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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의 마당 꿈꾸는 용산 국가공원
‘국민이 만들어가는 용산공원’ 주제로 전문가 세미나 개최
  • 조한결
  • 환경과조경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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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결

 

국토해양부(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는 지난 2012년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를 실시했다. ‘치유’라는 콘셉트로 공모에 당선된 West8과 이로재의 “Healing: The Future Park”를 바탕으로 후속 설계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국회의 예산 전액 삭감으로 기본설계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5월 21일 용산공원추진기획단과 한국조경학회가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국민이 만들어가는 용산 국가공원’이라는 주제로 ‘용산공원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를 통해 채택한 마스터플랜이 난항을 겪고 있는 시점에서 시민참여 방법과 전략, 현실적 대안 제시와 제도화 방안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집단 지성 발휘해 창의적인 공원으로

“대중의 지혜는 전문가의 지식보다 더 정확한 답을 이끌어낸다” 김영민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는 영국의 유전학자인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의 말을 인용하며 대중의 지혜를 강조했다. 그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수퍼킬렌Superkilen을 예로 들었다. 덴마크에서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에 조성된 이 공원은 고향 국가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나타내고 싶어 하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아이디어 개진으로 이국적이면서도 창의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김영민 교수는 “수퍼킬렌 공원 조성 과정에서 적용된 시민들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보면 너무 직설적이고 유치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것들이 모여 있을 때 다양성을 드러내기도 한다”며 “단순한 상징적인 시설물만으로도 주민들은 이 공간이 자신의 공간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출품작들이 제시한 ‘마당’이라는 전통적인 개념에서 시민참여를 이야기했다. 용산공원 부대 시설을 모두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부분적으로만 해체해 시민들이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마당’으로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다.

홍윤순 교수(한경대학교 조경학과)는 국제공모에서는 당선을 위해 도시 스케일을 넘는 힘이 들어간 계획안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거시적인 마스터플랜이 조금 와해되고 있는 처지에서 중간 단계의 임시 공원을 중심으로 어떻게 세부적으로 발전시킬까 하는 점이 세부적인 마당이나 주민참여와 연결되어 조금 더 정교하게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마당’은 전기나 수도와 같은 초기 인프라를 갖춘 공간이기 때문에 이용자에 따라 창의적으로 응용되어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융통성 있고 창의적인 공간의 조성에 관해서 한창섭단장(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은 6개 단위 공원에서 생태 중심의 공원으로 용산공원 조성의 기본 방향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융통성을 주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6개 단위공원으로 조성하게 되면 각각의 단위공원 개념에 맞춰 공간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전체적으로 공모 당선작의 개념은 받아들이되 생태 중심 공원으로 단일화시켜서 거기에 필요한 스포츠 시설이나 생태 습지 등 여러 가지를 만들어서 조금 더 융통성 있게 바꾸는 것이지 구체화한 내용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대형 공원 조성 시 시민참여 사례와 교훈’에 대해 발표한 민병욱 교수(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는 밀레니엄파크, 다운스뷰 파크, 서울숲, 센트럴 파크를 예로 들며 시민참여의 다양한 형태를 소개했다. 그는 “용산공원의 규모와 성격, 한국의 실정을 고려할 때, 국가가 주도하되 민간 파트너십으로 민간의 영역을 키워서 대등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민간 참여 전략으로는 세제 혜택과 제도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참여란 소통이다

세미나에 참여한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용산공원 조성과정에 시민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입을 모았지만, 구체적인 시민참여의 범위와 형태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기도 했다. 안상욱 단장(LH공사)은 “미군 기지의 이전 시기와 범위가 유동적인 상태이다 보니 문체부, 국방부 등 다른 중앙부처와 의견 조율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라며 용산 전체의 재생이란 틀에서 기초를 다지려면 행정 실무 협의회가 우선으로 구조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민 교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는 과연 시민 전체를 대변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며 “어떻게 보면 시민단체들은 특정 목적을 가진 경우도 있어서 공원을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의견은 어떻게 개진하나 이런 부분을 고민했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연금 소장(조경작업소 울)은 “시민참여를 도구가 아닌 과정으로 봤으면 좋겠다”며 “전문가와 시민을 분리해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소통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둘은 구분되고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소통하는 대등한 관계”임을 강조했다. 전문가와 시민의 관계를 함께 공동선을 추구해야 하는 관계로 본 그의 의견은 현재 용산공원 조성계획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 비춰볼 때 시사점이 크다. 미군기지 이전 계획변경, 신분당선 조정 등 용산공원 조성에 있어서 가장 큰 장벽들은 사실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소통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한배 회장(한국조경학회)은 “설계자가 시민을 고려해서 하는 설계도 시민참여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참여의 개념을 넓게 확장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용산공원은 국제 설계공모를 통해 이미 큰 그림이 마련되었고 설계자도 정해져 있는 상황이지만, 여타의 공원과는 상황이 무척 다르다. 미군기지의 이전 시기와 범위, 신분당선의 조정에 따른 교통문제, 침수에 대비한 물관리체계 수립 등 여러 문제들이 쌓여있다. 또한 국민 참여는 완공 이후에도 어떤 식으로든 폭넓게 추진되어야 할 과제다.

서울의 심장부에 있으면서도 외국군 주둔의 역사로 인해 ‘미지의 땅’으로 인식돼오던 용산 미군 기지가 아픈 역사 위에서 새 시대를 여는 공원으로 탈바꿈하기위해서 공공기관과 민간의 지혜로운 소통이 필요한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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