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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수첩] 졸업시즌 준비, “뭣이 중헌디?”
    보통 졸업 시즌이 되면 학생들은 취업 준비로 바쁘다. 하지만 조경학과 학생들은 졸업작품 준비에 여념이 없다. 조경학과 학생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관문이다. 대개 졸업작품은 한 학기 동안 하나의 대상지를 정해 가상으로 설계를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작품 마감일까지 밤낮 없이 과제에 몰두하고 매 시간 설계와 싸움이다. 졸업작품 대상지와 주제를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등의 공모전에 맞춰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학생들도 있다. 학교와 마을이 연계해 졸업작품을 실제 대상지로 옮기기 위한 작업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학을 다니면서 쌓은 역량을 집중적으로 쏟아내는 작업이 졸업작품이다. 졸업할 준비가 됐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물인 만큼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4학년이 되면 조경기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졸업작품과 자격증 준비라는 두 개의 큰 이벤트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 개인에 따라 공모전이나 다른 진로 준비까지 추가로 함께 진행하는 학생들도 있다. 학생들은 졸업작품에 매진하고 자격증 준비를 뒤로 미룰지 졸업작품을 포기하고 시험을 준비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기도 한다. 둘 다 성취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많은 학생들이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다. 그런데 조경학과 학생들에 따르면 최근 대학가에는 조경기사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조경기사의 난이도는 다른 관련 자격증에 비해 어려운 데도 실무에서 큰 메리트가 없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채용으로 인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에 지원하는 데는 다른 자격증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전국 4년제 대학 24개 조경학과 4학년 학생 733명에게 물어본 결과 이 중 조경기사를 취득하겠다는 학생은 391명으로 53% 정도에 불과했다. 국산업인력공단 수험자 동향 데이터에 따르면 조경기사 응시자는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산림청은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산림자격 요건에 조경기사를 포함하겠다고 조경분야와 합의했다. 조격자격제도에 개선할 과제들이 아직 산재해 있는데도 이후 조경자격관련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조경계, 도대체 뭣이 중헌디?”
    • 이형주 / 2016년08월 / 96
  • [기자수첩] 국가도시공원과 국토부 장관의 입
    지난 3월 3일 일명 국가도시공원법이라 부르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법률이었고 모두가 기뻐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법률안에는 국가도시공원이라는 이름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국가도시공원법을 발의한 정의화 전 의원의 의안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처음 국회에 접수된 의안은 ‘공원일몰제로 사라지는 공원면적을 국가가 매입해 국가도시공원으로 조성하자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국토위, 법사위를 거치며 ‘국가가 국가도시공원을 조성한다’는 전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법안을 발의한 정의화 전 의원은 당시 노동 관련 5개 법안 직권상정을 두고 청와대, 새누리당과 각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9부 능선 앞에 당도한 국가도시공원법을 처음 멈춰 세운 것은 정치권이 아닌 강호인 국토부 장관의 입이었다. 강 장관은 소관위인 국토위심사까지 마친 국가도시공원법 심의를 법사위에서 더 늦추자고 했다. 재정부담 때문에 기재부와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경산업을 육성시켜야할 기관의 장이 공원녹지를 늘리기보다 국가재정을 걱정하며 책임과 직무를 다하지 못했다. 그가 국토부 장관에 임명된 지 갓 한달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7월 22일, 국토부가 국가도시공원법 하위법령인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도시공원에서 국토부 장관은 국가 기념사업과 관련한 시설, 보전 필요성이 큰 자연경관과 역사·문화유산에 관해 일부를 지원하도록 했다. 전체가 아니다. 게다가 공원조성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토지매입과 공원시설 설치 비용은 지자체로 떠넘겨 버렸다. 지자체가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받으려면 ‘100만m2 면적의 도시공원, 8명 이상으로 구성된 운영·관리 전담조직, 도로·광장, 조경시설, 휴양시설, 편익시설, 공원관리 시설’을 갖고 있어야 한다. 기존의 대형공원에 국가도시공원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도시공원의 이름을 달기 위해 열악한 지방재정으로 신규 공원을 조성하기는 쉽지 않다. 국가의 예산지원은 미비하고, 지자체에 요구하는 것이많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비록 이름뿐인 국가도시공원법이지만법률 개정으로 보완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토부의 의지도 중요한데 강호인 장관이 한 말을 떠올리면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깝다. 나비의 날갯짓 한 번이 지구 반대편에 폭풍을 일으키듯, 누군가의 말 한마디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직무와 본분을 망각하고 기재부의 대변인이 됐던 그 사람의 말 한마디가 우리 동네에 들어섰을지 모르는 공원을 사라지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