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en Leaders of the Field of Landscape Architecture in Womenmics Era
첫 여성 대통령이 취임했다. 외국에서는 이미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근대 이후, 아니 지난 1,000여 년 이래 최초의 국가리더이다. 가부장적 전통이 강한 우리 사회로서는 역사적 사건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제 우리도 사회적 영역에서 여성들의 설 자리가 굳건해진 것일까? 벌써부터 사회 일각에서는 볼멘소리로 ‘역차별’을 운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신 모계사회’ 도래까지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한들 고진(Karatani Kojin)의 말처럼 모계사회가 반드시 모권사회이지는 않다.
객관적인 지표를 살펴보자. UNDP(유엔개발계획)의 2012년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남녀평등지수는 세계 146개국 중에서 11위이다. 그런데, 세계경제포럼WEF은 2012년에 한국의 성평등 순위를 세계 135개국 중에서 108위로 발표했다. 이렇게 상반된 통계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여성 근로 문제가 제도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서적인 것임을 잘 보여준다. 모성사망률, 교육률, 경제활동참가율 등의 양적 지표UNDP의 지표는 전세계 톱 텐을 바라본다. 그러나, 질적인 면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성평등 면에서 세계가 공인한 후진국일 뿐이다. 구미와의 비교는 처음부터 어불성설이다. 필리핀(6위), 스리랑카(39위), 몽골(44위), 중국(69위) 등 아시아권 국가들에도 한참 뒤진다.
추가로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 보고서를 하나 더 보자. 아시아 744개 기업에서 여성임원비율을 조사한 자료이다. 한국은 간신히 1명 이상의 여성임원이 있는 국가에 들어갔지만,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보다 한참 뒤진다. 한국 사회에서 유리천장은 아직까지 이렇게 견고하다.
그러나 햇살에 얼음 녹듯이 변화의 조짐은 보이고 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21세기는 여성의 세기’로 못 박았고, 인류학자 헬렌 피셔(Helen Fisher)는 “미래 산업구조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세기에는 여성들에게 여성성을 버리고 남성처럼 일할 것을 주문했다. 그런데 이젠 남성처럼 일하지 말고 여성처럼 일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산업혁명 이후 양적 생산의 효율성을 중시한 사회에서는 통제를 위한 수직적 리더십이 필요했으나, 창의적이고 소통을 중시하는 문화와 정보기술의 시대에는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감성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특유의 수평적 리더십으로 여성이 경제와 산업 전반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이른바 ‘위미노믹스(womenomics)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럼에도 조경분야는 건설업 특유의 보수성 때문에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소규모 기업으로서 비교적 창업이 용이한 설계사무실에서는 여성 리더가 적잖다. 그러나 엔지니어링으로 가면 그 수는 대폭 줄어들며 건설사는 더 심하다. 공공부문은 상대적으로 여성 진입이 용이하지만 근무 연수가 길어질수록 그 비율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시점에서 엔지니어링, 건설사, 공공부문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여성 조경가 6인을 만났다. 냉정한 현실로 존재하는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에서 어떻게 지내왔는지, 어려운 고비는 어떻게 넘겼는지, 자기관리의 노하우는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 일상을 작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6인의 생생한 목소리를 이제 들어보자.
참여자
엔지니어링
박기숙·(주)이산 조경부, 상무
박승자·(주)평화엔지니어링 조경부, 부사장
건설사
김태연·(주)대우건설 조경팀, 부장
박유정·(주)삼성물산 토목조경팀, 차장
공공부문
김선미·한국토지주택공사 녹색경관처, 처장
오순환·서울특별시 푸른도시국 동부공원녹지사업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