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 Yoon Jong
서울시 푸른도시국 공원조성과 과장
전국시도공원녹지협의회 초대 회장
소통과 갈등 조정에 탁월한 행정가적 면모와
다양한 정책 속 서울시 공원 녹지 확대의 공신
“조경가들은 수요자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지금 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일부 패널에서만 드러나는 디자인적 군살은 과감하게 제거하고, 보다 깊은 통찰력으로 사회학적 행태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드웨어적인 것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현실적인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 다양한 전문 분야와 협력하여 통섭의 원칙을 잘 살려나가는 것은 오늘날 조경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11년 올해의 조경인 정책 부문에 선정된 서울시청 푸른도시국 공원조성과의 최윤종 과장을 만나고 난 뒤, 문득 조경가와 공무원의 닮은 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공공성에 기반한 프로젝트가 많다는 점 말고도, 오늘날 조경가는 단순한 계획 및 설계가를 넘어서 공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사회적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음에 분명해 보인다. 사적 공적 갈등과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공간에서 단순히 물리적 디자인만 내놓는 전문가는 상식적으로 보아도 유죄가 아닐런지.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 갈등 조정에 탁월한 면모
“영광입니다. 갑작스런 수상 소식에 조금 얼떨떨했어요. 올해의 조경인상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감히 나에게 이런 상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최윤종 과장은 1982년 고려대학교 임업학과를 입학했다. 당시 대학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열심히 놀거나, 학생 운동을 열심히 하는 세 가지 부류가 있었는데, 자신은 주변인에 해당되었다며 학창 시절에 대해 솔직한 고백으로 말을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생물학을 좋아했고, 생물을 다루는 응용과학 분야인 나무라든가 동물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임학과를 진학하게 되었지만, 임학을 전공하면서는 뚜렷한 비전을 가지지 못하고 방황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1992년,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고는 기술고시를 통과하여 서울시청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그 뒤로 16년간 서울시 공원 녹지 정책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주민참여형 마을 만들기, 학교공원화, 옥상녹화, 강서습지생태공원, 서서울호수공원, 어울림 공원 등 서울의 녹지 공간을 확대해 나가는 사업들을 기획하거나 참여하면서, 특히 주민 소통과 갈등 조정에서 탁월한 면모를 보여 왔다.
입사 초기 동작구청 공원녹지과에서 근무할 때 진행했던 사당 3동의 주민참여형 마을 만들기는 ‘국내 최초의 주민참여형 마을 만들기’ 사례로 꼽힌다. 구청에서 주차장을 만들려다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주민참여를 통한 마을 마당이 조성된 사례로, 서울대 김성균 교수와 함께 진행했던 프로젝트였다. 당시에는 이러한 모델을 수행하고 있는 시민 단체나 유사 사례 및 매뉴얼이 전혀 없어서 힘든 점이 많았지만, 현재는 주민참여형 프로젝트의 교과서와도 같은 사례가 되었다.
옥상 녹화 사업은 1990년대 말 최광빈 현 푸른도시국장과 함께 초기부터 참여했던 사업으로, 서울시가 최초는 아니었지만 구조 진단, 경량화, 방수, 저관리 등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접근함으로써 최초의 성공적인 시범 사업을 선보였다. 당시 조성된 것이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옥상의 ‘초록 뜰’이다.
강서습지생태공원은 공공 기관과의 갈등을 기지 있게 해결한 사례였다. 원래 이 공원의 명칭은 강서조류생태공원이었으며, 김포공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항 2km 이내에는 조류 유인 시설을 만들 수 없다며 한 민간 항공 단체에서 반대를 했고, 당시 건설교통부와 공원관리공단 등 국가 기관에서도 반대가 심해 이를 해결하라는 특명을 받게 되었다. 회의를 거듭한 끝에 우리나라 최고의 조류 전문가인 원병호 박사를 설득하기로 하고는 직접 집까지 찾아갔으며, 결국 조류 유인 시설을 최대한 줄이고 명칭에서 조류를 제외하라는 권고를 받고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최근 ASLA award를 수상한 서서울호수공원의 탄생에 있어서 숨은 공신이기도 하다. 다른 부서에서는 도서관이나 영어 마을을 조성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대상지에 배수지가 존재하고 또한 정수 기능이 필요 없게 된 큰 인공 호수가 있는 것을 보고, 특히 주민 쉼터가 부족한 양천구 신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여 공원화 현상공모를 진행하였다.
전국시도공원녹지협의회, 도시공원위원회 폐지안 철회
최윤종 과장은 올해 3월 발족한 전국시도공원녹지협의회의 초대 회장이기도 하다. 이 모임은 전국 16개 광역 시·도의 공원녹지 정책을 담당하는 지방직 공무원들의 협의체로서, 관련 이슈가 있을 때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통해 자발적으로 결성되었다. 특히 지난 2010년 도시공원위원회 폐지안이 담긴 도시공원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었을 때, 이를 다시 존치시키는데 힘을 모았던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당시 국토해양부를 찾아가 반대 의견을 피력했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이후 각 시도 공원녹지 사무관들이 의견을 모아 국토부와 행전안전부를 방문해 도시공원위원회의 필요성을 설명했으며, 결국 폐지 건을 철회하였다.
조경인들 사회 속으로
그는 이해관계인 간 갈등 조정은 앞으로도 어려운 문제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미국도 개발 사업이 한창이던 1980년대 중반에는 오히려 우리보다 사회 갈등이 더 많았다며, 국내 도입을 망설이고 있는 사회영향평가와 갈등 조정을 위한 사회학자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같은 맥락으로 조경가의 사회적 관심을 요청했다. 아울러 수요자의 요구에 귀를 기울인 맞춤형 설계를 해 줄 것을 주문했다. 그의 관심은 궁극적으로 “사람”에 있지 않나 싶다. 사람 속에서, 사회 속에서 모든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고자 하는 최윤종 과장의 모습이 곧 서울의 빛나는 미래라고 생각하니 ‘올해의 조경인상’도 함께 빛나고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