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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 특별기고: 도시농업, 조경을 말하다
  • 환경과조경 2011년 7월

산업화 이전 1960년대는 경제력이 매우 취약했던 시절이다. 먹고 살기에 급급했었다. 당시 조경은 미미하거나 아예 개념조차도 보이지도 않았다. 대신 텃밭은 생활의 중심이었고 이를 배경으로 마당과 꽃밭, 장독대, 변소, 우물, 초가집, 그리고 이를 에워싸고 있던 울타리가 지금 생각해 보면 조경의 영역을 대신해 주었다. 잠시나마 텃밭 속에 조경이 묻혀 있었다고나 할까? 먹을거리의 비중이 컸던 시절인지라 텃밭만이 크게 보였다. 피부적으로 조경을 느끼건 한참 후 도시화에 따른 대한민국의 아파트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였다.
지난해 2010년 초부터다. 텃밭으로 상징되는 도시농업 열풍이 갑자기 일기 시작했다. ‘텃밭회복 운동’이랄까? 지금까지는 관행처럼 있어 왔던 주말농장 정도가 도시농업의 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그게 아니다. ‘집집마다 텃밭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먹혀 들 정도였다. 서울시에서 분양한 팔당 지역 주말농장과 상자텃밭 5천 개가 순식간에 말끔히 처리됐는가하면 최근 부산시 보리텃밭 나누기 행사에도 수천 명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서울 도심 ‘도시농사꾼학교’에 대기업 CEO들이 텃밭 공부에 ‘열공’ 중이고, 각 지자체마다 도시농업육성조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하여 올 6월 ‘도시농업지원육성법안’을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왜 이리 아우성일까?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 때문일까? 아니면 총체적인 잿빛 도시화의 갈래 속에 있을까? 요즘 식탁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가중된 것은 사실이다. 누구의 말을 빌면 우리 식탁의 90% 이상이 수입이거나 출처불명이다. 불량식품 범람과 오염으로 이제 시민들은 불신과 불안을 넘어 공포의 대상으로 먹을거리를 걱정한다. 또한 잦은 기상이변으로 1만 5천 원짜리 배추를 ‘내 손으로’ ‘우리가 직접’ 핸드메이드, 홈메이드 GIY 농산물을 찾는 분위기까지 역력하다. 그러나 이는 도시농업 열풍의 일면일 뿐이다.
도시농업과 조경의 출발점은 모두 도시화와 밀접한 관계성에서 찾을 수 있지만 그 배경은 사뭇 다르다. 잿빛 팽창 도시에 대한 회복 운동이 텃밭-도시농업이라면 조경은 도시를 만드는 핵심, 쾌적한 녹색 도시 만들기에 액센트가 주어진다. 그래서 조경은 건설 붐에 힘입어 진작부터 잘 나간 상품이다. 시멘트 문화를 자연친화적 녹색 도시로 바꾸는데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으레 도시건축물이 들어서면 고급 잔디가 깔리고 심지어는 수억 원을 호가하는 조경수와 조경석이 옮겨져 위풍당당한 도시 풍경을 순식간에 만들어 낸다. 내가 사는 목동아파트단지만 보더라도 눈으로 느끼는 녹지화율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30% 이상의 공간이다. 모두 한국 조경의 빼어난 노력과 기술 덕분이다. 아쉬운 게 있다면 너무 기계적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삶을 중시하려는 콘텐츠와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1960년대 방식의 매너리즘 녹화 방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게 그 예이다.
지난해 서울시의 옥상 녹화 사업을 보고 기겁을 했다. 잔디 깔고 나무 심고 분수대에 조약돌 붙이고 원두막 짓는 조경업의 이미지가 연상되었다. 더 가관인 것은 홍보안이다. 옥상 녹화의 필요성을 설명했는데 열섬현상 완화, 옥상 경관, 에너지 절감, 커뮤니티의 장, 생태징검다리 공간만으로 표현되었다. 의당 있어야 할 커뮤니티 가든-에더블 가든의 텃밭 개념은 쏙 빠졌다. 뭐랄까? 밀가루 반죽에 베이킹파우더를 넣어 잘 구웠는데 정작 팥소가 빠진 경우(?)라고 할까. 아직도 고착화된 이미지와 매너리즘이 조경에는 잔존해 있다. 2년 전 가을 오사카 남바파크를 방문하고 감동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제한된 시각이 생각난다. 오 시장은 남바파크 잔디밭 위에서 이런 말을 했다. “옥상 녹화 사업이 엄청나게 진화하고 있다” 조경의 1차원적인 ‘녹화’만 바라 본 것 같아 안타까움이 들었다.
도시농업이 지니는 최고의 가치가 있다. ‘즐길 수 있는’ 락(樂)이다. 가꾸는 즐거움, 소통하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 땀 흘리는 즐거움, 나누는 즐거움이다. 이른바 ‘오락(五樂)’의 도시농업이 ‘텃밭 DNA’이다. 돈 천원이면 손바닥 텃밭에 씨앗을 뿌릴 수 있는 즐거움이 있고 세살부터 여든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 도시농업이다. 도시농업포럼은 이번 가을에 ‘인사동거리텃밭 전’을 연다. 도시를 아름답고 푸르게 챙긴다는 목표도 있지만 최고의 가치는 즐거운 '텃밭 DNA'의 도시 접목이다. '텃밭 DNA'의 가치가 도시민에게 접목되어야 도시는 즐거워진다.
광화문광장을 지날 때마다 느끼는데, 세종대왕을 모시고 고급 대리석에 고급 잔디, 화려한 초화로 조경을 했지만 늘 그게 우울증으로 다가 온다. 즐거움의 '텃밭 DNA'가 배제되었다.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 잔디를 걷어내고 텃밭을 만든 이유는 더 나은 조경을 위해서도 아니고 꼭 내 입에 넣을 유기농 채소만을 얻기 위함도 아니다. 영혼 없는 ‘잔디’에 비해 ‘텃밭’이 지닌 가치가 1만 배는 더 커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성한 나의 4.9㎡ 마늘 텃밭에는 마늘만 자라지 않는다. 열무도 소복하게 자라고 상추 토마토 가지 파프리카 돌나물.  그리고 텅 빈 공간의 여유까지 부린다. 권위와 매너리즘에 푹 빠진 단순 조경이라면 사막이나 다름없다. 생명의 환희도 휴식도 살 수 없다. 브레이크! 깨야한다. 조경과 도시농업은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 같은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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