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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교체와 시정의 변화 : 민선 20년의 흐름을 읽다
  • 환경과조경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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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시장은 서울 시장의 임기를 마친 뒤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있어서 서울 시장 임기 중에 그가 추진했던 ‘청계천 복원 사업’이 미친 영향은 대단히 컸다. ⓒ이형주

 

크게 보고 흐름을 읽자


“시장市長보다 시정市政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시정보다 시민市民이 더, 더 중요하다.”

지난 해 출간한 책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의 마무리 부분에 “좋은 시장 < 좋은 시정 < 좋은시민”이란 제목의 글을 넣어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참한 도시든 아름다운 도시든 정말 좋은 도시를 원하고 그런 도시에서 살고 싶다면 우선은 좋은 시장을 뽑아야겠지만 거기에 멈추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시장이 욕심꾸러기 시장市場에 잡아먹히지 않고 오로지 시민을 위해 일하기 위해서는 바른 시정市政을 확정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시장이 얼굴이라면 시정은 몸통이다. 시장이 이미지라면 시정은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현실이다. 시장 선거 때부터 후보의 됨됨이뿐만 아니라 그와 그를 지지하는 세력의 바람이 담긴 정책, 즉 ‘시정’을 면밀히 살펴야 하고, 시장을 뽑은 뒤에도 계속 지켜봐야 한다. 그가 약속한 대로 시정을 실천하고 있는지를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시장으로 하여금 좋은 시정을 펼치도록 하는 일을 누가 할까? 바로 시민이다. 시민뿐이다. 좋은 도시는 오직 좋은 시민만이 누릴 수 있다. 아름다운 도시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아름다운 시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 바로 아름다운 도시다. 그래서 시장보다, 시정보다, 시민이 더 중요한 것이다.

지방자치제도의 부활에 따라 1995년 6·27 지방 선거로 민선 1기 서울 시정이 출범한 이래 민선 5기까지 20여년을 보냈고, 이제 눈앞에 닥친 6·4 지방 선거를 통해 조만간 민선 6기를 열어갈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서울 시민들은 조순, 고건, 이명박, 오세훈, 박원순 시장까지 다섯 명을 서울 시장으로 뽑았다. 다섯 명의 서울 시장들이 지난 20년 서울 시정을 이끌어 왔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시정 또한 바뀌었다. 미세한 변화도 있었고 아주 큰 변화도 있었다. 연속된 흐름도 있었고, 정반대의 역류도 있었다.

서울 시정을 조금 크게 보았으면 한다. 지난 20년은 꽤 긴 시간이었고 우리의 현대사 격동기의 한 매듭을 지은 아주 중요한 역사이기도 하다. 시장의 교체와 그에 따른 시정의 변화를 크게 보고 흐름을 읽어보고자 한다. 과거와 현재, 그 흐름을 읽으면서 서울의 미래를

가늠하고 꿈꾸기 위해서다.


민선 1기와 민선 2기


1990년대의 한가운데를 지나던 1995년 7월 1일 민선 1기 ‘조순 시정’이 시작되었다. 부활한 지방자치제도에 따라 시행된 첫 번째 선거로 선출되었다는 점에서 조순 시장과 그의 시정을 살펴보는 일은 매우 흥미롭고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왜 서울 시민은 조순 후보를 시장으로 선출했고, 시장이 된 그는 어떤 시정을 펼쳤을까?


조순 시장의 ‘개발은 이제 그만’

초대 민선 시장으로 당선된 조순 시장은 취임식 하루전날 있었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취임식을 무기연기한 채 사고 수습에 전념했다. 두 달 후인 9월 1일 남산 백범광장에서 취임식을 가진 뒤 각 부서 업무 보고를 들었다. 도시계획국의 업무 보고 때 용산, 뚝섬, 마곡, 문정 등 서울시 대규모 미개발부지 전략 개발 구상 보고를 듣다가, 아직도 서울에서 이런 식의 개발을 지속할 것이냐며 보고를 중단시켰다. 미래를 대비한 전략적 구상을 당장의 개발 계획으로 오해한 탓도 있었겠지만 서울 시정에 대한 조순 시장의 생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순 시정은 무엇보다 안전과 방재를 중시하였다. 시정 과제의 첫 번째 꼭지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서울’이었다. 40여년 지속되어온 개발 시대의 관성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100여명의 전문가들로 ‘녹색서울시민위원회’를 구성하고 녹색서울계획 수립 작업에 착수하였다. 환경을 중시하는 환경 정책이 본격화되었고, 문화와 예술과 복지 정책이 강화되었다. 시민단체들의 시정 참여 사업을 유도하였고, 교통행정과에 ‘녹색교통계’를 신설하여 보행과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교통 정책을 바꾸려 노력했다.

 

 

정석은 1962년 전북 전주 출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학사(도시공학) 및 석·박사(도시설계) 학위를 받았다. 서울연구원(1994~2006)과 경원대학교(2007~2013)를 거쳐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에 재직 중이다. 북촌, 인사동, 걷고 싶은 도시, 마을 만들기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저서로는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 『저성장시대의 도시정책』(공저) 등이 있다. 블로그(blog.naver.com/jeromeud)와 페이스북(facebook.com/jerome363)으로 시민 대중과 열혈 소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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