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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로 말하는 도시
도시를 살리는 ‘소통’ 세미나
  • 환경과조경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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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통섭의 시대다. 대화와 소통이 더욱 중요해졌다. 미디어는 사람과 사람, 영역 간 소통의 매개체로 역할을 해왔는데, 전통 미디어의 신뢰 하락과 기기의 발달로 뉴미디어가 확산되고 공동체 미디어가 다변화하면서 그 지형이 변하고 있다. 미디어 홍수 속에서 각각의 미디어들은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고 있다.

‘도시’의 문제도 공간을 넘어 다른 이슈들과 함께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미디어를 통한 ‘소통’은 많이 이야기 되고 있지만, 정작 많은 문제를 양산하고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지는 ‘도시의 소통’에 대한 고민은 얼마나 되고 있는가? 그리고 누가 여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인가? 지난 5월 9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열린 “도시를 살리는 ‘소통’ 세미나”에서 전상인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가 던진 물음이다.

도시와 소통, 두 키워드가 만났다.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와 서울연구원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사회적문제들을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닌,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로서 총체적 관점에서 진단하는 세미나를 주최했다.

이창현 원장(서울연구원)은 최근 화두로 떠오른 ‘안전’을 상기시키며 포문을 열었다. “도시는 살아있는 유기체다. 현대 도시는 아주 복잡하고 기계적으로 보이지만, 인간의 몸과 같이 도시도 막힌 곳이 없이 잘 소통해야 건강하고 시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살림으로써 도시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에 세미나에서는 전통 미디어와 뉴미디어, 공동체 미디어, 공공 환경, 그리고 시각적 측면에서 미디어의 모습 등 ‘소통’의 수단을 다각적으로 진단했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5인의 주제 발표 이후 토론이 진행되었는데, 소통을 위한 자리인 만큼 토론에 보다 비중을 두고 플로어와 패널의 대화에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다. 미디어 전문가 3인과 공간을 다루는 전문가 2인으로 발표자가 구성됐다. 실체가 없는 미디어와 공간이라는 주제를 함께 다루다 보니 하나의 맥락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문제 해결의 방안으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거론되었다는 점은 동일하다.

차재영 교수(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는 “미디어가 자본과 국가에 의해 독점되는 상황에서 공동체 미디어를 그 대안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통 미디어가 특정 계층이 전담하는 일방향 체계였던 데 반해 공동체 미디어는 일반 시민의 참여를 원칙으로 하는 쌍방향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차 교수는 공동체 미디어가 “주민들의 관심과 요구에 부응하여 지역 사회에 관한 질 높은 정보를 제공하고, 주민들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공론장 역할”을 함으로써 지지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혁 교수(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는 도시 속 불통의 결과를 해소하는 데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가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도시의 소통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지나치던 잠재된 문제를 발굴하고 그것을 일깨워 줌으로써 자발적으로 문제의식을 고취시켜 주어야 한다”면서, “도시 인프라와 기술의 접점에 놓여있는 디지털 사이니지의 활용은 수용자의 능동적 참여를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경진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는 시각적 커뮤니케이션 관점으로 도시를 바라보고 도시의 시각 미디어 환경인 동영상 전광판을 사례로 이야기를 풀었다. 조교수는 “온갖 시각 정보로 채워진 도시 경관에서 사유와 소통을 위한 여백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면서, 시민들이 미디어 환경 속에 놓여 일방적으로 무의미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동영상 전광판이 공동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수용하려는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재 소장(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도 비슷한 시각에서 소통의 수단이 사유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도시는 일방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고 그 대표적인 것이 광고인데, 이는 정보 전달의 사유화로 흐른다.


공간과 미디어의 역학 관계

전상인 교수는 한국의 플래카드 문화를 비판했다. 플래카드의 난립으로 도시 미관이 오염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플래카드 설치가 불법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시민들이 이를 당연시 여기고 지나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원재 소장은 이를 절박함의 표현으로 해석했다. 플래카드 문화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 하지만, 도시에 담긴 사회적 현상을 파악해 보면 시민들의 절박함이 드러나는 것이 플래카드이기에 이를 비판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라도삼 실장(서울연구원 미래사회연구실)도 이에 동의했다. “압축된 공간에서 한정적인 소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노력의 결과가 플래카드 문화”라면서,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도시의 소통 문제로 귀결되며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미디어의 문제로도 연결되는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미디어와의 관계에서 도시의 물리적 측면을 살펴보면 또 하나의 쟁점이 발생한다. “도시를 아무리 멋있게 조성해도 시민들이 보지 않는다”(이재현,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점이다. 토론자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발언들을 접할 수 있다. 조경진 교수는 “지구 어디서나 정보 소통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졌고 시공간의 압축을 넘어 시공간의 소멸이 진행되고 있다”며, “디지털 미디어가 도시 생활의 중심을 차지하고, 디지털 미디어의 침투는 물리적 공공 공간에서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와 공간 간의 역학관계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외부 활동이 축소되었다는 건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발달로 미디어가 외부 활동과 공간에 미치는 영향이 가속화되었다는 게 발표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라도삼 교수는 SNS를 통해 미학적 공간을 찾고, 장소 읽기의 수단으로 미디어가 활용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찬호 교수는 사람들이 “꽃을 보고 감동하지 않고, SNS에 올리고 관계하면서 그때서야 감동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간과 미디어 그리고 관계성에 대해 새롭게 짚어볼 것을 요구했다.

조경진 교수는 미디어를 통해 장소에 관심을 갖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는데,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는 “장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의 ‘동네 문화’가 활기를 띠도록 공간을 다루는 사람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상인 교수가 서두에 밝혔듯이 세미나의 배경에는 분야의 절박함도 있다. 참석자들이 도시와 미디어의 위기 의식을 가지고 공론화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도시를 살리는 ‘소통’, 그 후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미디어 지형과 도시의 모습, 그 변화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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