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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감] 다섯 번째 공간 탐색, 서울시립대학교 캠퍼스
  • 환경과조경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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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 꽃을 볼 수 없는 퍼골라 ©김용택

 

이곳이 100년 가까이 된 캠퍼스라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1918년 경성공립농업학교로 시작하여 서울농업대학, 서울산업대학을 거쳐 약 30년 전 서울시립대학교(이하 시립대)로 개편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시립대 캠퍼스를 처음 와본 건 아니었지만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둘러본 적이 없었던지라 이번 답사는 설계적 관점으로 이 공간을 살펴볼 좋은 기회가 되었다.

캠퍼스 전반의 첫인상은 안정감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오래된 캠퍼스답게 차분하게 가라앉은 건축물과 아름드리나무들이 이러한 공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건축물이 홀로 튀거나 윽박지르지 않고 대지에 안착되어 있다는 것은 구성원들이 편안한 공간감을 느끼는 데 도움을 준다. 100년 건축의 흔적을 기대할만 하지만 아쉽게도 서울학연구소나 박물관 등 몇몇 건축물에 국한되어 있고, 대부분의 건물은 보편적인 학교 건축의 모습이다. 최근 지은 것으로 보이는 건축물들에 주목할 만한데, 이들은 기존 캠퍼스와 스케일이나 재질면에서 어울리면서도 동시대적 감각을 드러내고 있다. 여러 부류의 건축이 공존하고 있지만 이질적이라고 보이지 않는 이유는 편안한 무게감이라는 공통분모가 캠퍼스 건축에 적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건축물과 그 배치가 주는 안정감과 더불어 원 수형을 지니면서 성목으로 자라난 아름드리나무들이 쾌적함을 더해준다. 캠퍼스 내의 나무는 과거 농업 학교의 유산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캠퍼스에 수목원을 결합해놓은 것처럼 다양한 수종이 있을 뿐만 아니라 양호한 수형을 유지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잘 관리된 녹음은 가치를 환산하기 힘든 혜택이 되어 구성원에게 되돌아가고 있다. 개별 건축이나 오래된 나무들 외에 시립대캠퍼스의 안정감에 기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지형이다. 이 캠퍼스는 교문 부근의 지대가 높고 안쪽으로 완만하게 낮아지다가 끝부분에서 배봉산을 만나다시 오르막의 경계를 이룬다. 분지라고 볼 수는 없지만 완만한 그릇 같은 지형을 이루고 있으며, 이 오목한 그릇에 담긴 건축과 나무는 상대적으로 낮아 보여 은연중에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지형적 특징은 또한 캠퍼스 외부로부터의 시각적 영향을 차단하고 위요감을 증가시키는 효과도 준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캠퍼스 전반을 아우르는 디자인의 원칙은 ‘언더 디자인’이다. 휴게 공간의 조성방향은 나무들이 완성한 공간을 잘 살피고 그 안에서 조심스럽게 구성원이 활용할 수 있는 최소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상쾌한 그늘을 드리우는 큰 나무들 아래에는 데크와 벤치가 설치된 곳이 많다.


 

정욱주는 이 연재를 위해 작은 모임을 구성하였다. 글쓴이 외에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환경디자인스튜디오의 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시립대학교의 김아연 교수 등 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하였고,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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