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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 공원 아카이브의 비전과 방향
  • 이명준 (earsjune2@gmail.com)
  • 환경과조경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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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기록원 사무실. 입구 벽에 적힌 라틴어 속담 “말은 흘러가고 기록은 남는다”처럼 공원은 변하고 기록은 남는다. ⓒ이명준/촬영 협조: 서울기록원

 

 

아카이브라는 말은 석사 과정 시절 영화 이론 강의를 들을 때, 그러니까 십여 년 전에 처음 들었던 것 같다. 이론과 역사에 푹 빠져 지내던 시절, 생소하지만 그럴듯해 보이고 입에도 잘 달라붙는 외국어는 뜻과 내용을 다 알지 못해도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영화에 관련한 자료, 특히 고전 영화 필름을 모아 놓은 장소를 아카이브라고 부르나보다 했다. 십여 년이 지난 현재 아카이브는 이곳저곳에서 심심찮게 자주 들리면서 아카이브의 유행을 실감하게 한다.1

아카이브는 우리가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였을 뿐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아카이브는 기록물과 그러한 자료의 소장처양자의 의미를 담고 있다.2도서관, 미술관, 박물관은 자체적인 기록물 컬렉션을 소장하고 또 그것을 보관하고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가장 친숙한 아카이브이다. 요새는 기관의 목적 자체가 자료를 수집해 보관하는 데 있는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외에도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아카이브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네이버 포털에서 아카이브라는 키워드로 웹사이트를 찾아보면 백만 건 이상이 검색된다. 이 중에는 연예인이나 일반인의 삶에 대한 아카이브, 사회적 사건을 기억하기 위한 아카이브, 특정 시험에 관한 자료를 그러모은 아카이브도 있다. 홈페이지에 자료실이라고 이름 붙여졌던 것들이 아카이브라는 이름으로 대체되어가는 흐름도 보인다. 굳이 물리적 소장처가 없더라도 웹 공간에 자료를 보관해 아카이브를 구축해가는 경우도 많다.

 

아카이브 유행

아카이브는 하나의 사회 현상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기록하고 그것을 보관하려는 열망에 휩싸여 있다. 이러한 흐름은 왜 생겨난 것일까. 우선 디지털빅데이터로 말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우리는 자료를 본격적으로 디지털화digitizing할 수 있었고, 그리하여 건축, 미술, 영화와 같은 분야에서 물리적 자료를 디지털로 구축했다. 또한 근래에 사회적 현상이 된 빅데이터도 아카이브 유행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SNS 등을 통해 우리가 생산하는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더불어 그러한 데이터를 보관하고 처리하는 다양한 테크놀로지도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카이브에 대한 열망을 인간의 기본적 욕망이라고 본다면, 그것을 요새처럼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게 한 것은 테크놀로지의 덕택이다. ...(중략)...


환경과조경 383(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1. 이 글은 지난 2019118일에 개최된 ‘2019 공원학개론에서의 발표 공원 아카이브의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2. 아카이브는 어떤 장소, 기관, 혹은 집단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사적 자료와 기록물의 컬렉션(collection)”이며, 그러한 자료와 기록의 소장처. en.oxforddictionaries.com/definition/archive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 설계와 계획, 역사와 이론, 비평과 교육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조경 드로잉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현대 조경 설계 실무와 교육에서 디지털 드로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고, 현재는 조경 설계에서 산업 폐허의 활용 방법, 조경 아카이브 구축, 조경 디자인과 드로잉 교육, 20세기 전후의 한국 조경사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올해 3, 한경대학교 조경학과에 교수로 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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