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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도시 서면’을 꿈꾸며 캠프 하야리아의 새로운 이름, 부산시민공원
  • 환경과조경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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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공원과 북항을 하나로 움직이게 할 동천의 잠재력

 

2005년의 제안

10년 전 필자는 캠프 하야리아의 공원화 방안에 대한 발표 기회를 두 차례 가졌다. 당시 H공원(캠프 하야리아에 대한 가상의 공원) 조성은 부산의 새로운 도시 자본을 창조하는 일이라고 규정하고, ‘서면에 있는 H공원’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H공원이 있는 서면’이라는 시각으로의 확대와 전환을 요청했다. ‘도시와 자연이 공생하는 도심urban core in harmony with nature’이라는 핵심 개념 속에서 H공원을 중심으로 주변의 자연자원, 단절된 동천 등과의 연계를 통해 백양산에서 북항까지 모두를 잇는 3가지 ‘파크웨이park way’ 개념을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그린 네트워크는 백양산에서 황령산으로 이어지는 생태적 도심 녹지 축선 상에서 끊긴 구간들을 연결하는 것으로, 백양산의 녹지를 H공원으로 끌어 오고 또 H공원의 녹지를 서면과 도심 너머의 황령산으로 확산시키는 것이었다. 블루 네트워크는 복개와 인공화를 통해 원 기능을 잃어버리고 단순한 하수 처리 공간으로 취급되고 있던 동천의 복원을 제안한 것이었다. 백양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들은 H공원을 거쳐 서면을 지나 북항에 이르게 하고, 사람들과 각종 생물들이 맘대로 다닐 수 있는 산에서 바다로의 물길을 열자는 생각이었다. 마지막 옐로우 네트워크는 H공원이 서면과 불과 700~800m 떨어져 있다는 입지 조건에 착안한 것으로, 서면로터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상업 지역의 활력을 H공원과 보행으로 다양하게 연결하여 단일 활동권으로 통합하자는 제안이었다.

이러한 개념의 전개를 위해서는 ‘공원’의 고유 영역에 대한 파괴가 전제되어야 하며, 특히 조경을 넘어 도시, 건축 등 관련 분야와의 친밀한 조우를 위한 공공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H공원과 서면의 유기적인 관계 형성을 통해 지역 쇄신을 도모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공원부, 경계부, 외연부로 구분하여 제안했다.


2014년의 상황

10년 전의 논제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당시의 제안 중 공원부의 설계와 시공과 관련된 것을 제외한 대부분의 것들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부산시민공원은 온통 회색빛으로 둘러싸여 있다. 부산시민공원이 도심 공원으로 제대로 작동하려면 공원이 주변의 회색빛 콘크리트를 뛰어넘거나 품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부산시민공원=고립된 녹색 섬’이 아니라, 주변 가로변과 블록 내 골목길들, 고가도로와 철도 시설들, 넓은 대로와 공공 시설들과 함께 공원이 호흡하며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 찾기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산시민공원이 있는 서면 일대는 광복동과 함께 부산의 지역 경제와 문화를 이끌고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도심이다. 바다와 맞닿은 광복동의 역할과 달리, 서면은 ‘내륙 도심 활력의 확산점이자 결집점’으로 역할해 왔다. 하지만 서면의 환경은 온통 인공적이고, 고개만들면 보였던 산들도 건축물 틈새로 산정만 겨우 보일뿐이다. 서면을 맑게 흐르던 동천은 코를 잡고 걸어야 하는 도시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했고,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던 5개의 지류(호계천, 부전천, 전포천, 가야천, 당감천)는 모두 복개되어 현재 남은 동천은 단지 2.6킬로 미터에 불과하다. 이러한 서면의 환경 변화사는 1905년 경부선이 개통되면서 시작되었다. 부전역을 지나 부산역으로 가는 철길과 연접했던 캠프 하야리아는 서면을 서면로터리를 중심으로 하는 남쪽과 캠프 하야리아 주변으로 하는 북쪽으로 양분시켰다. 철길과 군부대는 서면의 상업 활력을 차단했고 백양산에서 흘러내리던 녹지 흐름도 끊어버렸다. 이러한 막히고 단절된 상황 속에서 백 여 년의 세월이 지난 것이다. 결국 지역의 퇴락과 정체를 낳았고, 철도와 군부대로 단절된 서면의 북쪽은 불균형하게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서면과 같은 도심은 땅이 무척 귀하고 풍요로운 곳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크고 웅장해서 풍요한 것 같아 보이면서도 그 이면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경관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취약한 곳이 도심이다. 서면 일대는 우리나라 대도시의 도심 중 그 취약성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곳 중 하나다. 좋은 도심에서 느낄 수 있는 창의적 힘과 활력이 거의 없다. 부산 시민 스스로도 서면은 그저 그런 모습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해운대와 광안리에 매달리고, 낙동강에 허황된 에코델타시티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강동진은 성균관대학교에서 건축학을 공부하였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도시설계와 역사 경관에 대한 꿈을 키웠다. 현재 경성대학교 도시공학과에서 자연, 문화, 역사, 경관 등을 키워드로 하는 ‘도시 재생작업’을 통해, 학생들이 도시재창조에 대한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지도하고 있다. 특히 버려지거나 황폐해 가는 도시 유산들(산업유산, 근대화유산, 역사마을 등)을 지키고 힘을 싣기 위한 방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더불어 캠프 하야리아 부지의 시민공원화를 위한 전문가 그룹인 ‘하야리아공원포럼’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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