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 [기자수첩] 공 넘어온다. 마이 볼!
    약수터배 배드민턴 복식 대회를 보면, 한 번씩 연출되는 장면이 있다. 가끔 동네 아저씨 족구 경기에서도 목격되는 장면이다. 상대 진영에서 네트를 넘어 공은 날아오는데, 아무도 공을 쳐 낼 생각은 않고 가만히 바라보다 어이없이 실점하는 경우다. 그런 공은 주로 선수와 선수 사이에 떨어진다. 누가 이 공을 쳐 냈어야 하는지 애매한 위치다. 자기 잘못이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애매하니까.” 그냥 다음에 잘하자며 눈웃음 한 번주고받으면 그만이다. 이런 실수를 하고 나면 나름 작전을 짜기 시작한다. 어느 구역으로 오는 공은 누가 치고, 어려운 공은 누가 받아 낸다든가 하는 것이다. 애매한 것을 줄여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조경학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등록을 마친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마이 볼”을 외치고 있다. 그간 조경학회와 발전재단, 조경사회 간 역할이 명확치 않았다며,이제부터는 학회가 조경계를 리드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지난해 건설기술자 조경직무 자격 범위에 산림, 원예 등의 기술자들이 대거 포함돼 조경계가 분노로 들끓었을 때, 재단과 사회에서는 학회가 나서라고 했고, 학회는 왜 일방적으로 떠넘기냐며 반발했다. 위기를 맞고 보니 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교통 정리가 안 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대해 학회 차기 회장 후보들도 의견이 갈렸다. 한 후보는 “당시에는 재단이 법이나 제도적인 문제를 다루는 조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다른 후보는“학회가 리드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조경계 원로들이나 역대 단체장들의 생각도 서로 달랐다. “재단을 만들었을 때 조경계를 대표해 법과 정책을 챙기고자 했다”는 주장과 “재단은 그런 일을 하는 조직이 아니다”는 주장이다. 과거 굵직한 조경계 현안들은 조경학회와 조경사회가 함께 나서서 해결해 왔다.그러나 재단이 만들어지면서 조경계를 대표하는 연합체 성격의 조직이 생겼다는 믿음이 있었다. 물론 착각일 수 있다. “애매하니까.” 그럼 학회, 사회, 재단 사이에 다시 작전을 짜면 된다. 위상이란 상대적인 것이고, 역할이란 나누기 나름이다. 국가도시공원법을 재단에서 챙긴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고, 학회가 서명을 받는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누구든 분야를 위해 나서주면 기꺼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선거는 희망을 품게 한다. 이번 학회 선거는 학회, 사회, 그리고 재단 사이에 있었던 그간의 역할 공방을 극복하고, 누구든 조경계의 위기에 발벗고 나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품고 있다. “공 좀 못 차면 어떤가요. 마이 볼을 외쳐주세요.”
  • [전통정원] 일본의 명원23 에도 시대 말기의 정원(1)
    개요 칸세이寛政 원년(1789)부터 케이오慶応 4년(1868)까지를 에도 시대 말기로 편년한다. 에도 시대 중기부터 부농富農, 호상豪商, 촌장村長 등을 중심으로 정원 문화가 형성되던 분위기는, 에도 시대 말기가 되면 더욱 두드러져 서민층에 이르기까지 정원 문화가 대유행을 하게 된다. 그야말로 에도 시대 말기는 일본 정원사에서 정원 문화가 가장 극성을 보였던 시대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에도 시대 말기의 정원은 중기의 정원과 마찬가지로, 석조石組의 규모가 작아지고 식재를 중심으로 하는 정원이 지속적으로 유행한다. 그러나 역으로 특별히 석조가 중심이 되는 호화로운 정원이 조성되는 특별한 경우가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지방에 조성된 정원 가운데에서 아주 뛰어난 석조조형과 공간의 구성이 우아한 정원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정원에 대한 관심이 대중적으로 더욱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에도 시대 말기에 들어서면서 작정비전서의 편집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고, 편집된 작정서의 보급이 한층 더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중에서 아키사토 리토秋里籬嵨는 칸세이 11년(1799)에 『都林泉名勝図会(도림천명승도회)』를, 분세이文政 11년(1828)에는 『築山庭造伝後編(축산정조전후편)』을 출판해 전국적으로 유포했다. 전자는 140장 이상의 삽화가 실려 있고, 소개된 정원만 해도 약 90여 개에 달하는데, 료안지龍安寺 정원과 로쿠온지鹿苑寺 정원 등 유명한 정원을 대체로 망라해 소개하고 있다. 후자는 정원을 우선 축산築山과 평정平庭으로 구분하고 그것을 각각 진真·행行·초草로 분류했으며, 여기에 다정茶庭, 즉 노지露地 정원을 포함해 상세히 도해하고 있다. 이러한 책들이 정원을 만드는 안내서로 광범위하게 출판·보급되었기 때문에 그 시대의 정원 문화는 보다 융성하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키사토 리토는 분세이文政 10년(1827)에 『石組園生八重垣伝(석조원생팔중원전)』도 저술했는데, 이 책에서는 정원에 도입되는 각종 시설물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리토는 작정서의 저술에 주력함으로써 에도 시대 말기에 작정기술의 보급을 위해 커다란 공적을 쌓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西桂, 2005). 이 시대에 들어와 기존에 있었던 다이묘의 정원에 대한 대대적인 수리가 많았던 것도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에도의 작정가들이 지방에 내려와 특색있는 유파를 형성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센다이仙台의 시미즈 도칸淸水道竿, 아이즈会津의 메구로 죠죠目黒浄定, 타지마但馬의 이와사키 키요미츠岩崎淸光, 이즈모出雲의 사와 겐탄沢玄丹, 분고豊後의 이시타쓰石龍등을 들 수 있다. 한편 이 시대의 대표적인 작정 사례를 보면, 치란후모토知覧麓정원군(가고시마현), 고모이케안古茂池庵정원(효고현), 도카이안東海庵정원(교토시), 요스이엔養翠園(와카야마시), 곤고린지金剛輪寺정원(시가현), 미토 가이라쿠엔水户偕楽園(이바라키현 미토시), 칸쇼우지観正寺정원(효고현 도요오카시) 등이 있다(西桂, 2005). 정원 문화의 융성기를 맞이한 에도 시대 말기에 특히 주목되는 지역이 있다. 바로 류큐琉球지방인데, 이곳에 만들어진 정원은 일본의 정원 양식과는 또 다른 류큐의 독자적인 양식을 보인다. 과거 류큐 지방에 해당되는 오키나와현沖縄県에는 현재 국가지정명승 또는 특별명승으로 지정된 정원이 4건이나 있다. 특별명승으로 지정된 정원은 나하시那覇市의 시키나엔識名園이며, 명승으로 지정된 정원은 나하시의 이에돈치伊江殿內정원, 이시가키시石垣市의 이시가키 씨石垣氏정원과 미야라돈치宮良殿內정원이다. 이정원들은 하나같이 류큐산호석회암琉球珊瑚石灰岩을 사용하고 있어 특별한 경관을 보이며, 에도 시대의 일반적인 정원들과는 작법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류큐의 정원문화는 15세기에 시작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것은 류큐 지방에서 15세기 이전의 유구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류큐 지방에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정원유구는 15세기 말에 창건된 엔카쿠지円覚寺앞의 원감지円鑑池유구이다. 그 후 칸세이 10년(1798) 류큐의 쇼온왕尙溫王이 시키나엔을 조영하였고, 분세이 2년(1819)경에는 이시가키 섬의 이시가키 저택과 미야라돈치에 정원이 만들어진다(西桂, 2005). 혼마 씨 별저정원 혼마가本間家는 데와出羽에서 으뜸가는 부농으로 전후 농지해방 당시 논밭이 1600여 정보에 이를 정도로 부자였다고 한다. 겐로쿠元禄 2년(1689) 분가해 니가타야新潟屋라는 상호를 가진 잡화상을 경영한 혼마 모토미쓰本間原光는 분가한 혼마가의 초대 당주로 재력에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분수에 맞게 그리고 바른 도리를 가지고 사회에 그것을 환원하라는 유훈을 남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초대 당주의 유훈을 지키고자 혼마가는 대를 이어 흉년이 들거나 홍수로 피해를 입은 곤궁한 시절에 번藩과 농민들을 위해 사재를 털어 헌금을 봉납했다고 한다. 특히 3대 미쓰오카光丘는 사카이酒井 번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때, 이를 넘길 수 있도록 여러 차례 후원을 아끼지 않았고, 번 재정의 입직立直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상인이면서 500석을 받는 무사이기도 하였고, 쇼군將軍의 직속 무사에게나 주어졌던 2000석 규모의 대저택을 지닐 수 있도록 묵인되었다고 하니, 당시 사카이 번에서 혼마가의 입지가 어떠하였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大橋治三·齊藤忠一, 1998). 혼마가에서는 4대 고도(光道, 1757~1826) 대인 분카文化 10년(1813)에 하마하타浜畑에 별장을 짓는다. 고도는 이 별저에 속한 정원을 만들면서 일부러 겨울철에 조성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일종의 실업대책으로 선대의 유훈을 생각한 처사였다. 이때 조성한 정원은 5대 고키光暉대인 분세이文政 10년(1827)에 지금과 같은 지천회유 양식으로 개조된다. 그는 분큐文久 3년(1863)에 별장에 은거하여 차를 벗하며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大橋治三·齊藤忠一, 1998). 정원은 한 가운데 섬을 둔 굴곡이 심한 못을 중심으로 사방에 축산을 한 지천회유 양식을 보인다. 정원의 구성은 멀리 동북 방향에 자리 잡고 있는 초카이산鳥海山이 중심에 들어오도록 의도했다. 못 서측에 지은 청원각淸遠閣역시 초카이산을 차경할 수 있도록 건물의 남북축을 동쪽으로 30도 정도 틀어놓아, 방에서 응시할 때 동북쪽에 있는 초카이산이 정면에 들어오도록 했다. 지금도 날씨가 좋으면 건물의 중심이 되는 응접실에서 푸른 산과 만년설에 덮인 흰 산봉우리가 잘 보인다. 이 건물의 이름을 청원각이라고 한 것은 멀리에 있는 초카이산의 맑은 기운을 받고자 하는 염원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원은 곡지曲池를 중심으로 하는 디자인을 보인다. 못의 북측에는 마른 폭포가 깊은 계곡을 이루며 길게 못과 닿아 있고, 서측에는 못에 널다리板橋를 놓아 청원각 쪽으로 동선을 유도한다. 중문을 들어서서 축산에 조성한 좁은 길을 따라 내려가면 지그재그식 다리가 나타나 학이 내려와 춤을 춘다는 섬, 학무도鶴舞島로 인도하는데, 섬에서 주변을 살피며 서성거리다 보면, 위로 청원각 건물이 있어 자연스럽게 널다리를 건너 청원각으로 향하게 된다. 못의 동남쪽으로는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수로를 따라 못으로 들어오도록 되어 있으며, 이 수로에도 다리를 놓아 회유정원을 완성하고 있다. 정원에는 북전선北前船으로 실어온 사도佐渡의 적옥석赤玉石과 이요伊子의 청석靑石같은 명석들이 이곳저곳에 배치돼 있어 특이한 암경岩景을 보여준다(大橋治三·齊藤忠一, 1998). 특히 중도에는 이러한 명석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으며, 다양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어 에도 시대 정원으로서의 품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암경과 더불어 식생경관 또한 훌륭해 봄이 되면 초목에서 움트는 녹색의싹, 초여름 철쭉의 화려한 색, 가을철의 울긋불긋한 단풍, 겨울의 백설이 연출하는 경관은 외지에서 가져온 암석과 조화를 이루어 사계의 풍경으로 나타난다. 홍광표는 동국대학교 조경학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경기도 문화재위원, 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을 지냈으며, 사찰 조경에 심취하여 다양한 연구와 설계를 진행해 왔다. 현재는 한국 전통 정원의 해외 조성에 뜻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의 전통조경』, 『한국의 전통수경관』, 『정원답사수첩』 등을 펴냈고, “한국 사찰에 현현된 극락정토”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또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 [식물 디자인의 발견] Case Study: 거트루드 지킬 색, 질감의 초본식물 화단 디자인
    아트 앤 크래프트와 거트루드 지킬 오늘날과 같은개념의 식물 디자인 세계를 구축한 사람을 꼽으라면 역시 영국의 거트루드 지킬(1843~1932)을 꼽게 된다. 그녀 이전의 유럽 가든 디자인은 분명 식물이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녀를 기점으로 식물 자체가 지니고 있는 색, 질감, 형태를 이용한 식물의 예술적 심기, 즉 식물 디자인의 세계가 펼쳐졌다. 물론 거트루드 지킬이 이런 독창적 식물 디자인의 영역을 단독적으로 일궈낸 것은 아니다. 당시의 시대 상황과 새로운 사조를 만들어 낸 철학가, 예술가들과의 합동 작업이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거트루드 지킬의 식물 디자인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사회적 배경을 먼저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녀는 1843년에 태어나 1932년으로 생을 마쳤다. 그때의 유럽은 이미 산업혁명(1760~1824)이 휩쓸고 간 직후로 사람들은 일종의 획일적인 대량생산의 경제 논리에 회의감을 가지면서 옛것으로의 회귀가 문화·사회적으로 재조명됐던 때다. 그리고 이 회귀를 이끌었던 가장 큰 문화의 축이 바로 아트 앤 크래프트 운동(Art & Craft Movment,1880~1910)이라고 볼 수 있다. 아트 앤 크래프트는 간단히 축약하면 모든 생활용품들을 장인의 예술 감각에 의해 한정품으로 만들던 중세 시대의 공예 예술 감각을 다시 회복하자는 운동이다. 거트루드 역시 이때의 아트 앤 크래프트 운동에 적극적이었던 예술인으로 가든 디자인에 있어서도 공예 예술성을 무척 강조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정원의 아름다움을 논하는 관점이 인위적 예술성보다는 ‘식물의 아름다움’으로 변화가 찾아왔다는 점이다. 거트루드가 살았던 바로 전 시대 17세기의 유럽 정원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에서처럼 한 치의 어김없는 형태와 기하학적 패턴, 정교함, 인위적인 예술성이 극치에 달했다. 그러던 것이 18세기로 접어들면서 17세기의 풍을 완벽하게 깨는 자유로움, 자연스러움, 낭만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영국 풍경화식 정원의 등장이다. 그리고 거트루드가 살았던 19세기 초가 되면서 다시 새로운 철학이 등장하는데 그것을 일깨운 사람이 바로 저널리스트이면서 원예가였던 윌리엄 로빈슨(William Robinson,1838~1935)이다. 그는 ‘식물 자체가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정원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최고급아름다움’임을 강조하면서 지나치게 통제적인 17세기의 바로크 정원과 식물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풍경연출에만 급급했던 영국 풍경화식 정원을 동시에 비난한다. ‘식물의 자연적 아름다움’을 강조한 이 로빈슨의 철학적 배경을 가든 디자인의 세계로 구체화시킨 사람이 바로 거트루드 지킬인 셈이다. 독창적인 다년생 초본식물 화단 디자인의 탄생 거트루드 이전의 정원 속의 식물 디자인은 대부분 교목, 관목을 이용해 특정한 패턴을 만들거나 구조적인 형태를 만들고, 혹은 캐노피를 연출해 자연스러운 풍경을 만들어 내는 수준이었다. 거트루드는 이런 상황 속에서 이른바 초본식물(단단한 줄기와 캐노피를 지니고 있지 않은 다년생 혹은 일년생 풀)을 이용한 화단 디자인을 선보이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초본식물의 꽃의 색을 이용한 화단 디자인은 사실 거트루드 이전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크게 유행했다. 그러나 이때의 디자인은 식물의 종류가 매우 단조로웠고, 단순히 극단적인 색상의 꽃을 대비시키는 획일적인 방식이었다. 이에 대해거트루드 지킬은 “이런 방식의 디자인은 식물 고유의 아름다움보다는 지나친 화려함만이 있을 뿐이다(The Gardener’s Essential Gertrude Jekyll , Colour Scheme, 2009)”라고 비판하면서 새로운 디자인 기법을 제시했다. 그것은 식물의 색채를 차가운 색감에서 뜨거운 색감 그리고 다시 그레이 색감 등으로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지금까지도 식물을 색으로 디자인하는 중요한 노하우로 여겨지고 있다. NOTE - ‘화단(Border)’은 담장이나 생울타리 등의 배경이 있는 길쭉한 형태의 식물을 심을 수 있는 별도의 구획된 공간을 말한다. - 거트루드 지킬이 권장한 화단의 형태는 그 길이가 60m, 폭이 4.2m에 달하는 길쭉한 직사각형이다. 이런 형태의 화단은 이후 ‘롱 보더(Long border)’라는 용어로 불렸고, 거트루드 이후 많은 후배 디자이너에 의해서 활발히 만들어졌다. 거트루드 지킬의 색의 연출 노하우 1) 색의 조합이란? 색의 조합이란 단순히 어떤 식물을 어떤 식물과 함께 심었을 때 아름답게 보이는가를 보는 작업이 아니다. 전체의 화단을 생각하고, 이 화단을 어떤 연속되는 색의 배열로 연출할 것인지, 그리고 이 연출이 어떤 그림을 만들어 내는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2) 색의 배열 노하우 ① 화단의 시작은 차가운 느낌(cool colour scheme)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연분홍, 파랑, 흰색, 연노랑으로 시작을 하고 ② 그 옆으로 조금 더 진한 색감의 노랑, 빨강, 주황의 색감이 배열되고, ③ 그 옆으로 가장 진한 색상의 진빨강을 넣되, 여기에 조금은 부드러운 빨강, 어두운 주황을 함께 연출하고, ④ 그 옆으로는 다시 앞서의 진행을 역순으로 완화된 노랑, 빨강, 주황을 넣어주고, ⑤ 다시 보라, 연분홍 등으로 구성을 하되, 맨 끝 가장자리 즈음에서는 라벤더와 백묘국과 같이 잎의 색상에 흰빛을 띄고 있는 식물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3) 차가운 색감의 중요성 차갑고, 연한 파스텔 톤(연한 분홍, 보라, 파란색, 흰색이 가미된 초록의 잎)의 색감은 아직은 색상이 뚜렷해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 눈에 준비 작업을 시킨다. 여기에 먼저 우리의 눈길이 머물게 한 뒤 뜨겁고 강렬한 색감(빨강, 주황, 노랑)을 보게 되면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거트루드 지킬의 가든 디자인 따라잡기 “식물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색의 연출이다. 그리고 색의 연출은 식물들이 지니고 있는 색상에 대한 시각적인 효과에 대한 공부와 연습을 통해 가능하다.” “가장 좋은 가든 디자인은 식물의 자리를 잘 잡아주는 것이고 이게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는 것이다.” “화단은 하나가 아니라 다양한 크기로 여러 개를 만드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각각의 화단은 특별한 계절에 하이라이트 효과를 내도록 구성하고, 하나의 화단에 시간차를 두고 두 번의 절정이 나타날 수 있도록 안배할 수도 있다(Double border의 개념)” “식물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식물의 꽃, 잎을 가장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방법으로 연출하는 것이다.” “색의 정원은 무엇보다 같은 색이지만 다양한 톤의 연출에 그 디자인의 완성이 달려 있다.” 거트루드 지킬은 자신의 가든 디자인 철학을 1000편이 넘는 글을 통해 남겼다. 그 안에는 그녀가 지니고 있었던 정원에 대한 철학적인 생각은 물론이고, 디자인에 대한 철학도 잘 담겨 있다. 지금도 많은 연구자들이 그녀의 디자인 원리를 공부 중이고, 이를 바탕으로 좀 더 발전되고 진화된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기도 한다. 그녀는 단순히 식물을 심는 장소인 ‘화단’의 개념을 화가의 그림 그리기로 바꾸어 놓았다. 인상주의 화가인 클로드 모네가 거트루드 지킬의 화단 구성법을 그대로 따라 자신의 정원 지베르니 정원을 조성했고, 이 정원을 화폭에 담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이기도 하다. 그녀의 화단 디자인의 가장 큰 특색은 ‘색’의 연출이다. 그녀는 자연 상태의 식물이 피워내는 꽃과 잎의 색상에 관심을 가졌고, 이 색을 이용해 ‘그레이 가든’, ‘골든 가든’, ‘블루 가든’, ‘그린 가든’ 등을 연출했다. 그러나 거트루드 지킬을 단순한 화단 식물 디자이너로만 여길 수는 없다. 그녀는 건축물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식물 디자인의 연출 세계를 끊임없이 제시했다. 건물의 가장 앞에 자리하는 테라스 가든을 단순한 공간적 기능에서 정원 연출의 요소로 탈바꿈시킨다. 계단 틈에 식물을 심고, 테라스 가든을 받치고 있는 벽체에 식물을 심어 정원의 요소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또 정원을 가르는 수로길, 연못 등의 물의 공간 디자인을 연출하고, 여기에 심겨야 할 수생식물 디자인을 선보였다.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위틀 칼리지(Writtle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 오경아[email protected] / 오경아가든디자인연구소 대표 / 2016년03월 / 91
  • [식재기법] 그늘정원 조성 기법(2) 그늘식물의 생태와 경관
    음지(full shade)에 서식하는 식물을 그늘식물 또는 음지식물(full shade plants)이라고 한다. 자연에서 음지식물은 대부분 숲 속에 분포하는데 그중에서도 음수림의 식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숲은 기후대에 따라 다른 천이과정을 보이는데 여기서는 온대림의 음수림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음수림은 대표적인 음지다. 키가 큰 교목들이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어 숲은 늘 그늘이 진다. 단풍이 지는 늦가을부터 새순이 나오기 전인 이른 봄까지를 제외하면 숲 안으로 직사광선이 들어오는 시간은 거의 없다. 햇빛은 겹겹이 놓인 나뭇잎 사이를 거치면서 점차옅어지고 순해진다. 식생의 천이과정에서 보면 음수림은 가장 마지막 단계에 있다. 천이란 일정 지역 내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식생의 변이과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식물이 존재하지 않는 나지에서 시작해 음수림에서 완성된다. 극상림 또는 원시림으로 불리는 이 숲은 또 다른 교란으로 계속되는 순환과정을 밟아 나가지만 천이과정 중 가장 안정적인 완성형의 구조를 지닌다. 음수림의 가장 큰 특징은 과도한 경쟁 구조가 아닌 생물 간의 안정적인 공존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는 것이다. 음수림의 식물들은 생존에 필수적인 햇빛과 유기물ㆍ수분 등을 나눠 쓰는 지혜를 터득했고 자기가 처한 위치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킬 만큼의 분량 그 이상을 탐하지 않는다. 숲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 간의 관계 맺기 속에 보이지 않는 규율과 질서가 있고 이로 인해 조화로운 균형을 만들어 낸다. 음수림의 이러한 특징은 형태적으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선 잡목림이나 양수림에 흔히 나타나는 공격적인 덩굴성 식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서로 치열하게 우위를 다투며 비슷한 크기로 성장하는 경쟁적인 모습이 아닌 뚜렷한 식생의 층위 구조를 보인다. 숲 내부는 교목층, 아교목층, 관목층, 초본층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며 그 안에서 지나치게 도드라지게 성장하거나 근경을 길게 뻗어 과감하게 영역을 확장하는 식물은 없다. 음수림 내부에 들어서면 우리는 다른 시간대의 숲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숲 안은 형용하기 어려운 평온함과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하고 오래된 나무는 선각자가 지니는 경외감 같은 것을 주기도 한다. 이것은 우리가 음수림 내부의 엄중한 질서 즉 생태적 균형(Ecological Balance)을 직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숲 안으로 들어서면 사람의 시선으로 볼 수 있는 대부분은 나무의 수간부(Trunk)다. 음수림에는 무성하게뻗어나는 잡목들이 없고 시간이 더해지면서 나무는 일정한 굵기 이상으로 커진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적당한 간격이 유지되고 간격이 주는 여백 안에서 멀고 가까운 곳에서 겹쳐지며 만들어 내는 선의 형상은 그 어떤 동양화보다 깊이 있는 울림을 준다. 숲 내부는 바람의 영향이 적어서 습도가 높다. 오랜 시간 퇴적된 낙엽과 유기물들은 풍성한 부엽토층을 형성하고 있다. 가지각색의 이끼와 버섯, 수많은 양치식물이 지천으로 가득하고 1000여 종이 넘는 숲 속 야생화가 숲 이곳저곳에서 자라고 있다. 숲 속 야생화들은 그늘정원에 이용되는 대표적인 음지식물이다. 단아한 형태와 부드러운 질감의 잎, 맑고 은은한 색감의 꽃은 때로는 순수하고 때로는 고귀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화려한 꽃은 그 아름다움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손을 뻗어 꺾도록 하지만 숲 속의 꽃들은 시공간이 멈춘 것처럼 멍하니 서서 한참을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우뚝 솟아난 나무기둥 사이로 이른 봄 눈밭을 뚫고 피어난 바람꽃과 복수초가 무리지어 있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극상의 음수림은 없다. 그러나 깊은 산이나 계곡 사이로 산불이나 벌채 등의 영향을 적게 받은 원시림에 가까운 음수림이 제한적으로 나타난다. 정원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숲을 찾아가 숲이 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직접 보고 체험하기 바란다. 숲의 생태와 경관을 익히면 그늘정원을 만드는 일은 아주 간단해질 수 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부대끼고 치열하게 경쟁하던 생물들이 삶의 지혜와 순리를 익혀 나누고 공존하는 숲의 미덕을 느껴보길 권한다. 그늘음지식물의 특징 음지식물은 수목과 초본의 경우 그 특징이 조금 다르다. 수목의 경우 음지식물 즉 음수라고 부르는 나무들은 발아부터 초기 성장기까지는 음지에서 서식하지만 성목이 된 이후에는 대부분 양지에서 자란다. 여기서는 다 자란 이후에도 교목층 아래 놓이는 초본층과 관목층을 중심으로 음지식물의 특징을 정리한다. 1) 잎과 줄기가 부드럽다 숲 속은 강한 바람이 없고 공중 습도가 높다. 직사광선도 거의 없고 초식동물에게 공격을 받는 일도 드물다. 때문에 음지식물의 잎과 줄기는 연약할 만큼 부드럽다. 이것은 양지식물에서는 볼 수 없는 중요한 형태적 특징이다. 만약 식물에 대한 정보가 없고, 잎과 줄기가 부드럽다면 강한 바람과 뜨거운 오후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곳에 식재하기를 바란다. 2) 지나치게 커지지 않는다 음지식물은 적은 양의 빛 아래에서도 효율적으로 나눠 쓰는 데 적응한 식물군이다. 따라서 이웃하는 식물과 경쟁하며 보다 높게 자라기 위해 무리하게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 무성하게 자라고 번져가는 양지식물과 달리 음지식물은 제자리를 고수한다. 화단에 앵초를 심어 몇 해가 지나도 앵초는 그 자리에서 분얼 숫자만 늘릴 뿐 위로 커지거나 주변으로 확대되는 일이 없다. 배식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이러한 성장 속도나 특징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3) 땅속 뿌리줄기(근경)가 없거나 짧다 식물이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동물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식물도 영역을 확장하거나 보다 나은 서식지로 이동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뿌리줄기다. 뿌리줄기는 땅속으로 자라는 줄기를 말하는데 양지식물의 경우 뿌리줄기를 길게 뻗어 더 나은 환경(특히 광조건)을 탐색하고 적합한 서식지를 찾으면 그곳에서 새잎을 내서 성장한다. 그러나 안정된 숲 속 생태에 적응한 음지식물은 이러한 뿌리줄기가 필요 없다. 설령 그 형태가 남아 있다고 해도 매우 짧게 나타난다. 단 조릿대(Sasa) 종류는 예외적으로 근경이 발달하는 식물임에도 음지에서의 적응력이 뛰어나 때로는 음지식생을 장악하여 문제가 되기도 한다. 조릿대 종류를 식재할 때는 독립적인 화단에 단일수종으로 식재하거나 식재지 하부에 시트를 설치해 근경이 뻗어 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 4) 비교적 천천히 자라며 여름철까지 크기 변화의 폭이 작다 원추리와 같은 양지식물은 여름철이 되면 키가 더욱 커지면서 무성해진다. 그러나 맥문동(Liriope)이나 둥굴레(Polygonatum) 등의 음지식물은 봄에 순이 나와 성장하고 나면 그 후 크기의 변화가 거의 없다. 간혹 이러한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고 양지식물과 음지식물을 혼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성장 후 크기가 맞지 않거나 양지식물이 음지식물을 뒤덮어 미관을 해칠 우려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5) 발아 후 꽃이 피는 성묘가 될 때까지 시간이 오래걸리는 종류가 많다 일반 야생화의 경우 발아에서 개화까지 약 1~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얼레지, 복수초, 바람꽃류, 앉은부채, 복주머니란, 연영초 등과 같은 음지의 다년생 초본식물은 최소 4~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또한 극상림의 안정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6) 털이 거의 없다 식물의 잎이나 줄기에 나는 털은 혹독한 건조나 추위, 바람, 염분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한 기관으로 숲 속에 자라는 식물에게 필요하지 않다. 다만 앵초 등과 같이 일찍 피는 봄꽃이면 식물 전체에 털이 나 있기도 하지만 성장하면서 점차 없어진다. 김봉찬은 1965년 태어나, 제주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였다. 제주여미지식물원 식물 과장을 거쳐 평강식물원 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식물원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07년 조경 업체인 주식회사 더가든을 설립하였다. 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과 고층습원 조성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이사, 제주도 문화재 전문위원, 제주여미지식물원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조성 사례는 평강식물원 암석원 및 습지원(2003), 제주도 비오토피아 생태공원(2006), 상남수목원 암석원(2009),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원(2010),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암석원(2012) 및 고층습원(2014) 등이 있다.
  • [옥상녹화 A to Z] 정원이와 알아보는 옥상녹화의 모든 것(3) 옥상녹화설계를 위한 지식들
    정원 와, 독일의 사례는 옥상녹화와 연못이 한 폭의 그림 같네요. 킬 하세(Kiel Hassee)는 독일의 어디에 있나요? 팀장 다녀온 지 10년 정도 되었네요. 독일의 최북단이에요. 함부르크에서도 더 올라간 바닷가의 작은 마을입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비용을 모아 생태마을을 조성한 유명한 단지입니다. 설계를 한 사람도 직접 거주하고 있고요. 언젠가 생태마을에 대해 이야기해 줄 기회가 있으면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도록 할게요. 그리고 안내판은 너무 간단하지만 비오톱에 대한 개념을 잘 설명하고 있어요. 육생비오톱은 잘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위의 사례에서는 참나무 종류를심고 나뭇가지와 돌무더기를 쌓아 곤충들이 서식하기 좋은 공간을 만든 것입니다. 물론 곤충이 많아지면 새도 많아지는 것이 당연하겠죠. 봄이 되면 멋진 사진을 찍어 보여주도록 할게요. 수생비오톱도 마찬 가지로 산에서 흐르는 물을 모아 연못을 조성해 새나 수서곤충들이 살 수 있도록 조성했습니다. 특히 새가 와서 쉴 수 있도록 횃대도 만들었습니다. 여기도 좋은 사진을 나중에 보여주도록 할게요. 지금은 너무 썰렁하답니다. 이렇게 다양한 생물이 서식할 수 있도록 조성하는 것을 비오톱이라고 합니다. 도시에서는 이런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옥상에 비오톱을 조성하면 생물다양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 되겠지요. 물론 옥상이라는 한계 때문에 이렇게 체계적이고 커다란 비오톱을 만들지 못하지만 작은 공간도 나름대로의 역할을 한답니다. 정원 이제야 정확하게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옥상에는 어떤 방식으로 조성해야 하나요? 팀장 조성 방법은 설계 단계에서 배울 수 있을 거예요.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연못이 아니라 습지를 만들어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어느 정도 물만 있으면 수서생물과 새들이 알아서 모여든답니다. 비오톱이 없더라도 종로성당의 옥상정원에 주변에서 메뚜기가 날아온 것도 관찰되었답니다. 도심의 옥상에 메뚜기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건강한 자연환경이 생겼는지 가늠하는 척도가 됩니다. 추가적인 것은 실제 설계에서 도면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겁니다. 정원 알겠습니다. 그리고 궁금한 것이 또 있습니다. 옥상의 배수구는 위치와 형태가 건물마다 다를 것 같은데 배수로와 점검구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건 가요?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처음부터 강조한 부분 중에 하나가 방수 문제이고 방수 문제는 배수로와 배수구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했지요. 그래서 더 자세하게 설명이 필요한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다른 여러 가지 사항과 마찬가지로 나중에 설계를 배울 때 각 상황에 알맞은 도면을 가지고 설명을 해 주도록 할게요. 정원 역시 다른 생각이 있으셨군요. 도면을 보면서 공부를 하면 훨씬 더 쉽게 배울 수가 있겠네요. 그렇다면 포장이나 포장 재질 그리고 디딤석 등의 여러 가지 재료들에 대한 궁금함도 있는데 그때까지 참아야겠죠? 팀장 하하! 당연히 그렇죠. 지금은 용어를 집중적으로 배우는 시간이니 다음 단계에서는 더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나도 철저하게 공부를 해야겠네요. 다만 궁금하다니 몇몇 사진(사진4~7)을 가볍게 보고 가죠. 정원 감사합니다. 역시 사진을 보며 공부하니 훨씬 쉽게 배울 수 있어 좋습니다. 그러면 이제 기본용어에 대한 공부는 다 끝난 건가요? 옥상녹화 설계의 기본지식들을 배우다! 팀장맞아요. 지난 시간에는 설계의 기본자세에 대해 짧게 공부했고요, 기본용어 외에 설계를 위해 알아야 할 지식들이 추가로 더 있답니다. 정원실제 설계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기초지식들이 의외로 많네요. 팀장그렇죠. 기초지식이 풍부한 설계자가 좋은 설계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기초지식들에 대해 많은 시간을 내서 설명을 하는 거구요. 아까 배수불량의 사례 사진을 보았죠? 또 다른 옥상녹화의 실패 사례를 볼까요? 정원 역시 설계가 중요하네요. 특히 경사지붕에서는 쉽게 수분 부족 현상이 생기는 것 같아요. 팀장 그렇죠. 물을 저장할 공간과 토심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경사지붕의 옥상녹화는 나중에 별도로 다루기로 할게요. 다시 한 번 설계 실패의 원인을 짚고 넘어가죠! TIP1 왜 옥상녹화설계를 실패하고 실패를 계속 반복하는가? - 심사숙고하지 않은 설계 - 지식의 부족 - 설계 후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함 정원 반복하시는 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니 깊이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도전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는 거울삼도록 해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팀장 훌륭한 다짐입니다. 정원 양이 훌륭한 설계가가 되리란 믿음이 듭니다. 자, 이제 설계에 필요한 용어들에 이어 설계를 위해 알아야 할 지식들이 추가로 있으니 한번 살펴보도록 할까요? 우선 세 부분으로 나눠서 설명할게요. 표1. 옥상녹화 설계를 위한 기본지식 - 옥상의 허용하중 - 옥상의 토양 - 옥상의 토심 - 방수와 방근 - 배수 팀장 우선 <표1>은 지난번에 가볍게 다룬 것이지만 중요한 부분이라서 별도로 분류했고, 실제 설계를 배울 때 각 항목별로 추가로 설명할 부분입니다. 그리고 다음은 <표2>입니다. 이 부분은 설계에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사항입니다. 표2. 옥상녹화설계의 주요 고려사항 - 관련 법규 - 건물의 종류 및 건축주의 의향 - 사용목적 및 옥상녹화 효과에 대한 기대치(건축주나 발주자의 성향) - 옥상녹화 종류의 결정 - 조성지역의 기후 특성 - 조성 금액 - 유지관리 및 급수의 문제 - 조명 - 조망권 - 안전 - 설계에 필요한 자료들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 기타 설계에 필수적인 추가사항은 있는지 파악 정원 역시 법규가 우선 나오는군요.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겠죠? 팀장 당연하죠. 관련 법규에 어긋나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만든 것과 마찬가지랍니다. 그리고 <표3>은 옥상조경에서 추가로 다룰 사항들입니다. 표3. 옥상녹화설계 시 추가로 알아둘 사항 - 평지붕과 경사지붕의 문제 - 옥상도시농업 - 치유정원 - 신축건물과 기존건물의 옥상녹화 차이점 - 벽면녹화 - 비오톱 조성 정원 비오톱 조성을 별도로 둔 것은 왜인가요? 팀장 중요한 사항이기는 하지만 보통 비오톱이라고 하면 연못이나 습지를 조성해야 하는데 옥상에 그런 것을 조성하는 것이 쉽지 않아 개인적으로 그다지 권장하지 않아 별도로 뺐어요. 나중에 비오톱의 조성이 어려운 이유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을 설명하도록 할게요. 정원 알겠습니다. 머리가 복잡해지네요. 가만 생각을 해 보면 학교에서 배워 알고 있는 것도 있고, 일부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누구나 알 것 같은 사항들인데도 이렇게 정리해 놓으니 더 복잡하고 심각한 사항들 같네요. 팀장 사실 차분하게 생각하면 가장 상식적인 사항들이기는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늘 놓치는 부분이죠. 기초만 튼튼하고 약간 섬세하기만 해도 옥상녹화 설계의 중간은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디자인과 기능의 문제를 더 첨가하면 고급스럽고 독창적인 설계가 되겠지요. 김진수는 다양한 경험을 거쳐 12년 전부터 옥상정원 분야에 전념해오고 있다. 현재 (주)랜드아키생태조경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독일 ZinCo GmbH사와 기술협약을 맺어 옥상녹화 시스템을 국내에보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랜드아키생태조경은 도시 집중화로인해 지나치게 상승한 땅값으로 새로운 녹지 조성이 어려운 상황에서옥상 공간을 가치 있게 재탄생시킴으로써 생태조경의 새로운 전형을제시하고자 한다.
  • [도시생태복원] 도시 자투리 공간의 복원과 활용(3) 자투리 공간의 활성화를 위하여
    지난 두 차례의 원고에서는 자투리 공간의 개념, 형성, 유형 그리고 생태놀이터를 포함한 자투리 공간을 생태적으로 활용한 사례들을 살펴봤다. 이번 글에서는 자투리 공간에 남겨진 문제점과 활성화를 위해 함께 고민할 것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 원고의 말미에서 언급했듯, 자투리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첫걸음은 자투리땅을 보는 시각을 변화시키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자투리 공간을 가능성의 공간으로 봐야 한다. 많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과연 자투리 공간이 생태적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그럴 때 필자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말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오톱(biotop)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비오톱은 소생태계로 해석하고 있고, 자연환경보전법에도 담겨 있는 용어이다. 용어를 처음 만든 독일의 생물학자 Dahl은 1908년에 비오톱을 ‘생물공동체의 서식처(Lebensstaette von Biozoenosen)’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이 말은 비오톱을 면적의 개념으로 보는 것보다는 생물 구성원들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오톱을 소생태계(小生態系)로 해석하면서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엄격하게 그 유형을 분류하는 것을 보면, 대규모 산림과 같이 대단히 넓은 면적도 하나의 비오톱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경관생태학의 위계에서도 비오톱과 지오톱(Geotop)의 합은 에코톱(Ecotop)의 구성인자가 된다. 여기서 지오톱이 물리적인 환경인자라면, 비오톱은 생물들이 서식하는 곳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면적의 크고 작음은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다양한 생물체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독일 베를린은 아파트 베란다에 놓은 화분도 비오톱의 유형 중 하나로 구분하고 있다. 화분 안에 식물이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토양에서 자랄 것이며, 그 토양에는 수많은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그리고 화분 안의 식물 또한 나비나 벌들을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화분 하나가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되는 것이다. ‘화분 하나가 무슨 생물서식공간이 될 수 있겠는가’라는 부정적인 의문을 지워버리길 바라는 마음이다. 비오톱의 개념을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여 주제를 벗어난 느낌은 있으나 자투리 공간의 중요성 그리고 이를 보는 관점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는 과하지 않다고 본다. 모쪼록 교통섬이든 작은 규모의 정원이든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생명체들이 서식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두 번째는 자투리 공간의 유형별 환경특성을 분석하고 그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자투리땅은 다른 일반적인 공원이나 녹지와 같이 넓은 면적을 확보할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특수한 환경조건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주제의 첫 번째 원고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투리 공간은 쓸모없는 땅이거나 버려지기 쉬운 땅이 된다. 무엇보다 자투리 공간은 생물종들이 서식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곳이다. 빛이나 물, 바람과 같은 기반환경이 악조건에 놓인 곳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투리 공간의 유형별로 가진 환경특성을 잘 파악하고, 좋지 않은 환경요건을 고려해 적절한 서식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가도로의 하부는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그늘에 노출되거나 음지로만 존재하는 문제가 있다. 더불어서 고가도로에서 모이는 우수를 별도로 처리하 지 않으면 도로면에 있던 각종 오염물질이 빗물에 쓸려서 하부에 모이기도 한다. 이런 공간은 음지에 강한 식물들을 이용하는 동시에 수질정화의 기능을 함께 할 습지나 실개천들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통섬의 경우에도 자동차의 통행량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항상 자동차의 배기가스에 노출돼 있어야 하고, 상대적으로 열려 있는 공간이면서 바람이 많아서 건조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렇게 특수한 상황에 적합한 비오톱 도입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에 많이활성화되고 있는 저영향개발기법(LID)의 한 유형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도로변 완충녹지대와 자연배수로 등도 마찬가지이다.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다가 평상시에는 건조한 환경에 노출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공간에 잔디를 식재하거나 자갈로 두는 경우가많았지만, 가급적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조동길은 1974년생으로, 순천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하였고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생태복원 및 환경계획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의 대표이사로서 생태복원, 조경, 환경디자인, 경관 등 다분야를 통합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자연마당 조성 등 생태복원 사업과 남생이, 맹꽁이 등의 멸종위기종 복원 관련 R&D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한양대학교와 한경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서 생태복원 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생태복원 계획 설계론』(2011), 『자연환경 생태복원학 원론』(2004) 등이 있다.
    • 조동길[email protected] /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 2016년03월 / 91
  • [이미지로 만나는 조경] 담쟁이 발자국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요? 호랑이는 동물원에서만 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사람은 죽어서 확실히 이름을 남기긴 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처럼 매체가 발달한 세상에서는 죽기 전에도 이미 이름을 알리는 사람들도 꽤 많이 있지요.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가 문제가 되긴 합니다만. 이름을 남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물리적인 존재는 사라지더라도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가는 것일까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정말 멋진 일이군요. 후세에까지 계속해서 그 사람의 업적을 기억하는 것이라니. 그러나 역시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럼 식물은 죽어서 가죽을 남길까요? 이름을 남길까요? 글쎄요… 이 사진을 보니 식물은 발자국을 남긴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발자국? 네. 맞습니다. 발자국. 우리가 벽면을 녹화할 때 가장 흔히 사용하는 소재라면 역시 담쟁이를 떠올리시겠지요? 송악이나 인동 같은 덩굴도 있다지만 역시 담쟁이가 가장 친숙한 소재입니다. 한여름 벽면을 풍성하게 채운 모습이나 가을에 담을 온통 붉게 물들인 모습은 정말 운치가 있지요. 특히 벽돌건물에 담쟁이덩굴은 정말 잘 어울립니다. 시각적인 측면과 아울러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건물의 실내온도를 조절하는 효과도 있다고 하니 여러 가지로 아주 훌륭한 소재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겨울철인데, 잎이 다 떨어지고 난 후에 남은 줄기들이 지저분하게 보이기도 해서 싫어하시는 분들도 꽤 많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겨울철이 되기 전에 소위 ‘관리’를 하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담쟁이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벽에 붙어 있는 덩굴 줄기를 떼어내 없애버리는 것이지요. 깨끗하게 보이라고. 제가 살던 아파트에서도 이렇게 관리를 했던 모양입니다. 하루는 무심코 옹벽 옆을 걸어가고 있는데, 새 발자국처럼 보이는 게 있었습니다. 이게 뭔가 싶어서 길을 멈춰서고 자세히 들여다 보았더니, 그건 새 발자국이 아니라 덩굴식물의 발흡반이 남아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제야 눈치를 챈 거죠. 이곳에 담쟁이가 있었다는 걸 말이죠. 담쟁이 줄기는 제거했는데 벽에 남은 발 부분은 다 없애질 못한 것 같았습니다. 그야말로 담쟁이 발자국. 자세히 살펴보니 아주 재미있더군요. 걸어가는(?) 방향도 햇빛을 향해서 가는 것이 나름 이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보폭(?)이 일정한 것도 신기하기도 하고 말이죠. 콘크리트 표면의 기포 같은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기어이 한발 한발 전진하고 걸 상상하고 있자니 마치 살아 움직이는 동물을 추적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 이 녀석들이 이렇게 해서 담을 타고 올라가는구나.’ 그러면서 철컥! 바로 며칠 전 페이스북을 통해 읽은 글이 생각이 납니다. ‘사진을 취미로 선택하면 좋은 20가지 이유’라는 글이었죠. 20가지가 모두 공감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중에 꽤 그럴듯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모르고 살았던 존재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저도 그런 편이지만, 참 요즘 사람들 바쁘게 살아갑니다. 작은 것에는 신경 쓸 짬이 없죠.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 때문인지 아니면 현대사회의 속도감 때문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정말 숨 쉴 틈 없이 일주일, 한 달이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그래서 가끔은 좀 일부러 천천히 갈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작은 것, 우리가 미처 잘 몰랐던 것에도 관심을 두면서 말이죠. 어떤 시인이 이렇게 노래했다고 하지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봄이 되면 주변에 관심 둘 것들이 많아지지요? 카메라 얼른 찾으십시오. 그리고 주변을 산책이라도 하는 건 어떨까요?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2013년부터(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지냈다
    • 주신하[email protected] /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 / 2016년03월 / 91
  • [옥상녹화] 일본 옥상녹화 단상 지붕의 녹색 커튼
    1.초등학교옥상녹화 오키나와현 류큐마을의 녹색 식물 커튼 사진은 오키나와현 온나촌(沖縄県 恩納村)에 있는 류큐 마을(琉球村)의 건물이다. 가장 안쪽에는 가야부키(茅葺) 지붕의 건물이 있고, 절반의 초가와 절반의 기와를 사용한 변칙적인 지붕의 건물도 있다. 사진 오른쪽에는 넝쿨이 올라가고 있다. 이것은 물소를 기르는 커다란 외양간을 가리고 있는 모습의 일부이다. 이 넝쿨에는 연보라색 꽃이 많이 피어 있어서 매우 화려하다. 이 식물은 카이로나팔꽃이라 불리는 고구마속(Ipomoea)의 외래종이다. 원산지는 아메리카 대륙의 열대지역으로 전해지지만, 동남아시아에도 넓게 분포돼 있다. 오키나와의 도로변이나 수림지 등에서도 번성하고 있다. 병해충이 거의 없어서 잎이나 꽃의 상태도 깨끗하다. 류큐마을의 이 건물 넝쿨은 자연발생적으로 올라 간 것이 아니라 지붕을 가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식재됐다. 사진의 변칙적인 지붕을 보면 넝쿨을 지지하는 와이어가 설치된 것을 볼 수 있다. 넝쿨이 무성하게 자라서 건물 안쪽의 기초 구조가 잘 보이진 않지만, 여기에도 와이어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 지붕은 띠풀을 엮어서 만든 것이 아니다. 혹은 카이로나팔꽃의 얇은 가지가 오랜 세월 동안 겹겹이 쌓여서 띠풀을 엮은 형태가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이것을 가야부키 지붕이라고 믿고 있었으므로 가까이에서 확인하지는 않았다. 띠풀로 만들었든, 카이로나팔꽃이 쌓였든, 그대로는 꽤 궁상스럽게 보여야 할 지붕이 이렇게 식물로 가려져 품격 있는 오래된 민가로 보이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오키나와에서는 넝쿨식물로 지붕을 덮는 공법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담쟁이덩굴로 지붕을 모두 가린 민가는 나하(那覇) 시내에서도 볼 수 있고,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평지붕 위에 네트를 깔고, 쥐꼬리망초과 식물로 덮은 건물도 본 적이 있다. 공법적으로는 등나무 퍼걸러를 건물 위로 연결하거나 녹색 식물 커튼을 지붕까지 연장하는 것이 있다. 녹색 식물 커튼은 토양을 지붕 위에 두지 않아서, 적재하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따라서 적재하중의 여유가 없는 오래된 평지붕 구조의 건물이나, 프리패브 건물 등에도 이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가장 큰 문제점은 식물의 가는 가지가 겹겹이 지붕에 내려 쌓이는 점일 것 이다. 이러한 급경사 지붕이면 문제는 적지만, 평지붕 형태에서는 배수로의 배수성 확보가 어려워진다. 가는 가지를 없애는 등 배수로 주위의 관리로 장기간 배수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연 2회 청소는 필수적이다. 이 정도의 청소는 빌딩 유지관리 매뉴얼에도 반드시 기재돼 있지만, 실제로 실시하는 건물주는 찾기 힘들다. 이러한 유지관리에 대한 타협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도시녹화의 기법으로 보급해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야마다 히로유키는 치바대학교 환경녹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원예학연구과와 자연과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 와카야마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오사카부립대학교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토교통성의 선도적 도시 형성 촉진 사업과 관련한 자문위원, 효고현 켄민마을 경관 수준 녹화사업 검토위원회 위원장, 사카이시 건설국 지정 관리자 후보자 선정위원을 역임했다. 일본조경학회 학회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도시 녹화의 최신 기술과 동향』, 『도시환경과 녹지-도시 녹화 연구 노트 2012』 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규희는 1967년생으로, 치바대학교 대학원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일본의 에디(EDY)조경설계사무소, 그락크(CLAC) 등에서 실무 경험을 익혔고, 일본 국토교통성 관할 연구기관인 도시녹화 기구의 연구원으로서 정책 업무 등에 참여해 10여 년간 근무해 오고 있다. 특히 도시의 공원녹지 5개년 계획의 3차, 4차를 담당했다. 일본 도쿄도 코토구 ‘장기계획 책정회’ 위원, 서울시 10만 녹색지붕 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구 논문과 업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어번닉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여러 권의 단행본을 함께 감수하고 집필하면서 기술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번역 한규희_ 어번닉스 대표, 일본 도시녹화기구 연구부 연구원
    • 야마다 히로유키 / 오사카부립대학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 / 2016년03월 / 91
  • [디자인 유랑 인 호주] 여행자를 걷게 만드는 다문화도시, 멜버른
    멜버른 풍경읽기 지난 2008년 10월의 한적한 오후, 인천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에 몸을 싣고 11시간의 여정 끝에 도착한 멜버른은 사실 내가 가장 처음으로 만난 호주였다. 이러한 설렘 덕분일까? 빅토리아풍 건축물 사이로 안개 자욱한 아침 풍경은 화려하기보다는 유럽의 여느 도시처럼 은은했고, 남반구의 초여름 날씨만을 생각하고 공항을 벗어난 나는 하루에도 십 수도가 오르내리는 일교차에 고생했던 기억이 지금까지도 아련하다. 허겁지겁 옷가지를 추스르고 택시에 올라 도심으로 향하던 당시에는 초당 100원씩 올라가던 미터기가 배낭여행객인 나에게 무척이나 야속했지만, 굽어진 언덕 아래로 펼쳐진 도크랜드(Melbourne Docklands)의 풍광이 언짢은 마음을 어루만질 만큼 환상적이었다. 19세기 후반, 골드러시로 급속한 성장을 이루며 호주 제2의 도시로 거듭난 멜버른은 채광업자와 노동자의 가혹한 탄압으로 태동한 유레카 혁명의 도시답게 거리를 거닐다 보면 멜버니언(Melbournian)이 사랑하는 광장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또한 중심업무지구인 허들 그리드(Huddle Grid)와 버려진 항만시설을 리노베이션한 도크랜드가 유일한 도심일 만큼, 1000만 명이 북적이는 서울에 비해 매우 소박한 풍경이다. 허들 그리드를 순환하는 35번 트램에 올라 도심 곳곳을 누비다 만나는 고풍스러운 거리나 야라 강(Yarra River)에서 호각에 맞춰 힘차게 노를 젓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멜버른만의 수수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모래알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마저 감미로운 세인트 킬다 해변(St. Kilda Beach)은 그들만의 안식처처럼 평온하게 느껴진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석회암 절벽의 아름다운 풍치를 만끽할 수 있는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12사도 바위(The Twelve Apostles)와 원시림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오트웨이 국립공원 내 우듬지(Otway FlyTreetop Walk)도 경험해보길 바란다. 멜버른 산책 하나. 페더레이션 스퀘어 지난 2004년 방영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촬영지로 우리에게 친숙한 플린더스역(Flinders Street Station)을 둘러보다가 기차역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인파에 떠밀려 도착한 곳은 멜버른의 키 낮은 랜드마크인 페더레이션 스퀘어(Federation Square)였다. 3.6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의 이 연방 광장은 호주연방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됐다. 내가 찾았던 당시의 광장 풍경은 멜버른 최고의 축제인 ‘멜버른 컵(Melbourne Cup)’이 열리던 날이라 그런지 곳곳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행사와 대형 전광판을 통해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로 활기찼다. 중심업무지구와 야라 강(Yarra River) 사이의 좁은 부지에 위치한 이 시민광장은 인공지반에 조성된 공공 공간으로, 불과 십 수 년 전만 하더라도 도시의 연료 공급을 담당하던 빅토리아 가스석유공사와 졸리몬트 철도부지, 프린스 브리지역이 자리하던 산업시설단지였다. 하지만 도시 미관을 해치는 낙후시설로 전락하면서 도심에서 야라 강으로의 접근을 단절시켰다. 구도심 내에는 시민을 위한 만남의 장소와 공공문화시설이 부족했다. 그래서 시정부는 멜버른의 관문으로서 시각적 경관을 회복하고 플린더스 스트리트와 야라 강의 연결을 촉진하기 위한 광장 조성 사업을 추진했고, 두 차례의 국제 현상공모를 통해 영국의 기반을 둔 랩건축사무소(Lab Architecture Studio)와 멜버른 지역 건축가인 베이츠 스마트(Bates Smart)의 컨소시엄의 설계안으로 결정됐다. 윤호준은 1982년생으로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를 거쳐 서호엔지니어링 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조경 계획 및 설계에 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북경공업대학교 성시건축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서호엔지니어링 북경지사에서 실무를 병행하고 있다. 『환경과조경』과 『스테이플(STAPLE)』의 해외리포터(중국)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지난 2012년에 출간한 『디자인 유랑 인 유럽』이 있으며, 현재 『디자인 유랑 인 아시아』편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