생태, 즐거움이 함께 있는 Ecology, with Pleasure
  • 윌리엄 S. 손더스
  • 환경과조경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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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심의 여지없이 유쿵졘(Yu Kongjian)이 현대 조경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진보적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지금껏 인간이 지구와 상호 작용할 때 자연의 방식을 무시한 채 일방적 강요를 해왔다면, 그는 자연을 존중하고 상호 협력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때로는 무심하게, 원하는 바를 위해 자연을 이용해왔고, 이제 자연은 태풍, 홍수, 가뭄으로 우리에게 복수를 가하고 있다. 우리는 미생물을 포함한 모든 종을 지배하게 된 바로 그 순간, 통신 및 운송 기술로 지구의 모든 물리적 장벽과 거리를 극복한 바로 그때, 우리 중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면서 땅, 동물, 기후, 지리를 체감할 기회가 거의 사라진 지금에 이르러서야, 서로 양보하고 포기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 미래 후손에게 동적 평형 상태를 되돌려주길 꿈꾸는 현재, 아직 우리에게는 지난 두 세기 동안 이룩한 무분별한 자기 파괴적 문명에서 돌아설 기회가 있다.

 

구체적으로, 한편으로는 은유적으로, 우리는 새로 만드는 것만 강조하는 데서 벗어나 모든 생물, ,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를 지키는 방식으로 문명을 유지해야 한다. 이 같은 이슈에 대해 유쿵졘만큼 직접적이고 생생한 경험을 한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는 중국의 농촌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다.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농사에 자연을 이용하고 자연을 위해 농사를 조절하는 방식을 경험하며 성장했다. 홍수와 가뭄에 적응하는 방법을 체득하고, 날씨의 중요성을 깨닫고, 식물과 동물의 생존에 필요한 환경을 지속하는 법을 배우며 자랐다. 사상가로서 삶이 꽃피기 시작한 대학 시절, 그의 고향 마을에 기습적인 근대화의 바람이 몰아쳤다. 수목과 토착 식물이 땅에서 뽑혔고, 강과 하천이 정비되면서 물고기들이 죽었다. 물은 마을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파이프를 통해 들고 나는 낯선 무언가로 변했다.

 

고대의 관습으로 회귀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인간과 자연 간의 성공적인 협력에 이를 때는 그러한 조화에 내재된 아름다움, 즐거움, 영감이 수반된다. 즉 이는 단순히 잘 작동하는 기계를 다루는 문제가 아니다. 순수함을 회복하는 것과도 다르다. 유쿵졘은 과학자, 식물학자, 유전학자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어떤 잔디가 어떤 조건에서 잘 자라는지 이해하기 위해, 최신 연구를 참조할 뿐 아니라 어린 시절의 기억에도 의지한다. 그는 인간을 다른 생물체보다 가치 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극단적 환경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오래된 나무 아래 사람들이 모여 앉아 놀던 기억에서 사람들의 유대감을 높이는 나무의 역할을 떠올린다.

 

유쿵졘을 이끄는 동력은 자연과 문명의 건강한 관계의 회복이지만, 동시에 그는 아름다움과 예술을 창조하고, 지역 주민의 일상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상호 작용을 촉진하는 공간을 만들고,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고, 대지를 작물, 야생 동물 서식지, 깨끗한 물 등을 생산하는 곳으로 만들고, 삶을 지탱하는 경관에 대해 사람들을 교육하는 일에도 비중을 둔다. 너무나 큰 과제들이다. 유쿵졘은 끝없는 에너지를 가진 야심가다. 동시에 여러 방향에서 작업한다.

 

그가 여러 분야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야망을 펼치는 점은 본받을 만하지만, 그의 작업을 좀 더 비판적으로 볼 필요도 있다. 어떤 것도 훼손하지 않고 혼란도 일으키지 않으면서 그 많은 목표를 달성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그의 공원은 부분의 합보다 더 많은 것을 포함하지 않는 별개 요소들의 집합인가? 옥수수 밭이 어떻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위적 금속 조각품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버려진 공장 건물의 철골 구조물이 토착 식물과 인공 습지로 만든 경관 속에서 연출하는 공간은 어떠한가? 섬세하게 일렁이는 풀숲의 아름다움과 풀숲이 어떻게 독소를 흡수하는지 설명하는 딱딱한 이론 사이에 어색한 모순점이 있는가

(중략)

 

 

* 환경과조경 379(201911월호) 수록본 일부

  

윌리엄 S. 손더스(William S. Saunders) 하버드 디자인 매거진(Harvard Design Magazine)의 공동 창립자이자 전 편집장이다. 하버드 교육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하버드 GSD에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및 자문직을 수행했으며, 현대 도시, 건축, 조경에 대한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 이 글은 유쿵졘의 다음 책 머리말을 번역한 것이다. Designed Ecologies: The Landscape Architecture of Kongjian Yu , William Saunders ed., Birkhauser Architecture, 2012, p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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