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원, 삶의 중요한 기록이 되다
2016 서울정원박람회 작가를 만나다
황신예가든룸-가든디자인 스튜디오
박종완플레이스랩 기술사사무소
식재를 잘 하는 황신예 작가와 시설물을 잘 하는 박종완 작가가 서울정원박람회에서 뭉쳤다. 두 사람은 협업에 도전한 이유를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이미 기존 정원박람회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들이다.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5월에 열린 ‘2016 코리아가든쇼’에서 였다. 당시 박종완 작가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참가한 첫 정원 공모전이었는데, 직접 시공을 해보니 식재 부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것을 보완해 줄 황신예 작가에게 SOS를 쳤다고.
사실 이 두 작가는 이번 서울정원박람회 외에도 같은 시기에 열리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와 순천만 한평정원 페스티벌에도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고 있다. 하지만 협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상주하다시피하며 서울정원박람회에 공을 많이 들이게 됐다.
다행히도 공을 들인 만큼 시너지가 충만한 작품이 탄생했다. 이들은 난지도의 4가지 시대적 변천을 정원에 담았다. 아주 옛날에는 난초와 지초가 지천으로 자라는 향기로운 ‘꽃섬’이었는데, 1970년대 ‘쓰레기매립장’으로 사용돼 악취가 심한 혐오의 장소가 됐다가, 2002년 ‘공원’으로 변모하면서 초록의 옷을 입었고, 그리고 지금은 서울정원박람회를 통해 ‘정원’이 조성되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섬에서 다시 정원으로 가기까지의 굴곡진 과정을 통해 난지도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또한 이 땅의 역사를 기억하자는 것이 작품의 주요 내용이다. 그래서 제목도 ‘꽃섬 아카이브’라고 달았다.
관람자 입장에서는 화단으로 조성한 4개의 시대별 테마를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
개발과 보존, 정원에 사회문제를 담다
2016 서울정원박람회 작가를 만나다
김지환 스튜디오 엘
김지환 작가는 “서울이니까요”를 반복했다. 박람회를 참가한 이유도, 주제를 선정한 이유도, 이번 박람회 참가에 높은 가치를 두는 이유도, 모두 “서울이기 때문”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가 이번 박람회에서 조성하는 정원은 다소 거칠다. 그도 그럴 것이 숲이 바리깡질 되는 모습을 디자인 모티브로 삼았기 때문이다. 최근 평창 가리왕산에는 2018년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스키점프대를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500년이나 된 원시림들이 무참히 베어져 나갔다. 이를 안타깝게 본 작가는 언젠가 이 문제를 정원에 담아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운이 좋게도 서울정원박람회라는 실천의 장을 얻게 됐다.
이렇게 정원에 사회적 주제를 담는 것이야 말로 가든 디자이너에겐 가장 강력한 사회참여가 될 것이다. 서울정원박람회에서 사회고발 작품이 선을 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황지해 작가가 ‘위안부’를 주제로 정원을 조성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김지환 작가는 벌목 현장의 암울한 풍경을 최대한 그대로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보다 직접적이다. 울창한 산림과 벌목된 산림의 대조, 기계장비가 지나간 자리와 잘려나간 나무의 그루터기들, 인간의 욕망을 대신하는 스키점프대 등이 작가의 비판적 안목에 포착돼 정원 안에 강렬하게 나타난다.
왜 굳이 사회고발이냐는 질문에 그는 “서울이니까요”라고 답했다. 실제 공모 제안서에서도 정원의 주제와 서울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그가 생각하는 서울은 서울시민의 서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서울이다. 서울은 사회 공론의 장으로서도 그만큼 상징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다가올 세기의 정원, 쇼몽국제가든페스티벌
세계의 정원박람회를 가다2
‘Gardens for the coming century(다가올 세기의 정원)’.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쇼몽국제가든페스티벌의 주제다.
지난 2015년 세계인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프랑스 파리에서 2020년 이후 도쿄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질서인 파리협정(신기후체제)을 체결했다. 이에 쇼몽은 정원이 동시대적 이슈인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생물다양성, 생태계서비스, 사막화 그리고 탄소저감의 유력한 수단이며, 에너지 위기를 경고하는 혁신과 실험의 장임을 선언하고 있다.
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정원은 학제적 융·복합 문화이며 6차 산업이라고 주장해 왔다. 최근 정원을 6차 산업으로 규정하고 정원산업 관련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정책을 수립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정원진흥기본계획도 발표됐다.
정원은 창의적이고 심미적인 태도를 담은 예술적 작품이며, 생태적 성격과 과학적, 산업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화훼 디자인, 조경, 식물, 원예, 산림, 농업 등이 함께 어우러진 융·복합산업으로,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와 산업 성장 잠재력이 높다.
정원은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아이디어 도출부터 시작해서 계획, 설계, 조성, 관리의 과학적 프로세스를 담은 디자인 과정을 거친다. 상품으로서 산업적 의미와 장소성을 담고 교육적인 의미까지도 포함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정원에는 조형미의 원리와 요소, 생태계 구조와 기능 및 형성 과정 등이 반영된다.
쇼몽국제가든페스티벌은 공모전 작품과 상설작품인 구알룹 가든Goualoup 및 농장 뜰Farm Courtyard이 전시된다. 동시대적 트렌드를 집약한 아트 앤 네이처
Arts & Nature 프로그램이 쇼몽 성, 히스토릭 그라운드Historic Grounds, 마구간, 구알룹 가든, 농장 뜰 등에서 전시된다. 문화 프로그램인 비주얼 아트Visual Arts, 사진 찍기Photography, 야간 이벤트Nocturnal Events, 작은 정원박람회인 Cartes VertesGreen Lights, Autumn Splendours, Winter Gardens 등도 쇼몽의 특별함을 부각시키는 요소다.
쇼몽의 개최지인 쇼몽 성Château de Chaumont은 프랑스의 수도 파리 남서쪽 르와르 강가에 위치한 폐허화된 중세 고성으로서 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세계적인 정원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됐다. 쇼몽 성은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방, 쇼몽조약Treaty of Chaumont, 제1차 세계대전 미군 총사령부 등 역사현장의 중심지이며,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쇼몽 성이 간직하고 있는 이러한 사연들만으로도 가든페스티벌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쇼몽에는 상설전시장과 더불어 해마다 주제에 따라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작품으로 전시되는 국제정원박람회장이 중심이 되고 있지만, 그 외에도 쇼몽의 역사적 흔적들을 담은 작품들이 상설 전시돼 쇼몽만의 특별함을 갖고 있다.
-
2016 첼시 플라워 쇼
세계의 정원박람회를 가다1
2016 첼시 플라워 쇼와 볼거리
올해의 첼시 쇼는 5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 동안 열렸으며 예년과 마찬가지로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자산운용회사인 엠앤지M&G 인베스트먼트에서 공식후원을 했다. 올해의 입장객 수는 16만5000명으로 제한되어 티켓이 사전 판매되었다. 회원의 날은 24일과 25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이 시간대에는 일반인들의 입장은 허용되지 않았다. 26일과 27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그리고 마지막 날인 28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는 일반인들도 입장이 허용되어 많은 사람이 전시된 품격 높은 정원과 다양한 정원용품 그리고 꽃과 그것을 이용한 예술작품들을 관람했다. 27일에는 오후 8시 15분부터 9시 15분까지 1시간 동안 야간 개장을 하였는데, 이 시간에는 로니 스콧 오케스트라Ronnie Scott’s Orchestra가 연주하는 재즈 콘서트가 열렸으며, 입장권은 별도로 판매하였다.
2016 첼시 플라워 쇼는 여왕의 9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이벤트로 불 링 게이트Bull Ring Gate와 런던 게이트에 웅장한 꽃 아치를 만들고, 그레이트 파빌리온The Great Pavilion 안에는 여왕의 형상을 꽃을 이용한 조형물로 만들어 여왕에게 헌정했다. 불 링 게이트의 꽃 아치는 플로랄 디자이너 셰인 코노리Shane Connolly가 디자인한 것으로, 영국의 꽃 재배농가가 기증한 꽃으로 만들었는데, 플로리스트 대학의 학생들이 함께 작업했다.
그레이트 파빌리온 안에 만들어진 여왕의 옆모습을 연출한 꽃 조형물은 높이가 3m에 달하는 것으로, 뉴코벤트 가든 플라워 마켓New Covent Garden Flower Market이 기증했다. 5000송이 이상의 화려한 꽃으로 만들어진 이 꽃 조형물은 영국 최고의 플로리스트인 밍 비버스 카터Ming Veevers Carter가 만들었다.
2016년 첼시 쇼는 예년과 같이 11에이커(44만515m2)의 전시공간에서 치러졌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야외에서 열린 가든 전시, 그레이트 파빌리온에서 열린꽃과 플라워 디자인 전시, 마켓 플레이스의 정원 관련 상품전시, 그밖에 꽃과 정원에 관련된 교육, 체험, 시연 그리고 밴드 스탠드에서 열린 다양한 음악 관련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채로웠다. 그야말로 첼시 쇼에 오면 꽃과 정원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보고, 느끼고, 감탄하고, 기억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이 행사를 주최하고 주관하는 왕립 원예협회의 생각이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먹고, 마시고 싶은 것을 마음껏 선택하도록 이곳저곳에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하였으며, 심지어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차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푸드 트럭까지 볼 수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을 이곳 사람들도 알고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