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특별히 가고 싶은 공간, 누구와 함께하고 싶은 공간, 소중한 사람을 데려가고 싶은 공간, 추억을 만들고 싶은 공간이 있다. 사회에 존재하는 공적인 공간이 이러한 공간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특별히 고도로 복잡하고 체계적인 범죄예방 프로그램을 적용하지 않아도 사람을 중심으로 한 공간 사용방식만으로 충분히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다. PPS(Poroject for Public Space)에 따르면, 좋은 공간은 축제가 있고, 사회적·경제적 가치의 교환이 있으며, 친구들이 우연히 만나고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적 공간이 지금까지 기대만큼 잘 활용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매슬로우(Maslow)의 말처럼,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면 우리는 단순 싫고 좋고가 아니라 안전하고자하는 욕구를 충족시키려 한다. 안전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야 우리는 애정도, 존경도, 자아실현 욕구도 없다. 삶의 질을 논하는 선진사회로 진입하면서 도시와 공간이 안전의 개념을 차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1970년 미국에 CPTED 개념이 소개되고 40년이 지나 그 효용성을 논하기 시작하는 2010년 전후 언저리에 우리나라에서는 CPTED의 개념이 새로이 소개되기 시작하였다. 도시의 혼란기에 태생하여 안전한 공간, 설계로서 범죄를 감소시키고 예방하려는 노력으로 시작된 이 CPTED의 개념은 40년의 시간 동안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왔다. CPTED는 학교, 도서관, 공원, 도시 설계와 같은 공적인 공간에 대한 디자인 개념의 변화와 함께, 인간 중심적인 도시 설계의 재고민, 그리고 사적인 공간의 안전성에 대한 고민까지 사람들의 삶의 곳곳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자연감시, 접근통제, 영역성, 활동지원, 유지관리라는 단순한 5가지 개념으로 다재다능하게 공간 활용도를 논할 수 있으니, 완성품은 공간의 목적과 상황 그리고 선택하고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즉, 모든 공간에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아닌 공간의 목적과 상황에 맞게 취사선택 변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쉽고 단순한 개념 탓에 CPTED는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개념들과 접목되어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공간이 수행하는 다양한 역할에 대한 기대감에서 출발한 CPTED는 이전에는 전혀 연결점을 찾지 못하였던 범죄예방기능의 범주로도 확대되었다.
CPTED 전략의 초기 접근은 공공주택 디자인에 한정되어 출발하였으나, 쉽고 간단한 전략들은 이 CPTED 개념을 다양한 곳에 응용을 가능케 하였다. 현재 도로, 공원, 학교, 공공건물, 주차장, 버스정류소 등에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 Virginia 주는 은행, 병원 등의 사적인 비즈니스 영역까지도 CPTED를 응용한 세부 팁을 가이드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앞서 말했지만, 공간에 기초한 범죄예방 정책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여 CPTED는 범죄예방에 대한 비용과 부담을 다양한 기관과 파트너십을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다. 때문에 경찰이 담당해야 하는 치안 문제라는 개념에서 범죄학자, 조경, 건축, 디자인 그리고 주민들의 협력이 그 공간에서의 범죄문제의 성패를 가르는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