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정원 열풍이다. 심지어 정부와 여러 지자체까지 나서서 시민을 위한 다양한 정원 교육 프로그램과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있다. 특히 지난 해 개최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대중적 호응을 얻으며 이러한 열풍을 거세게 증폭시켰다. 여러 매체에서 정원 관련 콘텐츠를 앞다투어 쏟아냈고, 2013년도에만 3개의 정원 잡지가 연달아 창간되기도 했다. 새롭게 조성되는 공간에 ‘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늘어나, 이제 정원은 사적인 공간을 넘어 공공의 환경을 가꾸는 새로운 키워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들썩임은 정원 문화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런데 우리에게 서양에서 태동한 ‘정원’ 문화라는 것이 있기는 했던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버전의 ‘자연’ 상품화일까?
지금 정원이 유행처럼 소비되고 있다 해도, 에덴을 원형으로 하는 정원의 역사는 문명의 역사나 다름없었다. 정원은 조경이라는 전문 분야를 탄생시킨 모태이자, 공공적 도시 공간의 상징인 공원의 전신이다. 긴 시간 동안 정원에는 다양한 가치가 누적되어 왔다. 정원은 가장 근본적으로는 자연과 문화의 중간지대였고, 탄생과 죽음의 공간이었으며, 일상적인 생산과 노동의 장이었다. 또 정원은 감각적 경험과 미학적 쾌락이 충만한 환경이자 여러 예술이 연합하는 극장이기도 했다.
트렌드라는 미명 하에 별다른 반성 없이 소비되기 시작하고 있는 동시대의 정원과 그 문화를 다시 독해할 필요가 있다. 정원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가 정원을 요청하고 있는 현상의 이면은 무엇인가?
4월호 특집은 ‘다시, 정원을 말함으로써’ 정원의 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한 자리다. 그것은 잃어버린 정원을 다시 찾는 일에 다름 아니다.
1. 정원의 귀환을 바라보는 몇 가지 시선 _황주영
2. 다시, 되새겨야 할 정원의 정체성 _이준규
3. 3인 3색 정원 단상
1 나는 살구나무 아저씨였다 _함성호
2 정원, 천천히 준비하고 기다려야 찾아올 문화 _오경아
3 불가능한 정원의 꿈, 콘크리트 공원과 텃밭 _반이정
4. 정원, 책으로 말하다 _남기준
5. 어느 정원의 8경 _정욱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