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D를 적용한 고속도로변 생태 습지
물순환 체계의 왜곡
1969년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우리나라의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는 경제적 편익과 함께 전국 1일 또는 반나절 생활권이라는 장점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불투수성 포장 공간 증가와 더불어 물순환 체계의 왜곡이라는 환경 문제도 수반한다. 이는 우리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라기보다는 많은 나라가 겪고 있는 물 수요의 증가나 기후변화, 온실가스 등에 의한 전 지구적인 환경 변화와도 일맥상통한다. 미래에는 깨끗한 물확보를 통한 물순환 체계 구축이 각 국가 안보의 핵심 어젠다로 등장할 전망이다. 현 정부 역시 환경 문제와 기후변화로 인해 왜곡된 물순환 체계를 회복하여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기후변화 적응(국정과제 #90)’을 위한 저영향개발Low Impact Development(LID)적용을 확대 추진 중에 있다.
물순환 체계 회복을 위한 노력
최근 물순환 체계 회복과 관련한 정부 정책을 살펴보면, 녹색 건설 환경 구현을 위한 LID 기법 활성화, 비점오염 관리를 위한 LID 기법 적용 확대 및 그린 빗물 인프라 확충(제2차 비점오염원 관리 종합 대책), 비점오염원 직유입 지역 최적 관리(환경친화적인 도로 유지관리 지침), 도로변 녹지에 LID 기법 적용한 우수 침투 및 저류 계획 수립(친수 구역 조성 지침) 등 관련 법령과 규정이 개정되었으며, LID 기법 적용 확대를 위한 제도적 인센티브 제공 계획도 수립 진행되고 있다. 또한, 환경부에서는 ‘저영향개발 기술요소 가이드라인’(2013. 4.)과 환경영향평가 시 ‘저영향개발 기법 적용 매뉴얼’을 작성하여, 개발 사업이 시행될 때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저영향개발 기법 개요
LID 정의
그렇다면 LID 기법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정의는 지역, 기관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으나, 개발로 인해 변화되는 수문 특성을 개발이전과 최대한 유사하도록 하는 것을 공통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환경부, 2013).
LID의 개념은 소규모 분산형의 자연친화적 생태녹지를 활용해 우수 유출 분산 관리, 수해 예방, 비점오염 저감 및 우수 유출 속도 지연 등으로 자연계의 물순환 구조를 회복하는 기법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정의로는 소규모, 분산형의 자연친화적인 기법을 활용해 우수 유출 발생원부터 우수유출량 및 오염원을 저감하고 유출 속도를 지연시켜 물순환 상태를 개발 이전에 가깝게 유지하는 기법이라 할 수 있다(국토연구원).
전용철은 1973년생으로 강원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하였다.1998년 한국도로공사에 입사하여, 본사·지역본부·지사·건설사업단을 두루 거치면서 조경 계획, 설계, 시공은 물론 유지관리등 고속도로 조경과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고속도로 조경업무의 바탕인 ‘조경실무지침’(2005), ‘고속도로 비탈면 녹화 세부지침’(2005) 수립에 직접 참여하였으며, 한국환경생태학회 이사역임(2009~2011), 환경컨설팅 전문인력 양성교육 수료(2009),고속도로 폐도 생태 복원 사업 계획 및 실행 등의 업무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도로공사 생태조경팀에서 설계 업무를 담당하면서 저영향개발 기법을 적용한 생태 습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황구지천 하천 환경 정비
2012년 12월, 황구지천 하천 환경 정비 사업이 마침표를 찍었다. 무려 114개월이라는, 현재로서는 아마도 우리나라 하천 사업 중 최장 시간이 걸린사업이 아닐까싶다. 기간뿐만 아니라 하천 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 진행 과정이나 성과에 있어서도 가장 바람직한 현장 중 하나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그런 만큼 황구지천 하천 환경 정비 사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이 사업 하나로 우리나라 하천 환경 조성을 위한 해답을 제시하기에는 부족하겠지만, 적어도 하천 환경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했고, 하천 사업에 대한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필자는 사업 착수부터 준공까지 황구지천 하천 환경 정비 사업의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했다. 이에 본 원고를 통해 114개월 동안 진행된 황구지천의 발자취를 돌아보고자 한다.
황구지천
황구지천은 경기도 의왕시에서 발원하여 수원, 오산, 화성, 평택을 거쳐 진위천으로 합류하는 유로 연장 32.5km(국가하천 16.3km)의 하천이다. 이곳은 본래 ‘항곶천亢串川’이라 불리었다고 한다. ‘항곶천’이라는 이름은 항곶진津으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오늘날의 평택시 서탄면 황구지리에 해당한다. 이 마을은 항곶포, 항곶진 등으로 불리었는 데, 마을 이름을 따서 항곶천이라 부르던 것이 변하여 황구지천이 된 것이다. 이 마을 어르신들은 아산만 방조제로 안성천이 막히기 전엔 가끔 소금배가 드나들었던 것을 기억하고 계신다. 또한 황구지천 인근에는 융건릉, 용주사, 세마대 등의 많은 문화 유적지가 분포하고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사업 시행 전 황구지천은 수원시, 의왕시의 하수도와 지역 주민들의 쓰레기 투기장으로 전락하여 동식물의 서식은커녕 사람의 접근도 쉽지 않을 정도로 오염이 심하였고, 생태계가 파괴되어 생명이 살아가기 힘든 하천이었다. 또한 유역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유출량 증가는 홍수 피해로 이어지고 있었고, 그 외에 둔치 경작 등 오염의 그늘에 가려져 인근 주민들조차 꺼려하는 하천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하천 환경 정비 사업
1996년 국토교통부(구 건설교통부)에서는 우리나라의 훼손이 심한 하천에 대해 ‘하천 환경 관리 계획’을 수립하여 1998년부터 7개 하천을 대상으로 하천환경 정비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오산천, 경안천, 경천, 한강 난지, 성환천, 동복천, 황구지천이 시범하천으로 선정되었으며, 그 중 황구지천은 마지막으로 시작되어 준공된 현장이다.
① 사업 목적
•황구지천의 치수 및 이수 안정성 확보(홍수 빈도 80년 → 100년)
•하천의 생태 환경 조건 개선, 생물 서식 공간 제공
•하천 수질 개선, 친환경적인 자연형 하천 조성
② 주요 사업 내용
•축제공: 11.4km(제방 보축 및 하천 폭 확대)
•호안공: 14.1km(콘크리트 호안 → 자연형 호안)
•하천 구역 내 농경지 정비: 161만m2(습지 11개소, 완경사 호안 조성)
•친수 공간 조성: 귀래생태공원, 내천초화원, 산책로, 징검다리 등
•배수시설물: 30개소
•보 6개소 개량: 고무보 1개소, 사석 여울형 2개소, 목재 방틀 여울형 1개소, 전도식 수문 2개소
현장 환경을 고려한 모니터링을 시행하다 모니터링은 사업 시행의 효과와 완성도를 평가하는 과정으로, 시공 중 시행착오를 방지하고 공법개선을 통한 효율적인 사업 유도와 지속가능한 공법 자료 축적을 목적으로 한다. 하천 환경 관련 사업에서 특히 모니터링이 필요한 이유는 하천이 강우 등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살아있는 생물을 다루는 부분이 많아, 토목적·정량적인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니터링을 수행함에 있어 이러한 하천 복원 시스템을 이해하고 해석하며 판단할 수 있는 인력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즉 수리·수문·수질·생태·조경·시공·유지관리 등 각각의 전문 분야에 대해 이해하고, 사업 중 각 분야의 경중을 저울질하면서 조정할 수 있는 인력이 모니터링을 이끌어야 한다. 특히 하천 환경 정비 사업에 있어서는 생태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겠다.
설계삼안, 한국종합기술
시공대원종합건설, 한화건설
감리·모니터링삼안
시행국토교통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
범위국가하천 16.3km
위치경기도 수원시 대황교동 원천리천 합류점 ~ 화성시 양감면 정문리 진위천 합류점
사업기간2003년 6월 ~ 2012년 12월(114개월)
총 사업비620억 9천4백만 원(보상비: 204억 4천7백만 원)
한승완은 1974년생으로 충남대학교에서 하천 생태학(식물)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삼안에 입사하여 10년 이상 하천 환경 관련 계획과 설계, 모니터링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국토교통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또한 소방방재청의 하천 관리 실무 과정 공무원 교육 등 자연친화적 하천 조성과 관련한 다수의 교육 및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하천을 생태적 관점에서 자연친화적으로 조성하고 관리하는 데 관심 있으며, 설계와 이론을 넘나드는 다양한 활동을 펴나가고 있다. 역서로 『하천 조성과 서식처 보전』이 있으며, 생물 서식처와 관련해 다수의 원고를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