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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색의 정원
  • 환경과조경 2014년 6월
KYT1.JPG
©유청오

 

5월은 정원이 가장 풍요로운 계절이다. 새로운 잎이 돋는 신록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만한 정원이다. 어젯밤에 비도 오고 햇살도 밝으니 오늘 보게 되는 정원은 완벽한 차비를 갖추었을 터다. 숲 속에 위치한 주택 단지로 가는 길만으로도 마음이 정갈해진다. 도심 속에서 이런 숲길을 통해 주거지에 이르는 것도 새롭거니와 잘 정비된 도로가 흡사 어디 리조트에 가는 기분이 들게 한다. 작은 마을로 이루어진 주택 단지는 차분한 재료로 이루어진 비슷한 분위기의 저택들로 구성되어 주변 자연 및 정원과 잘 어울렸다. 맨 안쪽 산기슭에 위치한 주택은 힘 있고 정갈해 보였다.

린의 이재연 대표는 서안에서 10여 년 같이 근무했던 동료이고 설계와 현장경험을 한 이력도 비슷해서 나와는 태생적으로 비슷한 디자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장과 소재를 중시하고, 디자인·시공이 일체화된 작업을 위주로 하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아마도 디자인이 다른 부분은 나와 다른 성격적 특성 정도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 보게 되는 정원은 내가 서안에서 독립한 후 처음 보는 서안 멤버의 정원이란 기대도 있다. 나와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작업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정원의 입구

여유 있는 주변 녹지와 도로변의 조경 공간은 안에 있는 정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대문을 들어서면 단정한 계단과 그 옆 기단에서 흐르는 작은 벽천이 이국적이다. 코르텐스틸 기단은 식물 재료와 절묘하게 어울리고 베이지색 포장 재료와도 잘 어울려 명료한 입구 정원의 몫을 다하고 있다. 코르텐스틸기단 위에는 황금눈주목과 회양목, 일본조팝나무(홍조팝)를 심었는데, 금속의 재료와 잘 어울렸다. 특히 황금눈주목은 그 강렬한 색상이 더욱 이국적으로 보인다. 강렬하지만 잘 어울렸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금속과 대비되는 좀 더 차분한 색상의 식물을 선택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강한 이미지의 재료에는 습관적으로 소프트한 재료를 놓는 버릇이 있다. 어쨌든 나와 다른 첫 번째 선택, 신선했다. 조팝나무와 황금눈주목 사이에 회양목으로 라인을 만든 것도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계단을 올라서면 마당을 가로질러 현관으로 이르는 디딤돌이 단정하게 놓여있다. 진입로가 마당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구조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으나 마당의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 좌우로 긴 마당의 형태가 길의 레벨에 의해 변화가 생기고 포장 좌우로 살짝 마운딩 된 잔디 마당은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작은 지형의 흐름이 생겨 공간에 더욱 긴장감이 생기게 되는 효과도 있어 보인다. 또한 특별한 경계 없이 지형에 연속되는 포장과 잔디의 단정한 면이 시원한 공간감을 주고 있다.


빛의 마당

마당의 풍경은 눈부셨다. 날씨 탓도 있겠으나 풍부한 소재와 신선한 잎들, 꽃들이 빛나는 풍광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단정한 테라스와 한쪽의 코르텐스틸 기단, 그리고 여러 가지 변종 식물들의 풍부한 색상이 잘 어울렸고 마당에 심겨진 체리나무의 열매도 인상적이었다. 마당의 전면부에는 여러 가지 조팝나무가 심어지고 한쪽의 코르텐스틸 기단 위에는 무늬병꽃나무와 황금눈향나무가 심겨 있었다. 무늬병꽃나무의 흰색 잎과 연분홍 꽃이 황금눈향나무와 대비되어 이국적인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넓은 테라스에는 포니테일, 팜파스그라스, 모닝라이트억새 등 이국적인 그라스가 심겨 있었다. 나의 습관적 선택이라면 마당의 전면부에 그라스 종류를 배치했을 텐데 그는 테라스에 그라스를 배치하여 특별한 공간감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라스는 역광에 효과적인데, 테라스에 심겨진 그라스 종류들은 특히 섬세한 디테일을 가지고 있어 빛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주택 안의 풍경에 신선함을 더할 것이다. 이런 그라스가 은은하고 섬세한 빛을 표현한다면 순도가 높은 색상의 변종 식물과 꽃은 화려한 색상으로 빛을 표현한다. 황금눈향나무와 노란 대사초, 붉은 체리 열매, 대왕철쭉 등이 화려한 정원의 모습에 일조한다. 앞집 경계에 심겨진 에메랄드그린은 이런 화려한 색깔의 배경이 되는 맑은 녹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몇 개의 덩어리로 이루어진 건축의 형태가 강렬하기 때문에 다소 많아 보이는 정원의 색조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넓은 테라스와 같은 레벨의 잔디가 연속되면서 전체적으로 넓고 시원한 공간을 형성한다.


 

김용택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환경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조경설계 서안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2001년부터 KnL환경디자인스튜디오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부암동 반계별서와 평창동 정원 등 정원 조성 작업을 주로 해 왔으며, 조경 작품이 주변 환경에 동화되도록 장소의 특성에서 얻은 모티프를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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