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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성의 『원야』로 본 중국 정원의 가치 정원학의 오래된 미래
  • 환경과조경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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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년도 청나라 건륭제 대에 조성된 이화원. 중국의 4대 원림 중 하나로 호수 너머로 바라보는 풍경이 매력적이다. ⓒCC BY-SA 3.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들어가며

오늘날 우리가 중국 현지에서 접할 수 있는 중국의 사가 원림은 대체로 근세 후기, 즉 명·청조에 조성된 것이고 1960~1970년대 문화대혁명 때 파괴되었던 것을 1980년대부터 대거 복원한 결과들이다. 시대의 한정, 가치의 변질, 원형 복원의 문제 등 여러 논란거리가 있는 강남 사가 원림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심상에 중국 전근대 원림으로 새겨져 있는 이유는 여럿 있다. 하나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유적이 있다는 점이며, 또 하나는 원림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다양한 기록물이 있다는 점이다. 많은 기록 가운데 특히 원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이론서는 원림의 가치를 재현하고 계승할 수 있게 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계성計成의 『원야園冶』는 중국 정원의 가치를 존재하게 하는 중요한 자료로, 앞으로도 중국 원림의 정형적 형태를 끊임없이 복제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는 자산이다.

『원야』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김성우·안대회가 번역본을 소개하면서부터다. 건축과 한학을 전공한 두 학자는 『원야』에 조원의 기술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이념적이거나 미학적인 내용도 광범위하게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1 이후 『원야』는 황기원, 이유직 등에 의해 조경학계에서 연구되었다. 이들은 조경계획과 설계의 입장에서 『원야』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피상적으로 이해되어 온 중국 원림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했다.2 『원야』의 주요 조원 기술인 차경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 전통 조경을 연구한 성과도 있다.3 그밖에 미학계와 미술학계도 『원야』를 종종 연구의 대상으로 다루었다.4 조경학계 외의 다양한 분야가 『원야』를 주목하는 것은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이 폭넓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중국 원림이 다양한 분야와 함께 발전해 온 융합적 대상임을 말해준다.

이론과 실천의 상호 작용이라는 관점에서 『원야』를 통해 읽을 수 있는 중국 원림의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자연 재현의 문제다. 계성은 원림 설계의 궁극적 목표를 자연에 두었다. 다음에서는 자연을 원림에 재현함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한 바를 알아본다. 둘째, 차경借景으로 본 시정화의詩情畵意의 문제다. 다음에서는 계성이 경관을 다루는 이면에 있는 문학과 회화의 유사성을 살핀다.


자연의 근본을 이해하고

그 요소를 원림에 적절하게 구성하라

『원야』는 크게 ‘원림 조성의 시작 말[興造論]’과 ‘원림에 대한 견해[園說]’로 구성되어 있다. ‘원설’은 다시 ‘터 살피기’부터 ‘터 조성’, ‘옥우’, ‘장절’, ‘난간’, ‘문창’, ‘담장’, ‘포장’, ‘가산 쌓기’, ‘돌 고르기’, ‘차경’까지 모두 11항목으로 나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모든 지침을 따르는 자는 주자主者, 즉 원림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자이다.

계성은 글의 서론격인 ‘흥조론’에서, 원림을 조성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因과 차借에 뛰어나야 하고 체體와 의宜가 정교해야 한다”고 했다.5 이는 곧 대지의 환경 조건에 원림을 부합할 수 있는 기술[因]과 경관을 빌리는 기술[借]에 뛰어나고 대상의 본질을 다루는 것[體]과 이들을 구성하는 바의 적절함[宜]이 정교해야 한다는 말이다. 원림에서 인, 차, 체, 의 네 가지는 서로 연관되어 있다. 경관을 빌리는 것은 환경 조건에 의지하여 이루어지고 외경의 본질은 경관을 빌리는 차경을 통해 얻어진다.6 그리고 외경의 본질들이 원림 안에서 적절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계성은 인의 궁극적 상태를 ‘정교하게 어울려 딱 들어맞는 것[精而合宜]’이라 하고 차의 궁극적인 상태를 ‘교묘하게 체를 얻는 것[巧而得體]’이라 하였으니, 결국 원림 조성의 정수는 ‘체’와 ‘의’로 얘기할 수 있다.

‘체’에는 여러 사전적 의미가 있지만 여기서 부합하는 뜻은 감상의 대상이 되는 사물의 본성, 혹은 본질이다. 계성의 말을 다시 정리하면, 원림의 주자는 사물의 본성을 정교하게 다뤄야 하고 차경으로부터 체를 얻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정작 『원야』에서는 ‘체’ 자체에 대한 내용은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그렇다면 체는 무엇인가? 계성의 체는 당말 오대 화가였던 형호가 말하는 회화의 ‘참됨[眞]’으로부터 비롯된다.



박희성은 서울대학교에서 ‘당·송대 산수원림’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원림, 경계 없는 자연』이 있으며, 전근대 동아시아 도성과 원림, 근대기 동아시아 각국 조경의 영향 관계를 관심 있게 살피고 있다. 현재는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동아시아의 수도를 연구하고 있다. 서울 한양도성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 작업에도 참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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