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정한 ([email protected])
강남치고는 수더분하고 어수선한 개포동 주택가 골목, 붉은 벽돌의 전형적인 ‘집 장사 집’들 사이에 단아한 백색 콘크리트 건물이 이채롭게 끼어 있다. 밖에서 얼핏 보면 정갈한 카페 같은 김호윤 소장의 오피스는 이 건물 1층에 있다. “인터뷰 걱정에 두 시간 전부터 일손을 놓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김 소장이 김모아 기자와 나를 맞았다. 커피가 맛있어 한 잔을 더 청했다. “직원들의 커피 값이 걱정돼 사무실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뒀어요. 테라로사 원두를 씁니다. 한 잔에 4, 5천원, 너무 아깝습니다.” 서로 긴장한 인터뷰이와 인터뷰어, 마주 보지 않고 같은 방향을 보며 소장 방의 사이드 테이블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슬쩍 옆을 보니, 김 소장은 내가 미리 보낸 예상 질문지에 빼곡히 메모를 해놓았다. 원래 구상한 순서대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이 발동했다.
설계사무소를 시작한다는 것
-축하합니다. 주변의 반응이 어떤가요.
“감사합니다. 사무실 회식 중에 선정 소식을 들었어요. 덕분에 회식이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죠. 정말 기쁘지만, 1회라서 엄청난 부담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주변에서도 참 기뻐하시고요. 특히 발주처나 클라이언트들에게 효과가 큽니다. 앞으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평소에 ‘젊은 건축가상’이 참 부러웠어요.”
-네, 이 상이 젊은 건축가상이나 뉴욕의 영 아키텍트 어워드Young Architect Award 못지않은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우리 『환경과조경』도 애쓸게요. 호원 시작한 지 3년 정도 됐죠? 2015년 말?
“네, 2015년 11월에 시작했습니다. 딱 만 3년 지났어요.”
-그 무렵에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지 않았던가요? 서래마을에선가, 우연히.
“네, 맞습니다. 그 자리에 이번에 같이 상 받은 HLD의 이호영 소장도 있었고, 그 후에 얼라이브어스를 시작한 강한솔, 나성진 소장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3년이 참 빨리 흘렀어요.”
-설계사무소를 연다는 것, 참 막막하지 않았나요?
“설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자기 사무실 열어서 소장 하는게 꿈이죠. 그런데 원래 그때 시작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갑자기 회사(삼성에버랜드)에서 좋은 퇴직 조건이 생겨서 나왔는데, 일주일 만에 바로 제 사무실을 차리게 됐어요. 원래는 공부도 좀 하고 여유를 가지고 시작하려고 했는데, 마음이 갑자기 급해졌어요. 거의 전투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바로 스태프를 채용했나요?
“첫 한 달은 혼자 했고, 바로 두 명과 함께 했어요.”
-그래도 월급 줄 만큼은 일이 있었나 보네요.
“이것저것 안 가리고 다 했어요. 뭐라도 해서 우선 궤도에 올라야 하니까. 지금도 일을 가리지 않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사무실들이 다 그럴 테죠.”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