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호 _ (주)한설그린 대표이사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가치관이 있고, 저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누군가에겐 특이하게 보이는 일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그저 일상일 뿐이다. 사회적 활동과 기부행위도 그러하다. 요즘 사회적 활동과 기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남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러한 활동에 대한 관심도 하나의 사는 방식이라고 말한 한승호 대표에 따르면 “누구나 기부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들은 있지만 기회가 없어서 못할 뿐”이라고. 그가 살아가는 방식, 지금부터 들어보자.
사회적인 활동과 참여에 언제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러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삶에 여유가 생기면 직업적으로 하던 일 외에 어떤 걸 해보려 합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시작하는 세계 일주라든지, 이런 것들이 자기 나름대로 인생의 가치관에 의한 방식일 겁니다. 저의 사회적인 활동과 참여에 대한 관심도 그냥 사는 방식입니다.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활동들에 의미를 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 사람들이 여유가 생기면 사회적인 활동들에 참여하게 되죠. 여유가 없으면 어렵습니다. 테레사 수녀처럼 자신의 모든 시간을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저는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것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려고 합니다. 무언가를 어떤 계기로 갑자기 했다고 하기는 어렵지요. 사회적인 기부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사회적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 하지만 누구나 그런 마음은 가지고 있습니다. 기부를 하고 싶은데 그런 기회를 못 만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크리스마스 때 자선냄비에 돈을 안 낸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가다가 깜빡했다면서 내는 사람도 있고, 자선냄비를 쫓아가서 기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금씩 나아지는 거고, 그 모습을 보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배우게 되겠죠.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크건 작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네팔에 위치한 비레탄티 초등학교 건립을 후원했는데, 학교 앞 공터를 놀이터로 조성하여 학업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공간까지 조성되었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 조성, 그 바탕에는 어떠한 생각이 있었습니까?
한설그린의 시작이 놀이터 사업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입사한 곳이 ‘환타지코리아’라는 목재 놀이시설물업체였습니다. 대표님이 덴마크에서 조경공부를 하다가 오신 분이었는데, 회사를 이끌던 중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해오던 공사를 이어가야 했기에 계속 이 일을 하게 됐습니다. 실패도 있었지만 1984년도에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한설그린을 창립했습니다. 놀이터와 관련된 사업을 하다 보니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번에 네팔에 놀이시설물을 지원해주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돈으로 하는 다른 지원도 가능했겠지만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이들한테 중요한 건 노는 겁니다. 마음껏 뛰어놀고 공부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반면 한국은 학교 운동장의 크기도 점차 줄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동복지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아동시설에 어린이시설 의무설치 조항이 폐지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이 점차 줄어드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놀이공간이 놀이 기능이 아니더라도 오픈스페이스가 되는 공간인데, 그게 없어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문제는 실제로 놀이터를 만들어놔도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겁니다. 요새 우리 동네 같은 경우는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볼 수가 없습니다. 영어학원에다 피아노학원, 태권도학원…. 놀 수가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놀이터의 활용도가 떨어지게 된 겁니다. 이용자가 줄어드니까 없어져도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든 활동적으로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배드민턴도 치고 자전거도 타고. 자주 안 쓴다고 없애버리면, 다이어트 한다고 밥 좀 덜 먹었더니 그 다음부터 아예 밥을 안 주는 것과 같은 겁니다. 땅을 조금이라도 더 써서 뭐라도 분양하려는 경제 원리가 우선이 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보편적으로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어린이들에게는 놀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그런 공간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인 분위기 조성이 필요합니다. 고령화시대에는 놀이터가 아이들만의 공간이 아닙니다. 결국 실버사회로 가는 단계인데,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공간, 아이들하고 어른들이 같이 공유하는 공간을 살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