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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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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거진 가격 9,000
잡지 가격 10,000

기사리스트

[에디토리얼] 아날로그의 반격
디지털 라이프의 한계와 그 바깥에 실재하는 아날로그 세계의 견고한 미래를 구슬 꿰듯 엮어 설명하는 데이비드 색스David Sax의 책『 아날로그의 반격』(어크로스, 2017)은, 종이 잡지의 운명을 걱정하는 잡지 편집자들에게 작은 희망을 준다. “디지털 경험에는 잉크 냄새도, 바스락바스락 책장을 넘기는 소리도, 손가락에 느껴지는 종이의 촉감도 없다. 이런 것들은 기사를 소비하는 방법과 아무런 관계도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이패드로 읽는다면 모든 기사가 똑같아 보이고 똑같게 느껴진다. 그러나 인쇄된 페이지에서 인쇄된 페이지로 넘어갈 때는 그런 정보의 과잉을 느끼지 못한다”(215쪽). 아주 최근까지만 해도 잡지는 이제 온라인으로만 존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잡지나 인쇄물처럼 디지털화가 가능한 사물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듯했다. 그러나 색스가 촘촘히 관찰하고 있듯이, 새로운 옷을 입은 아날로그가 디지털 시대의 일상에 반격을 가하고 있는 현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레코드판과 필름 카메라가 다시 유행하고 투박한 몰스킨 노트가 히트 상품으로 부상했다. 놀랍게도 새로 창간해 성공한 종이 잡지들도 적지 않다. 지난 2월 6일, 리뉴얼 3기 신임 편집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환경과조경』의 새 ‘절친’이 된 김충호 교수(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박승진 소장(디자인 스튜디오 loci), 박희성 교수(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오현주 소장(안마당더랩), 최영준 소장(Lab D+H), 최혜영 교수(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는 『환경과조경』이 전문지로서 지향해야 할 비전과 아날로그 종이 잡지로서 갖춰야 할 매력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환경과조경』을 비롯한 거의 모든 건축, 조경, 디자인 잡지가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은 똑같다. 더 이상 잡지를 사지 않는다는 것. 정기구독자가 줄지 않으면 다행이다. 랜드진Landzine 같은 디지털 잡지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웬만한 근작들의 도면과 사진을 거의 실시간으로, 게다가 ‘공짜로’ 볼 수 있는 시대. 공들여 편집한 온라인 잡지 형식이 아니더라도 핀터레스트Pinterest처럼 이용자가 스크랩하고 싶은 이미지를 포스팅하고 다른 이용자와 공유하는 소셜 미디어들이 디자인 잡지의 역할을 대신한다. 디자이너가 자신의 최근 작품을 가장 쉽게 전파하려면 적절한 해시태그를 달아 인스타그램Instagram에 올리면 그만이다. 『환경과조경』은 과연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까. 전문지로서의 지향점에 대해서는 편집위원들의 의견이 조경 경계의 확장과 해체 대對 조경 영역의 심화와 내실화로 갈렸지만, 종이 잡지로서의 매력에 대한 견해는 대체로 일치했다.『 환경과조경』의 경쟁 상대는 랜드진, 핀터레스트, 인스타그램이 아니라는 것. 데이비드 색스가 말하듯, 이미 영구적인 현실이 된 것 같던 디지털 라이프가 아날로그의 반격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비용이 큰 아날로그에 다시금 관심과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과거에 대한 향수 때문이라는 답은 오판일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모니터 속의 디지털 잡지는 도달해야 할 목표도, 신기한 물건도 아닌, 일상의 기본값에 불과하다『. 환경과조경』이 포착해야 할 지점은 아날로그가 주는 ‘진짜’의 욕망과 즐거움이라는 게 편집회의의 잠정적인 결론이었다. 더불어 편집위원들은 머지않은 미래, 2022년 7월이면 창간 40주년을 맞는 『환경과조경』이 하나의 조경 잡지를 넘어 한국 조경의 어제를 저장하고 오늘을 기록하는 생생한 아카이브archive임을 일깨워주었다. 아카이브로서『 환경과조경』의 역할은 발굴과 저장, 기록과 해석을 가로지르며 당대의 조경가와 작품에 조경사적 위치를 부여해주는 일일 것이다. 마침 이번 달의 특집 지면은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이다. 서울의 공원 아카이브를 구축해온 자발적 연구 집단 ‘도시경관연구회 보라BoLA’의 글 일곱 편과 유청오 작가의 사진으로 꾸린 이번 기획이 조경 아카이브의 비전과 역할, 그 동향과 향방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달에는 알릴 소식이 유달리 많다. 아쉽게도, 2015년 3월부터 무려 5년간 이어온 주신하 교수의 인기 연재 ‘이미지 스케이프’가 이번 호 60회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눈 밝은 독자들은 짐작하셨겠지만, 그간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표지에 그의 드론 사진을 담았다. 조경가 김창한의 ‘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도 3회 연재를 마친다. 도시공간 연구자 서준원의 꼭지 ‘공간잇기’가 이달부터 시작된다. 사라져가는 공간과 삶의 흔적을 재발견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펼쳐낼 새 지면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곽예지나 기자가 『환경과조경』 편집부의 내일을 이끌 새 식구로 합류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
기억은 유한하지만 기록되는 순간 무한하게 활용될 수 있는 역사가 된다. 개인의 기억은 주관적이지만, 여러 사람의 기억을 모은 집합체는 무언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아카이브archive’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조경 분야에서도 공원과 경관, 정원 등을 기록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 아카이브들은 무엇을 어떻게 수집하여 어떤 형태로 기록하고 보관하며 어떤 방식으로 공유하고 있을까. 그 면면을 들여다보고자 ‘2019 공원학개론’을 주관한 ‘도시경관연구회 보라BoLA’(이하 보라)를 지면으로 초대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시민 주체의 공원 문화를 만들고자 매년 다른 주제로 공원학개론을 개최해 왔다. 보라와 함께한 2019년의 주제는 ‘공원 아카이브.’ 이번 특집에는 그 결과물을 일곱 편의 글로 다듬어 공원 아카이브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통찰을 담았다. 글 사이사이에 배치된 유청오의 사진은 서울숲의 여러 순간들을 기록하고 있다. 어쩌면 지극히 일상적인 이 풍경이 먼 훗날에는 사진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장면이 될지도 모른다. 이번 기획이 공원의 경계를 넘어 우리를 둘러싼 도시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진행 김모아, 윤정훈 디자인 팽선민 지금, 아카이브 _ 서영애 왜, 공원 아카이브인가 _ 박희성 미국의 공원과 경관 아카이브 _ 김정화 영국의 공원과 정원 아카이브 _ 길지혜 함께 찾고 모으고 즐기다, 시애틀 월링퍼드의 경우 _ 채혜인 공원의 기억을 기록하는 법 _ 최혜영 공원 아카이브의 비전과 방향 _ 이명준 서울숲의 기록 _ 유청오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 지금, 아카이브
한국 공원의 역사가 100년을 넘었다. 탑골공원이나 남산공원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변화해온 대표적 근대 공원이다. 선유도공원, 월드컵공원 등 2000년대의 공원도 조성된 지 20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공원을 만드는 일보다 원래 있던 공원을 재조성하거나 도시 인프라스트럭처 부지를 공원으로 탈바꿈하는 사례가 더 많아졌다. 이쯤에서 공원의 변화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공원의 현황 통계 자료뿐만 아니라 누적된 변화 과정을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할 시점이다. 공원에 관한 기록을 공원 아카이브archive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건설 백서나 공원 역사책과는 어떻게 다른가. 공원 아카이브의 특성은 무엇인가. 공원 아카이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카이브 열풍 바야흐로 아카이브 시대다. 아카이브의 사전적 의미는 역사적 자료와 기록물의 컬렉션이며 그러한 자료와 기록의 소장처까지도 포괄한다. 요즘은 더 광범위하게 쓰고 있다. 생활사부터 국가적 기록에 이르기까지 범위와 깊이도 다양하다. 주요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자료실이라는 카테고리 명칭을 아카이브로 바꾼 사례도 눈에 띈다. 종이 자료가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보관이나 활용이 쉬워졌다. 최근 아카이브를 주제로 한 행사와 전시가 눈에 띄게 많아진 점에도 주목할 만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와 ‘이타미 준: 바람의 조형’이 아카이브 형식으로 기획됐다. 현대카드, 제주도청, 원오원 아키텍츠가 협업한 ‘가파도 프로젝트’, 문화역서울 284의 ‘커피사회’, ‘DMZ’, ‘호텔사회’를 비롯해서 2018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근대 한국건축과 김수근’도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한 전시다. 지난 1월 10일에는 ‘디자인 아카이브 포럼’과 ‘디지털 아카이빙, 기록과 연결’ 세미나가 같은 시기에 각각 열렸다. 2019년에는 지방기록물 관리기관으로는 최초로 서울기록원이 개원했다. 세종시 국립박물관단지에 국립도시건축박물관과 국립디자인박물관이 계획되면서 디자인계와 건축계는 2010년부터 이에 대비한 아카이브 기초 연구를 시작했다. 2019년 세종로에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개관한 것을 계기로 건축 관련 자료 보관, 전시, 포럼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한국영화에 나타난 도시경관의 의미해석’으로 석사 학위를, 서울대학교에서 ‘역사도시경관으로서 서울 남산’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으로 일하며, 연세대학교 겸임교수로 가르치고 있다. 근대 공간, 리질리언스, 금강산전기철도, 아카이브 등 다양한 주제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연구는 설계 작업과 상호보완적(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존경하는 동료들과 함께 하는 협업은 상상할 수 없는 시너지를 낳는다.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 왜, 공원 아카이브인가
10년 전쯤, 서울 남산 예장자락에서 한양도성을 발굴하던 때다. 1969년에 만든 옛 남산식물원 앞 분수대를 철거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한창 논의가 있었다. 1970년대 남산의 흔적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이유로 분수대의 존치가 결정됐지만, 설득 과정에서 조경 분야는 ‘국내 최대 규모의 분수대’라는 사실 외에 별다른 논거를 내세우지 못했다고 한다. 분수대가 한국 조경에서 그토록 기념비적인 것이라면 누가, 어떤 의도로, 무엇에 근거하여 만들었는지, 한국 공원사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시설인지, 재료와 색감, 형태 등에서 어떤 시대적 특징을 보여주는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런 질문에 증거가 되는 ‘기록’이 있었다면 존치의 당위성을 더 확실하게 인정받았을 테다. 기록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지금의 상황이 여러모로 민망하고 아쉬울 따름이다. 현재, 한국 조경의 기록을 ‘날것’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기록 부재에 대한 불편함은 오직 연구자의 몫일 뿐, 여전히 공원을 포함한 조경 기록물의 아카이빙은 낯선 일이다. 아카이브의 확산 기록물 또는 기록물의 보관소로 정의되는 아카이브archive는 어떤 대상이나 사건의 진위를 보여주는 가장 일차적인 자료가 된다. 기록은 기록하는 자의 산물이다. 자의든 타의든 순수하게 객관적으로 기술하기 어렵고 기록물을 완벽하게 수집하는 것 또한 불가하므로 기록의 불완전함과 왜곡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기록이 의미 있는 이유는 항상 존재한다. 기록의 집적물인 아카이브는 우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진정성에 기반을 둔 두터운 스토리텔링을 구축할 수 있는 토대이며 과거와 미래와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도 힘을 갖는다. 최근 국내외 전반에 아카이브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사실을 눈여겨보자. 다양한 분야에서 아카이브를 활용한 작품을 생산하고 있으며,1도시와 건축 분야는 개발로 사라져가는 많은 도시 경관과 건축물을 기록하는 일을 더는 수고스러운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2여기에는 근대가 조명받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근대는 가까운 과거로, 정서적인 교감이 남다른 특징이 있고 다양한 유형의 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아카이브가 사회 전반에 유행하고 근대의 면면이 주목받는 지금, 공원 아카이브를 논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공원 아카이브를 논해야 하는가....(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1. 2019년 12월,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주관한 ‘지워지는 공간, 덧쓰여지는 기록’은 아카이브의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두 개의 주제 발표 가운데 하나인 ‘변화하는 도시, 이미지 아카이빙’에서는 재개발 주거지의 장면을 아카이빙해 사라진 장소를 환기하고자 한 안세권 사진작가, 공원의 미시적 흔적을 아카이빙해 설치 작품을 생산한 문경원 교수(이화여자대학교), 방송 아카이브를 이용해 88서울올림픽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태웅 PD(KBS)의 활동상이 소개됐다. 2. 도시와 건축 분야는 20여 년 전부터 아카이빙 활동을 시작했다. 근대 건축 도면의 발굴, 원로 작가 구술 채록 출판 사업, 한국 건축 아카이브 구축 사업 등을 통해 꾸준히 성과물을 내놓고 있다. 경관 기록 보존 프로젝트, 로컬 공간 기록 프로젝트 등 민관 협치 사업 또한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옥 등 건축 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의 지정, 도시재생 사업의 붐업,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의 건설 등 일제히 쏟아지는 이 같은 상황이 단지 시류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전문가 중심의 아카이브 연구와 저술 활동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구조로 확장되고 국토 개발에 영향을 주는 제도의 구축, 건축 도시 아카이브 전문 기관의 생성까지 견인한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원 아카이브 사업을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아카이브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도시 및 건축 분야의 행보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 미국의 공원과 경관 아카이브
아카이브archive라는 용어는 이제 카페 이름으로도 쓰일 정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공원과 아카이브의 결합은 어떠한가? 과연 필요한 것인가? 가능한 것인가? 공원을 왜 기억해야 하며, 그 방식은 무엇인가? 복고 유행에 편승하는 일인가? 기껏해야 150여 년밖에 되지 않은 공원이 고고학의 대상이 된 것인가? 이미 공원 아카이브가 존재하고 아카이빙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의 사례로부터 공원 아카이브가 왜,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떠한 가치를 보이는지 살펴보자.1 센트럴 파크 아카이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센트럴 파크 아카이브들이다. 뉴욕 시 공원휴양국New York City Department of Parks & Recreation 홈페이지는 센트럴 파크를 포함한 뉴욕 시 공원의 연례 보고서와 회의록 등의 공공 기록물을 PDF 파일로 제공한다.2 문건은 유형에 따라 다섯 가지로 구분되며, 파일은 시간순으로 나열되어 있다. 클릭 한 번으로 1857년도 보고서1857 Central Park Commissioners Annual Report를 다운받으면 공원 조성 당시 1년 동안의 안건과 결정 사항, 사용한 용어, 관계자, 예산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센트럴 파크 도면은 뉴욕 시 기록정보서비스국NYC Department of Records & Information Services(DORIS)의 아카이브에서 찾을 수 있다. 1977년에 설립된 이 기관은 뉴욕 시의 이민 역사, 행정 변천사, 도시 건설사 등 공공 기록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시 아카이브municipal archives3를 구축했다. 이 아카이브는 누군가 찾아주길 바라며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소장처에 그치지 않고, 뉴욕의 역사와 문화를 재발견하고 조명하는 전시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다. 기관이 특히 자랑하는 자료는 1,500점에 이르는 센트럴 파크 도면과 문서로, 옴스테드의 센트럴 파크 마스터플랜 ‘그린스워드Greensward’는 2017년에 디지털화됐다(그림 1).4 ...(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1. 이 글은 필자가 ‘2019 공원학개론’ 2회에서 발표한 내용과 다음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다. 이명준, 김정화, 서영애, “미국 조경 아카이브 구축 동향과 특성 연구”, 『한국조경학회지』 47(6), 2019, pp.1~11. 2. www.nycgovparks.org/news/reports/archive 3. www.archives.nyc 4.www.archives.nyc/blog/2017/12/21/digitizing-the-greensward 김정화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강사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공부한 뒤 우리엔디자인펌, 조경설계 서안, 서안알앤디조경디자인에서 설계 실무를 거쳤다. ‘우리나라 식물원의 기원과 진화’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 고등인문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도시경관연구회 보라(BoLA)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목원, 호텔 정원, 백화점 옥상 정원, 캠퍼스 정원 등에 나타나는 근대 조경의 양상을 살피고 있다.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 영국의 공원과 정원 아카이브
알다시피 영국에서 공원과 정원은 그 역사가 깊고 일상의 삶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만큼 영국의 공원과 정원 관련 정보를 웹 공간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공원과 정원에 대한 역사적 자료들은 대부분 영국의 공원과 정원Parks and Gardens UK(이하 공원과 정원)과 히스토릭 잉글랜드Historic England, 전 잉글리시 헤리티지(English Heritage)1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 공원에 대한 이 둘의 자료가 같다. 자료는 공원과 정원 아카이브가 더 방대해서, 공원과 정원 아카이브가 히스토릭 잉글랜드 자료를 포함하는 모양새다. 영국에는 내셔널 트러스트나 개별 가든 트러스트에서 운영하는 공원 아카이브도 있지만, 공원과 정원 그리고 히스토릭 잉글랜드를 공식 아카이브로 볼 수 있다. ‘영국의 공원과 정원’, 시작과 그 이후 공원과 정원 프로젝트는 역사적 공원과 정원, 디자인된 경관designed landscape에 대한 자료를 국가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기 위해 시작됐으며 웹사이트(www.parksandgardens.org)가 그 결과물이다. 가든 트러스트 연합The Association of Gardens Trusts과 요크 대학교University of York가 협력해 2005년 히스토릭 잉글랜드에서 운용하는 문화유산복권기금Heritage Lottery Fund 100만 파운드를 지원받으면서 시작한 사업이다. 약 15억 원의 꽤 큰 금액이다. 그렇지만 영국 전역의 공원과 정원을 대상으로 흩어져 있는 도면, 사진, 문서 등의 자료를 디지털화해 정리하는 작업이라 비용이 넉넉하지는 않았을것이다. 공원과 정원 아카이브는 무료로, 누구나 접근 가능하며, 정확하게, 많은 정보를 담도록, 높은 기대 속에서 구축됐다. 그러나 2009년 예산이 소진된 후부터는 현상 유지만 하게 된다. 애써 만든 아카이브가 정체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에 좀 더 전략적으로 아카이빙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1. 히스토릭 잉글랜드는 문화유산 관리와 보호 업무를 실행하는 영국 공공 기관이다. 영국 정부의 디지털, 문화, 미디어, 스포츠부 산하 기관이지만 부처에 속해 있지 않아 행정 자율성이 보장된다. 잉글리시 헤리티지라는 기관명으로도 익숙할 텐데, 2015년 구조 개편으로 히스토릭 잉글랜드는 문화유산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업무로, 잉글리시 헤리티지 트러스트는 실제 보전을 실행하는 업무로 분할됐다. 길지혜는 연세대학교에서 주거환경과 생활디자인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코모스(ICOMOS) 한국위원회 간사로 활동하면서 문화유산, 역사도시경관, 도시공원을 키워드로 도시 환경을 연구하고 있다.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 함께 찾고 모으고 즐기다, 시애틀 월링퍼드의 경우
어느 소소한 동네 모임 2018년 5월의 어느 평일 저녁, 동네 초입에 위치한 예배당. 스크린에는 50~10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흑백 사진부터 최근의 것으로 보이는 사진, 오래된 지도와 문서 등이 차례로 비추어지고, 스크린 옆에 자리한 강연자의 자유로운 진행으로 자료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주말이 아닌데도 예배당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거의 다 찼다. 강연자의 질문은 간단했다. “여기가 어디일까요?” “이것을 알아보겠나요?”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대략 이랬다. “40번가 식료품점이에요. 제가 근처에서 컸는데, 하굣길에 그 옆 빵집에서 도넛을 사 먹곤 했죠.”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어요. 12살 때 이 (사진 속) 다리가 완성됐는데, 아버지와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고 개통식에서 처음 다리를 건너셨대요.” “이건 35년 전 사진인데, 아직 저기 살아요.” “여기 민들레 꽃밭이 정말 멋졌어요.” 사진 속 풍경에 얽힌 소소한 이야기에 청중들은 박수갈채를 보내기도 하고 질문 세례로 환호하기도 했다. 한 시간 반가량 진행된 이 행사는 미국 시애틀 북쪽에 위치한 주거지, 월링퍼드Wallingford에서 열린 ‘폴 도르팻과 함께하는 저녁An Evening with Paul Dorpat’이라는 공동체 행사다. 목적은 마을의 역사와 주민 개개인이 가진 기억을 소환해 공유하고 즐기는 것. 이날 행사는 내게 꽤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이곳에서 본 다양한 양질의 역사 자료와 주민들의 열성적인 참여가 생경하면서도 반가웠기 때문이다. ‘도시경관연구회 보라BoLA’(이하 보라)는 공원 아카이브와 함께 도시공원의 보존에 대해 연구해왔다. 두 활동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고 상보 작용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앞서 소개한 공동체 행사를 주관한 ‘히스토릭 월링퍼드Historic Wallingford’라는 비영리 주민 단체의 활동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 단체는 동네의 풍경과 장소를 보존하는 것을 사명으로 다양한 공동체 활동 및 지역 역사 아카이빙 작업을 하고 있다. 즉, 보존을 위한 실천적 활동으로서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활동을 살펴보며 보존과 아카이브의 긍정적인 공존에 대한 단서를 찾아보고자 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채혜인은 서울대학교에서 조경과 도시설계를 공부했다. 한국에서 도시설계 실무를 경험하고 현재는 시애틀 소재 워싱턴 대학교에서 박사과정 중에 있다. 일상에서 접하는 오래된 것들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일상적 경관의 보존 가치와 의미를 탐구해왔다. 현재는 같은 주제를 사회, 경제, 정치적 측면에서 바라보며 이에 기여하는 자발적이고 공동체적인 보존 주체로 관심을 확장해 연구하고 있다.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 공원의 기억을 기록하는 법
‘2019 공원학개론’을 기획하기 위해 서울시 공무원들과 함께 월드컵공원에 모였던 날이 떠오른다. 지난 3년간 성공적으로 개최됐던 공원학개론을 돌아보며 2019년의 행사를 엮을 주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는데, 만장일치로 공원 아카이브archive가 선정됐다. 서울의 도시공원은 지난 120여 년간 양적, 질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도시민들은 공원에서 여가 시간을 보내며 일상의 문화를 즐기게 됐다. 공원은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으며 기억의 한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장소가 되었지만, 여전히 공원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인프라스트럭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의 중심에는 도시공원을 ‘이야깃거리’ 즉 문화 콘텐츠로 보지 않는, 공원 문화에 대한 인식의 부재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도시공원을 생성하고 운영해 나가면서 만든 수많은 자료―사진, 이미지, 공문서, 구술 채록 등―의 중요성을 간과했고 제대로 보관하지 않았다. 이런 1차 자료가 남아있다면, 공원의 이야기를 재생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해 가공된 새로운 콘텐츠는 동시대 공원을 사용하는 도시민들의 경험과 기억에 담겨 또 다른 공원 문화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공원 문화 콘텐츠의 부족함에 대한 아쉬움과 반성, 그리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공원과 관련된 콘텐츠를 모으고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절실함으로 ‘2019 공원학개론’이 기획됐다. 부제는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조경 분야에서 아카이브라는 용어는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기획을 하면서 인접 분야를 살펴보니 아카이브는 이미 ‘핫’한 이슈였다. 건축, 예술, 디자인 분야에서 아카이빙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미국, 영국 등 서구권에서는 공원, 경관, 건축 등에 대한 아카이브가 오래전부터 구축되어 왔다. 기록화 작업을 하고 분류 체계를 조직하는 아키비스트archivist라는 전문 직종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매우 적절한 시기에 공원 아카이브에 대한 논의의 장을 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최혜영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에이컴(AECOM, 전 EDAW)과 West8에서 설계 실무를 했으며, 2017년부터 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에서 조경학 전공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용산공원과 리질리언스에 관한 연구로 서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 공원 아카이브의 비전과 방향
아카이브라는 말은 석사 과정 시절 영화 이론 강의를 들을 때, 그러니까 십여 년 전에 처음 들었던 것 같다. 이론과 역사에 푹 빠져 지내던 시절, 생소하지만 그럴듯해 보이고 입에도 잘 달라붙는 외국어는 뜻과 내용을 다 알지 못해도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영화에 관련한 자료, 특히 고전 영화 필름을 모아 놓은 장소를 아카이브라고 부르나보다 했다. 십여 년이 지난 현재 아카이브는 이곳저곳에서 심심찮게 자주 들리면서 아카이브의 유행을 실감하게 한다.1 아카이브는 우리가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였을 뿐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아카이브는 ‘기록물’과 그러한 자료의 ‘소장처’ 양자의 의미를 담고 있다.2도서관, 미술관, 박물관은 자체적인 기록물 컬렉션을 소장하고 또 그것을 보관하고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가장 친숙한 아카이브이다. 요새는 기관의 목적 자체가 자료를 수집해 보관하는 데 있는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외에도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아카이브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네이버 포털에서 아카이브라는 키워드로 웹사이트를 찾아보면 백만 건 이상이 검색된다. 이 중에는 연예인이나 일반인의 삶에 대한 아카이브, 사회적 사건을 기억하기 위한 아카이브, 특정 시험에 관한 자료를 그러모은 아카이브도 있다. 홈페이지에 ‘자료실’이라고 이름 붙여졌던 것들이 ‘아카이브’라는 이름으로 대체되어가는 흐름도 보인다. 굳이 물리적 소장처가 없더라도 웹 공간에 자료를 보관해 아카이브를 구축해가는 경우도 많다. 아카이브 유행 아카이브는 하나의 사회 현상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기록하고 그것을 보관하려는 열망에 휩싸여 있다. 이러한 흐름은 왜 생겨난 것일까. 우선 ‘디지털’과 ‘빅데이터’로 말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우리는 자료를 본격적으로 디지털화digitizing할 수 있었고, 그리하여 건축, 미술, 영화와 같은 분야에서 물리적 자료를 디지털로 구축했다. 또한 근래에 사회적 현상이 된 빅데이터도 아카이브 유행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SNS 등을 통해 우리가 생산하는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더불어 그러한 데이터를 보관하고 처리하는 다양한 테크놀로지도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카이브에 대한 열망을 인간의 기본적 욕망이라고 본다면, 그것을 요새처럼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게 한 것은 테크놀로지의 덕택이다. ...(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1. 이 글은 지난 2019년 11월 8일에 개최된 ‘2019 공원학개론’에서의 발표 “공원 아카이브의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2. 아카이브는 “어떤 장소, 기관, 혹은 집단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사적 자료와 기록물의 컬렉션(collection)”이며, 그러한 “자료와 기록의 소장처”다. en.oxforddictionaries.com/definition/archive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 설계와 계획, 역사와 이론, 비평과 교육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조경 드로잉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현대 조경 설계 실무와 교육에서 디지털 드로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고, 현재는 조경 설계에서 산업 폐허의 활용 방법, 조경 아카이브 구축, 조경 디자인과 드로잉 교육, 20세기 전후의 한국 조경사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올해 3월, 한경대학교 조경학과에 교수로 임용됐다.
서남권 활성화를 위한 국회대로 상부 공원 설계공모
설계공모 경과와 심사평 한국 산업화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 국회대로가 선형 공원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서울시는 ‘서남권 활성화를 위한 국회대로 상부 공원 설계공모’(이하 국회대로 상부 공원 설계공모)를 개최했다. 국회대로는 1968년 개통된 경인고속도로의 일부였다. 1985년 경인고속도로의 양평동~신월 IC 구간이 일반 도로로 분리되며 국회대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후 국회대로는 경인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관문으로 역할했다. 서울과 인천 사이의 인적·물적 자원 수송로였으며, 한국 산업화와 도시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도시가 팽창하면서 국회대로는 지역 단절과 상습적인 교통 정체를 일으키고, 상권 쇠퇴를 악화하는 장애물로 전락했다. 이에 서울시는 국회대로 지하 차도 조성 사업, 제물포터널 조성 사업 등을 추진해 국회대로 지상부를 보행 중심 공간으로 개선하는 밑 작업을 진행했다. 국회대로 상부 공원 설계공모는 지하화되는 국회대로의 상부 공간을 개선해, 원도심의 단절을 회복하고 보행 환경과 시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상지는 신월 IC부터 국회의사당 교차로에 달하는 7.6km 길이의 구간으로, 이 중 지하 차도가 신설되고 덮개가 설치되는 약 4km 길이의 구간에 공원이 들어선다. 참가자들은 상부 공원 조성 및 주변 도로 정비에 대한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주변 지역 및 공원 녹지와 긴밀하게 연계되는 공원을 계획해야 했다. 이와 함께 구간별 토심을 고려한 시설 및 식재 계획, 지하수를 활용한 수경 시설 도입, 커뮤니티 시설 건립, 주요 사거리 보행 동선 연결 방안 등이 요구됐다. 시는 공원의 개념과 비전 등을 제안하는 1단계 공모(2019. 8.~9.)를 진행해 14개 팀 중 8개 팀을 선정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1단계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2단계 공모(2019. 9.~12.)를 진행했다. 12월 3일 진행된 심사 결과 ‘씨토포스+건축사사무소리옹+스튜디오 이공일+라디오+에스엘디자인+건축사사무소53427’ 팀의 ‘적구창신跡舊創新’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적구창신은 오래된 기억과 흔적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든다는 뜻으로, 50년간 아스팔트와 차량의 매연과 소음만이 있던 국회대로에 ‘천년의 숲’을 제안했다. 심사위원회는 당선작이 “선형 공원의 형태적·경관적 정체성을 창출하는 동시에 지역적 상황에 반응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했으며, “선형 공간의 경관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공원의 비전을 제시한 점이 우수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당선팀에게는 기본 및 실시설계 우선협상권이 주어진다. 서울시는 2021년 하반기 공사를 시작해 2023년 하반기 부분적으로 공원을 개방하고, 2024년 6월까지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주최 서울시 위치 양천구 신월 IC~영등포구 국회의사당 교차로 규모 길이 7.6km, 폭 40~55m (공원조성 약 11만m2) 방식2단계 국제일반공모 설계비194,800만원(부가세 포함) 예상 공사비5,195,520만원(부가세 포함) 설계 기간2019. 12.~2021. 5. 상금 당선작(1팀): 기본 및 실시설계 계약체결 우선 협상권 2등작(1팀): 5,000만원 3등작(1팀): 3,000만원 가작(5팀): 각 1,500만원 심사위원 진양교(CA조경/조경) 정재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조경) 김세훈(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도시) 서현(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건축) 김동규(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교통) 마르틴 라인 카노(TOPOTEK 1/조경) 김아연(예비심사위원,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조경) 당선작 적구창신跡舊創新 씨토포스 + 건축사사무소 리옹 + 스튜디오 이공일 + 라디오 + 에스엘디자인 + 건축사사무소53427 2등작 임프린티드 라인 Imprinted Line 인시추 + 종합건축사사무소 가람건축 + HEA 3등작 리질리언트 커넥터 Resilient Connector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 동해종합기술공사 + 리튼브릿지 + 생각나무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 가작 스프레드 서울 Spread Seoul Superspace + P Design 가작 헬시 시티 DNA 파크 Healthy City DNA Park 서영엔지니어링 + Office Ou + IBI Group + 씨지에스건축사사무소 가작 리커버 플랫폼 ReCover Platform 한길로 + 인우 + 정안 + 오월건축건축사사무소 + 라인소울건축 가작 셰어링 커먼즈 Sharing Commons 동심원 조경 + 프라우드건축사사무소 + 동부엔지니어링 가작 포레스트 120 Forest 120 HLD + 동일기술공사 + 씨에이플랜
[서남권 활성화를 위한 국회대로 상부 공원 설계공모] 적구창신
1930년까지만 해도 대상지에는 산과 들, 하천만이 존재했다. 사람들이 이곳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땅에 마을의 기억이 더해졌다. 자연과 마을의 기억 위에 한국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의 흔적이 새겨졌으며, 이제 고속도로가 자리했던 땅은 공원으로 변모할 준비 중이다. 오래된 기억과 흔적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든다는 ‘적구창신跡舊創新’을 목표로 자연, 마을, 산업의 흔적이 쌓인 땅에 ‘천년의 숲’을 만들고자 한다. 사람과 건축물은 백 년도 견디기 어렵지만 숲은 천 년이 지나도 남는다. 천년의 숲은 어머니의 품처럼 자연과 인간 역사를 품고, 도시의 과거, 현재, 미래를 품는 공원의 큰 틀로 기능한다. 수명이 긴 수종으로 구성된 숲을 만들어 공원과 도시의 경계를 허물어 공원과 도시가 하나 되는 ‘공원도시’를 조성하고자 한다. 공원도시를 품는 천년의 숲 조성을 위한 전략 천년의 숲을 조성하는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오랜 세월을 이겨낼 수 있는 건강한 땅을 일군다. 아스팔트를 걷어낸 대지에 충분한 면적의 녹지를 확보한다. 녹지에 빗물이 흐르고 스며들어 땅이 회복됨으로써 천년의 숲의 모태가 형성된다. 둘째, 경인고속도로의 기억과 흔적을 공간 조성의 토대로 삼는다. 지하화되는 경인고속도로의 흔적을 드러내는 광장, 보행로, 지하도 광장을 마련한다. 신규 지하 차도 상부 인공 지반의 유효 토심은 60cm부터 7m까지 이르는데, 이 같은 다양한 토심을 고려한 식재 계획을 수립한다. 셋째, 주변 도시의 토지 이용에 대응하는 공원도시를 계획한다. 주변 환경을 고려해 고밀도 개발 지역 인근에는 광장을, 저밀도 지역 인근에는 녹지를 조성한다. 넷째, 미세 먼지에 대응하는 안전한 공원을 제공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서남권 활성화를 위한 국회대로 상부 공원 설계공모] 임프린티드 라인
근현대의 유산 국회대로 한국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는 서울과 인천을 잇는 도로로, 제물포길이라 불리며 한국 근현대사에 두꺼운 역사적 지층을 형성했다. 경인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길로서 개통된 국회대로는 일종의 차량용 활주로였다. 국회대로 상부 공원 조성에는 두 가지 의의가 있다. 하나는 차량이 달려 나갈 준비를 했던 대로를 공원화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격변하는 현대사를 거친 서울에 쌓인 시간의 지층에 또 다른 층을 더하는 작업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의의는 과거 위에 새로운 미래를 세운다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도시 역사의 흔적 위에 보행을 위한 도시를 만들고자 한다. 자동차에서 보행으로 ‘과거 위에 다시 쓰인 새로운 미래’라는 지향점을 토대로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째, 자동차의 속도가 만든 질서로 세워진 도시에 보행의 속도를 되돌려 준다. 둘째, 경인고속도로로 인한 깊은 지역 단절의 생채기를 봉합한다. 셋째, 봉합된 지점을 완전히 아물게 하기보다 과거를 기억할만한 흔적을 조성한다. 국회대로의 차선 위에 보행 중심의 공원을 덧씌우는 전략을 택했다. 차선을 바닥과 식생 경계, 바닥 조명, 크고 작은 공간을 형성하는 스트리트 퍼니처, 다양한 이벤트를 수용하는 소규모 시설과 미디어 월, 커뮤니티 시설로 변형한다. 이로써 국회대로는 대로가 아니면서도 대로인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서남권 활성화를 위한 국회대로 상부 공원 설계공모] 리질리언트 커넥터
‘리질리언트 커넥터Resilient Connector’는 성장 위주의 도시에 나타나는 사회적·환경적 취약성을 회복하고, 미래 이용자와 환경 변화에 의연하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공간적 제안이다. 설계는 자연환경의 역동성과 공원의 사회적 역할, 개인의 일상적 삶과 공원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성장하는 숲은 바람과 함께 자연의 감성을 도시로 끌어들인다. 주민의 다양한 필요와 지역 문화·예술 활동을 수용하는 공원 프로그램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이야기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보다 강력한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어간다. 인접 학교와 녹지, 문화 공공재를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장치들은 필요에 따라 그 용도를 달리하며 공원으로의 접근성을 높인다. 회복 탄력성을 만드는 전략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그린 인프라:풍부한 녹지와 숲은 폭염과 폭우, 미세 먼지와 같은 환경 문제에 대응하며, 도시 안으로 시원한 바람을 유도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 빗물 정원, 생태 수로, 투수 포장 등의 LID 시설은 공원 내 강수량의 76%를 자연적으로 침투시키고, 상습 침수 지역의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여 환경적 취약성을 개선한다. 쉽고 안전한 공원과 도시의 연결: 공원은 기존 도시 조직에 대응하도록 계획되어 단절되었던 지역 간 교류를 증진하고, 안전한 통학로를 제공한다. 사거리를 가로지르는 스카이 워크(공중 보행로)는 공원과 공원을 입체적으로 연결하며, 문화 거점인 커뮤니티 시설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서남권 활성화를 위한 국회대로 상부 공원 설계공모] 스프레드 서울
‘스프레드 서울Spread Seoul’은 대상지 주변의 지역 자원과 연계되는 공원을 조성해 다양성과 지역과의 연결성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커뮤니티는 오늘날의 도시 구조를 재편하는 데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도시는 일종의 공유 플랫폼이기 때문에 이용객 중심의 이벤트 및 활동 공간이 되어야 한다.이 같은 이해를 바탕으로 도시에 여러 개의 작은 입자(공간)를 조성하고 확산시켜 문화적,사회적,물리적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한다.국회대로 상부 공원은 도시의 뒤뜰이 되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조화로운 장소로 기능할 것이다. 목표는 다섯 가지다. 첫째, 도시에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한다. 둘째, 도시와 커뮤니티를 재건한다. 셋째, 다채로운 이벤트와 생산 활동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 넷째, 이용객이 만들어 나가는 도시를 계획한다. 다섯째, 인간의 상호 작용을 촉진하는 다양한 규모의 오픈스페이스를 조성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서남권 활성화를 위한 국회대로 상부 공원 설계공모] 리커버 플랫폼
대로의 재탄생 대상지는 조선 시대 한양과 제물포를 잇고 사람과 마을, 숲을 연결하는 활기찬 거리였다. 하지만 도시가 발달하고 물자 이동이 급증하면서 거대한 차로가 들어섰고, 이웃과 지역 간 소통이 단절됐다. ‘리커버 플랫폼ReCover Platform’은 비행기 및 자동차 소음, 미세 먼지가 가득한 국회대로에 새로운 덮개를 덧대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한다. 국회대로 상부 공원은 도시의 녹색 공간으로, 집 앞 정원처럼 일상이 스며드는 공간으로, 시민 중심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서남권 도시재생과 국회대로 명소화 서울 서남권 상권의 중심은 다양한 도소매 상권이 있던 양천구와 강서구에서 목동으로 넘어갔고, 중공업이 쇠퇴하면서 영등포에서 국회의사당 주변의 여의도로 옮겨갔다. 8차선의 국회대로는 지역 간 단절을 야기하는 거대한 경계로 전락했다. 국회대로 상부 공원을 명소화하는 동시에 일상화하는 전략으로 도시를 재생한다. 랜드마크와 이벤트 공간을 조성하고, 일상적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공간을 마련해 주민들의 교류를 돕고 지역 문화를 육성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한다....(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서남권 활성화를 위한 국회대로 상부 공원 설계공모] 헬시 시티 DNA 파크
‘헬시 시티 DNA 파크Healthy City DNA Park’는 건강하고 탄력적인 도시 환경의 미래상을 제시한다. 21세기의 공원은 다양한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가치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단절된 도시 공동체, 생태적 가치를 아우르는 국회대로 상부 공원을 조성한다. 건강한 도시 공원의 DNA를 이루는 세 가지 공간을 계획한다. 첫 번째는 생산적 공간이다. 도시에서 소비되는 음식과 에너지 등의 자원을 생산하며, 도시의 탄소 발생량을 상쇄하는 공원을 조성한다. 두 번째는 역동적 공간이다. 선형 공원을 안전하고 효율적인 이동을 도모하는 통로로 활용하고, 운동, 행사, 문화 전시 공간을 제공해 도시민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증진 한다. 세 번째는 생태적 공간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야생 동물, 식물을 위한 다양한 생태계를 육성하고 생태계 간 유기성과 회복 탄력성을 높인다. 생산성, 역동성, 생태성 세 가지 특성을 다양하게 조합하고 유기적으로 연계해 건강하고 활동적인 삶의 기반을 마련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서남권 활성화를 위한 국회대로 상부 공원 설계공모] 셰어링 커먼즈
공유의 공원 ‘공유의 공원Sharing Commons’은 단순히 시설과 공간을 함께 소유하는 공원이 아니다. 과거와 내일, 회한과 희망, 서로 다른 가치, 자연 경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삶의 터전이다. 동네는 도시와는 다른 개념이다. 동네洞內라는 단어는 물을 함께 나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도시가 익명의 타자성에 근거한다면, 동네는 공동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동네가 공유하는 것은 물만이 아니다. 달과 은행나무에 얽힌 아득한 기억, 고속화도로의 혜택과 대가, 철거민의 상흔과 서남권 최고의 부촌이라는 영광 등 수많은 삶의 요소를 하나의 혼재된 심상으로 공유한다. 이 같은 동네의 특성은 도시에 가려져 드러나지 못한 잠재성으로 남아 있다. 선형의 공원은 자본과 효용의 논리를 넘어 공유의 가치를 일깨우고 더 나은 도시의 삶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전략 새로운 대로, 1960년대에 계획된 도시 조직, 1980년대에 만들어진 신시가지, 앞으로 다가올 미래까지, 동네의 물화된 시간을 세 가지 전략을 통해 담아낸다. 체계의 공유: 공원은 도시의 체계를 공유한다. 국회대로는 여러 동네를 연결하는 동시에 분리시킨 체계다. 한때 대로였던 곳을 공원으로 바꾸어 광역적 도시 자원들을 연결한다. 대로가 상하수도, 가스관, 전선이 결합된 기반 시설이었다면, 선형 공원은 보행로, 자전거 도로, 레인 가든, 미세 먼지 저감 숲이 결합된 복합 기반 시설이 된다. 차량을 위한 교차로는 보행의 결절점으로, 하수도는 생태 수로로 활용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서남권 활성화를 위한 국회대로 상부 공원 설계공모] 포레스트120
공원을 통해 시민들이 자연과 도시,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국회대로 상부 공원은 자연과 도시를 매개한다. 서로 다른 사회적 계층을 포용하며, 땅이 가진 고유한 맥락을 존중한다. 또한 획일적 가치, 배타적 가치, 자본주의적 질서에 압도되지 않는 도시 공간으로서, 지역의 미래를 선도적으로 그려나간다. ‘포레스트 120Forest 120’은 차량 위주의 공간 논리에서 소외됐던 지역에 보행 중심 도시의 역사를 더하는 공원이다. 과거에는 국회대로까지 화곡의 봉제산, 신월의 매봉산 자락이 펼쳐져 있었다. 두 산자락 사이에서 목동의 논을 지나 안양천으로 흐르던 물길이 바로 곰달래(강)이며, 현재는 복개되어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경인고속도로 건설과 함께 단절됐던 두 동네가 50여년만에 연결된다. 두 동네가 공유하던 물길을 기억하고자 한다. 전략 서울의 대표 선형 공원으로서 도시 브랜드를 보여주는 명소보다는, 지역의 도시 고민을 해결하는 공원을 만들고자 한다.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 지역의 특성과 주민의 자주적 의사 결정에 기반해, 느리지만 지속가능한 변화를 이루는 공원을 계획한다. 둘째, 녹색 마케팅이나 명소 만들기를 위한 수단이 아닌, 진짜 자연으로서 도시를 치유하는 공원을 계획한다. 셋째, 지역 사회와의 유대와 연계를 강화하는 구조를 통해 배타적이지 않으며 지속가능한 거주 환경을 달성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이미지 스케이프] 모자이크 스케이프
이번 사진은 어떻게 할까? 늘 원고를 쓸 때마다 하는 고민이지만, 이번 사진은 좀 더 특별한 느낌이 드네요. ‘이미지 스케이프’는 2015년 3월 ‘이미지로 만나는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에코스케이프Ecoscape』에서 처음 시작했습니다. 습관처럼 SNS에 사진과 글을 올리던 제 모습을 본 남기준 편집장이 연재를 제안했는데, 사진 한 장과 관련된 짧은 글을 쓰면 된다는 이야기를 별 고민 없이 덜컥 수락한 게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연재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채 몇 달이 안 걸리더군요. 시작할 때에는 한 3년쯤 지나면 사진과 글이 어느 정도 쌓일 테니 그걸로 개인적인 기념 책자라도 만들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당연히 연재도 그때쯤 마무리할 생각이었고요. 그런데 습관이란 게 역시 무섭습니다. 3년이 지나고도 계속 다음 달에는 무슨 사진으로 글을 쓰지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 이번 글이 5년을 꽉 채운 60번째입니다. 뭔가 완결된 느낌을 주는 숫자 60. 그래서 이번에는 그동안 ‘이미지 스케이프’에 소개했던 사진들을 모아 보고 싶었습니다. 그럴듯한 모자이크가 될 것 같았거든요. 이미지 모자이크 기법을 활용해서 작은 이미지들을 모아 큰 이미지를 만들면 좀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연재된 사진만으로는 큰 이미지를 만들기에 부족해서,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좀 더 추가했습니다. 잘 안 보일 수도 있는데, 실눈(?)을 뜨고 좀 뒤로 물러서서 보면 철원역에서 금강산으로 향하는 철도를 찍는 제 모습이 살짝 보일 겁니다. 아쉬운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저는 이번 사진과 글로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사진과 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과 소통할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막상 연재를 마치려고 하니 섭섭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네요. ‘이미지 스케이프’를 통해 잠시나마 휴식과 위안을 가진 적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사진과 글에 관심 가져 주신 독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가원조경, 도시건축 소도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했고,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경 계획과 경관 계획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
[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 파이프라인
투박하고 빈티지한 분위기의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며, 카페와 요식업계 실내 디자인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로 숨겨졌던 설비들이 외부로 노출되면서 디자인 요소로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중 하나로 다양한 시설의 뼈대를 이루지만 마감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았던 철재 파이프를 활용한 시설을 소개한다.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제비어린이공원의 파이프 조형물이다. 조형물은 여섯 개 구간으로 구분되며, 각 구간은 위치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담는다. 아치구간은 공원 후면 진입부에 자리하는데, 철망설치구간의 좌측과 더불어 동선을 가로지르는 입구 역할을 한다. 파이프가 땅 밑으로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들도록 구조물 끝점을 나란히 배치했다. 아치구간과 게이트구간은 안전사고를 고려해 어린이가 쉽게 매달릴 수 없는 높이와 두께로 설계했다. 철망설치구간은 녹지 안에 위치하는데, 반투과식 철망을 파이프 사이사이에 설치해 뒤편의 놀이터와 시각적·심리적 분리를 꾀했다. 파이프와 나란히 놓은 안개분수는 관수에 활용될 뿐 아니라 폭염 시 놀이터 주변의 온도를 낮춘다.소리설치구간은 놀이 시설로 진입하는 동선 중 가장 넓은 곳에 있다. 바람이 불면 스테인리스 각관에 스테인리스 파이프가 부딪쳐 소리가 나는데, 각기 다른 길이의 파이프가 다양한 높낮이의 음을 낸다. 벤치구간에는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세 겹의 파이프를 나란히 배치했다. 한여름 열에 의한 화상을 입지 않도록 파이프를 목재로 감싸 디자인의 연속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휴게 시설로 충분히 기능하게 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김창한은 서울시립대학교를 졸업했다. 기술사사무소 렛(LET)을거쳐 조경그룹 이작에서 실시설계 내역실을 이끌고 있다. 작은 교량하부 공간부터 도시 기반 시설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현재는 실시설계 디테일 제작과 내역 실무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작업으로는 신한은행 진천연수원, 제비어울림공원, 충북혁신도시,의정부고산지구, 진주 영천강 천변 특화설계 등이 있다.
[비트로 상상하기, 픽셀로 그리기] 초연결 사회
초연결 사회의 도래 2015년,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뉴욕 생활을 마천루 위에 남기고 조금은 우울한 마음으로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이듬해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87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인생 최고 몸무게를 빚어내고야 말았다. 키 175센티미터 성인 남자의 표준 몸무게가 67킬로그램이라고 하니 대략 20킬로그램이나 초과해버린 셈이다. 아마도 마저 청산되지 않은 유학 생활의 감정의 잔재와 용산공원 진행자로서 겪는 상투적 무력감들 그리고 한국 음식에 대한 오랜 갈증이 뒤섞여 폭식과 과도기적 알코올 중독으로 폭발했던 것 같다. 2018년, 무거운 생활을 청산하고자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예상처럼 세 달도 못가 그만뒀다면 여전히 과체중인 미래 생명체로 핫도그를 손에 쥐고 강남대로를 활보하고 있겠지만, 유튜브의 발달과 자기 성장에 대한 내 특유의 ‘덕력’이 결합되면서 20킬로그램을 모두 덜어내고 주 4~5회 운동 습관을 2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이참에 운동 생활의 비술을 한껏 적어보겠다. 나의 매일 운동 네트워크는 다음과 같다. 유튜브(운동 학습 미디어)-짐gym(트레이닝 장소)-핏빗fitbit(운동량 기록 스마트워치)-짐데이gymday(운동의 반복 횟수와 무게를 기록하는 앱)-팻시크릿fatsecret(먹는 음식의 칼로리와 영양소를 기록하는 앱)-인바디 체중계(체중 및 체성분 분석)-서적(운동과 식이 요법에 관한 전문 서적들). 이 장황한 과정을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의 콘셉트에 맞춰 다시 각색해보면 아마 다음과 같을 거다. 유튜브 (온라인 교육)-짐(오프라인 플랫폼)-핏빗(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디바이스IOT Wearable Device)-짐데이, 팻시크릿(빅데이터 애플리케이션)-인바디 체중계(사물인터넷 스마트 디바이스)-서적(오프라인 교육). 이렇게 나는 꽤나 건전한 하루하루를 남몰래 보내고 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스마트 기기와 클라우드를 통해 가볍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는다. 자, ‘초연결 사회’가 바로 눈앞에 도래했다. 초연결 네트워크의 사회(2차 정보 혁명) 그림 1은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사회 패러다임 변화의 요점을 표로 정리한 자료다. 무슨 또 새로운 정보화 사회냐고, 휴대폰 영업소에서 가입을 재촉하는 5G가 귀찮기만 할 수도 있지만, 5G는 단지 비싸기만 한 요금제가 아니다. 4G보다 최대 1,000배 빠른 통신망이며 모바일 사회에서 초연결 사회로 넘어가는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이다. 여러 기업이 2020년부터 본격적인 통신망의 세대교체를 계획하고 있으며, 5G 인프라가 안정되는 순간 상호 연결 교육connected learning, 원격 의료 서비스, 지능형 교통 시스템, 사물인터넷IoT(각종 사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내장하여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 기반의 생활 등 그야말로 새로운 속도의 2차 정보 혁명 사회가 시작될 것이다. ...(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나성진은 서울대학교와 하버드GSD에서 조경을 전공했다.한국의 디자인 엘,뉴욕의 발모리 어소시에이츠(Balmori Associates)와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CFO)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고, West 8의 로테르담과 서울 지사를 오가며 용산공원 기본설계를 수행했다.한국,미국,유럽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 후 파트너들과 함께 얼라이브어스(ALIVEUS)라는 대안적 그룹을 열었다.
[공간잇기] 일상 속 공간의 가치와 기록
여러분의 ‘고향’은 어디인가요? 마을과 동네에 관심 있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도시재생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면 가장 먼저 이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이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곳이 어딘가요?”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선뜻 답을 하지 못한다. 사전적으로 고향은 태어나서 자란 곳 혹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이라고 통용된다. 그런데 사람들이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인이 태어난 지명을 이야기하면 간단한 것 아닌가. 나는 다시 질문한다. 내가 태어난 곳이 고향인가요? 아니면 학창 시절을 보내거나 결혼한 곳? 내 아이를 낳은 곳? 아니면 지금 사는 곳? 그것도 아니면 지금 나의 직장이 있는 곳인가요? 질문 공세를 마구 이어가면 사람들은 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입가에 아리송한 미소를 머금는다. 무언가 말하고 싶어 입을 꿈틀거리는 사람도 있지만, 선뜻 한 번에 입을 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서대문이요. 제가 1970년대에 서울에 올라온 뒤부터 지금까지 자리잡고 자식 키우고 산 곳이에요.” “계동이 제 고향 같죠. 스무 살에 시골에서 시집와서 얼마 전까지 시어머니 모시고 자식 뒷바라지하며 남편과 참 악착같이 살아 낸 곳이에요.” “용산이요. 집은 경제적 상황 때문에 참 많이 옮겼는데, 제 가게는 30년 동안 죽 용산에 있어요. 예전엔 일 년 중 명절 당일 하루씩 딱 이틀만 놀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나갔으니까요.” “반포동 아파트요. 1980년대 후반에 거기서 태어나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곳에 살아 본 적이 없어요.” 어떤 동네, 어떤 세대, 어떤 경제적·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인가에 따라 모두 다른 대답을 하기 시작한다. 장소도 이유도 제각각이다. 20세기 독일의 철학자 오토프리드리히 볼노Otto Friedrich Bollnow는 “인간과 공간의 관계는 태생적으로 상호 의존적이며 인간의 삶은 근원적으로 인간과 공간의 관계 속에 존재하며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정의했다.1인간은 태어나서 숨 쉬는 순간부터 삶을 마감할 때까지 모든 생애 전반을 공간들 속에서 관계 맺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집은 우리의 첫 번째 우주다. 집은 인간이 존재하는 최초의 세계다”라고 말했다.2집은 사람들에게 고향으로서의 의미가 있고, 낯선 외부로부터의 안도감과 평화를 주는 곳이라는 의미다. 사람들은 본인이 태어난 곳을 고향이라 생각하기도 하지만, 태어난 곳이 아니더라도 정서적 애착 관계에 있는 특정한 장소를 고향으로 부르기도 한다. 볼노는 인간은 태곳적 내밀한 행복이 있는 곳이자 모든 생명의 근원인 ‘고향’을 찾아 회귀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고도 했다. 자신이 태어난 곳의 외형이 어떻게 변하건 상관없이 감정적 교류를 한 공간(집 혹은 마을)은 개인 혹은 한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있는 고향이 될수 있는 것이다. 파란 대문 집의 기억 “하얗게 부서지는 햇살 아래 각양각색의 대문들이 길고 긴 골목 양쪽으로 쭉 늘어서 있다. 나의 눈높이는 대문 높이의 중간 즈음으로 맞춰져 있고, 쭉 뻗은 골목 끝자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간다. 골목의 끝 왼쪽의 파란 대문 집 앞에 다다르자 익숙한 듯 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선다. 밝은 햇살에 눈이 부시다. 파란 문 안쪽 정면엔 넓디넓은 초록색 잔디 마당이 펼쳐져 있고, 오른쪽엔 위풍당당한 이층 저택이 있다. 쭉 뻗은 잔디 마당 한편엔 백 년은 된 듯 보이는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가 햇살 아래 당당한 위용을 뽐내고 있다. 잔디 마당에서 놀던 사람들이 밝은 표정으로 내게 달려온다. 마당과 저택 사이에서 내가 올라타고도 남을 것 같은 큰 개가 나를 향해 마구 짖는다. ‘플란다스의 개’만큼이나 크다. 저택 거실에 엎드려 바라보는 마당의 풍경은 푸르고 또 생기롭다.” 성장하면서 이따금 머릿속에 떠오르던 어떤 장면에 대한 묘사다. 꿈인지 실제인지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골목과 마당과 집의 순차적·장소적 연결성과 그 형태가 선명하다는 것, 마당의 따스한 햇볕과 온기, 파란 대문과 잔디 마당의 색감이 강렬했다는 것이다. 이 기억이 무엇에 근거했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이 장면이 떠오를 때면 마냥 가슴이 따뜻해져 슬며시 미소를 짓곤 했다. 성장한 후 가족들과 함께 어릴 적 살던 집에 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내가 태어나 돌이 되기 전까지 10개월 정도밖에 살지 않았다는 서울시 광진구 구의동의 ‘파란 대문 집’은 내가 ‘태어난 고향’이다. 지금은 다세대 빌라가 지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그곳을 언니들은 생생하게 기억했다. 언니들은 신나서 각자 마당과 골목에서 뛰어놀던 기억을 꺼내기 시작했다. 나도 이따금씩 떠올렸던 그 장면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골목의 모습, 파란 대문을 열면 나타나는 잔디 마당과 나무, 오른쪽의 대저택…. 이 같은 기억이 구의동 집에 대한 묘사라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부모님과 언니들은 강남의 아파트로 이사 가서 돌잔치를 한 내가 그 집을 기억해 낼 리 없다며 무시했다. 내 기억이 맞는 것인지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 언니들 어렸을 때 사진을 보고 내 기억으로 착각한 것이 아닐까. 나조차도 내 기억일 리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물었다. “그런데 그때 거기 ‘플란다스의 개’만큼 엄청나게 큰 개가 있지 않았어요? 그 개가 정말 무서웠던 감정이 떠오르는데….” 어머니가 깜짝 놀라며 말씀하셨다. “엄청 큰 개? 설마 쫑이 말하는 거니? 걔는 (팔뚝의 반을 가리키며) 요만한 새끼 똥개였단다.” 우리는 모두 너무 놀라 몇 초 동안 서로 바라보기만 하다 박장대소할 수밖에 없었다. ...(중략)... 1.오토 프리드리히 볼노, 이기숙 역, 『인간과 공간』, 에코리브르,2011, pp.23, 172~173. 2.가스통 바슐라르, 곽광수 역, 『공간의 시학』, 동문선, 2003, p.77. *환경과조경382호(2020년2월호)수록본 일부 서준원은 열다섯 살부터 대학 졸업 후까지 뉴욕에서 약 10년간 생활했다. 파슨스 디자인 스쿨(Parsons School of Design)인테리어디자인학과에서 다양한 생활 공간에 대해 공부했고, 한국인의 주거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SOM 뉴욕 지사, HLW 한국 지사, GS건설, 한옥문화원,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등에서 실내외 공간을 아우르는 디자이너이자 공간 연구자로 활동했다. 한국인의 참다운 주거 환경을 위한 디자인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품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도시공간 연구를 위해 곳곳을 누비며 ‘공간 속 시간의 켜’를 발굴하는 작업을 긴 호흡으로 해오고 있다.
[북 스케이프] 르 노트르 전기, 에리크 오르세나의 『행복한 사람 앙드레 르 노트르의 초상』
몇 년 전 개봉한 앙드레 르 노트르Andre Le Notre가 중심 인물로 등장하는 영화를 보고 크게 실망한 적이 있다. ‘블루밍 러브Blooming Love’(원제 A Little Chaos, 2014)라는 제목부터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을 뿐더러, 허구의 인물인 여성 조원가와의 개연성 없는 연애 플롯plot을 전개하기 위해 역사적 사건의 내용과 순서를 뒤섞었기 때문이다.1 많은 이들이 서양 정원의 양식이나 역사적 흐름은 몰라도 베르사유 궁의 정원과 루이 14세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다. 프랑스 형식주의 정원 양식의 백미, 절대 왕정의 상징, 강력한 축선을 바탕으로 한 공간의 전개, 태양왕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도상 등이 베르사유 정원을 수식하는 말로 널리 쓰인다. 르 노트르는 프랑스 형식주의 정원, 혹은 절대 왕정을 제유하는 베르사유 정원의 조원가로 명성이 높고 연구도 활발하지만, 그의 생애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말년에 자신의 정원 조성 비법을 모은 책을 낸 다른 조원가들과 달리 르 노트르는 저서를 남기지 않았다. 책은 커녕 그가 작성한 도면이나 문서, 심지어는 개인적 기록도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에리크 오르세나Erik Orsenna2가 쓴 전기 『행복한 사람 앙드레 르 노트르의 초상Portrait d’un homme heureux Andre Le Notre』3은 흥미롭다. 그는 단편적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르 노트르의 생애를 방대한 문화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연결하고 그 사이를 상상력으로 채워 넣었다. “그대는 행복한 사람이오, 르 노트르”라는 루이 14세의 말에서 따온 듯한 제목의 이 책은 르 노트르가 조성한 정원을 분석하는 대신, 모든 것을 다 가진 절대 군주가 인정할 정도로 행복한 이의 면목을 초상화 그리듯 살핀다. ...(중략)... 1. 가령 영화에서 여주인공 사빈 드 바라(Sabine de Barra)가 조성한 베르사유의 무도회장 총림(Bosquet de la Salle du Bal)은 1680년에서 1683년 사이에 조성되었다. 영화와는 달리 당시 르 노트르는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황주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문학과 영문학을 공부하고,같은 대학 미술사학과에서 풍경화와 정원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번역을 한다.그러는 동안 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
직접 도시를 공작하라!
도시에 사는 일과 도시를 만드는 일은 별개의 일이었다. 도시의 크고 작은 공간은 계획가, 행정가, 자본가가 만든 도면에 충실하게 구현됐고, 사람들은 주어진 환경에 맞춰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재단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살고 싶은 도시를 직접 만들려는 움직임이 곳곳에 나타났다. 자본이 주목하지 않는 소외된 지역에 터를 잡고, 지역 주민과 연대해 독특한 문화를 만들며, 공구를 손에 들고 직접 공간을 개선하는 사람들이 도시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지난 2월 15일 연남장에서 도시재생의 새로운 흐름과 공간 DIY 문화를 공유하는 ‘셀프 어반 크래프트십Self Urban Craftship’ 세미나가 열렸다. 정음철물, 한국리노베링, 오롯컴퍼니, 일본의 툴박스Toolbox의 대표가 모여 각 사무소의 활동 내용을 소개했다. 행사를 기획한 심영규 대표(정음철물)는 “앞으로 우리 스스로 동네를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살펴보고, 혼자 하기 힘든 사람에게 함께하자고 손을 내미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공간 편집권, 전문가에서 사용자에게로 “툴박스의 미션은 일본의 주거 공간을 더 즐겁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있다. 공간은 공간을 만드는 전문가가 아닌 사용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공간 만들기에 있어 사용자가 주역이 되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자기 공간을 편집하기 위한 도구 상자’라는 뜻의 툴박스는 거주자가 손쉽게 자신의 공간을 구성하도록 돕는다. 히토스기 이오리(툴박스 집행임원)는 툴박스 소개에 앞서 도쿄R부동산(툴박스를 운영하는 기업, 이하 R부동산)을 소개하며 사용자 중심의 공간 문화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일반적인 부동산에서 제공하는 면적, 임대료, 역까지의 거리 같은 기본적인 정보로는 실제 그 집에서의 생활이 어떨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R부동산은 사용자의 취향과 연계된 실질적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전망이 좋은 곳, 주변에 녹지가 많은 곳, 천장이 높은 곳 등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특징으로 공간을 소개해 주거 공간 공급 체계에 변화를 가져왔다. R부동산이 살고 싶은 공간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혔다면, 툴박스는 나만의 공간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실천적 플랫폼을 제공한다. 바닥재, 벽재, 스위치 등의 재료 판매부터 셀프 시공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전달하고,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는 제품 개발에도 힘쓴다. ...(중략)...
호텔이 된 구 서울역사
호텔은 낯선 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안식을 주는 장소다. 잠시 빌리는 공간이지만, 외부로부터 보호받는다는 감각은 지친 몸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이제 호텔은 단순한 숙박 장소를 넘어 독특한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호텔에서 자체적으로 투숙객을 위한 여행 콘텐츠를 담은 가이드북을 제작하기도 하고, 주변 지역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한다. 별도의 여행지 없이 호텔 자체를 휴식 장소로 삼는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 역시 진화하고 있는 호텔 문화를 보여주는 한 예다. 그렇다면 과거의 호텔, 한국에 막 입성했을 당시 호텔의 모습은 어땠을까. 지난 1월 8일부터 3월 1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이하 문화역서울)에서 열린 ‘호텔사회’는 근대 철도 교통의 발달과 함께 유입된 호텔 문화의 변천사를 살피는 전시다. 아카이브, 영상, 사진, 설치 작품, 공간 기획, 퍼포먼스, 연계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방식을 통해 호텔 문화가 한국 근현대사에 끼친 사회 문화적 영향력을 조명한다. 구 서울역사가 가진 독특한 공간 구조가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중앙홀은 방문객을 맞이하는 ‘익스프레스284 라운지’로, 서측 복도는 호텔 정원을 재해석한 ‘콜로니얼 가든Colonial Garden’으로, 대합실은 호텔의 야외 수영장을 연상시키는 ‘오아시스.풀·바·스파’와 가상의 ‘여행·관광안내소’로 탈바꿈했다. 객실을 콘셉트로 한 공간에는 호텔을 사용했거나 그곳에서 일한 이들의 사적인 이야기가 담겼다. 이외에도 호텔이 선도한 미용 문화, 공연 문화, 식문화 등을 살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호텔, 욕망과 취향의 공간 입구에 들어서면 붉은 계단과 장막이 눈길을 빼앗으며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호텔 로비를 연상케 하는 이곳은 다양한 전시 공간을 연결하며 관람객들의 우연한 만남을 촉발한다. 로비 뒤편으로는 호텔 정원에 해당하는 ‘콜로니얼 가든’이 이어진다. 식물, 샹들리에, 정원에서 보이는 도시의 경관 등 호텔 정원의 모티브를 재해석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우측 벽을 따라 설치된 얇은 천은 이강혁의 ‘나이트 플랜트Night Plant’다. 그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서울의 대표 호텔들을 방문 혹은 침입해 내부 조경 사진을 기록하고, 가로 1.5m, 세로 3m 크기의 천에 인쇄해 줄지어 걸었다. 복도를 천천히 거닐며 서울의 야경과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호텔 정원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복도 끄트머리에서는 계속해서 들려오던 소리의 정체가 드러난다. 우지영의 작품 ‘라토나Latone: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이하 라토나)에서 솟아 나오는 분수의 물소리다. ...(중략)...
[편집자의 서재] 나의 아름다운 이웃
“이건 따릉이 타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건 계절 변화를 보여주고… 웨딩 촬영하는 사진은 없나?” 마감을 나흘 앞둔 밤, 편집부는 하나의 모니터 앞에 모여 유청오 작가가 보낸 서울숲 사진을 꼼꼼히 살펴봤다. 백여 장의 사진 중 ‘아카이브archive’로 의미가 있을 만한 사진을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카이브라 생각하니 사진 속 풍경과 사람들의 행동이 새삼스레 다 의미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달 공원 아카이브 특집에 함께한 최혜영 교수(성균관대학교)는 “도시공원을 ‘이야깃거리’ 즉 ‘문화 콘텐츠’로 바라보지 않는, 공원 문화에 대한 인식의 부재”를 꼬집었다. 조경학과 학생으로 4년, 조경 전문지 기자로 3년. 돌아보면 내게 공원은 누군가 설계한 공간, 주로 설명하고 분석할 대상에 가까웠다. 공원을 기억하고 기록할 대상으로, 이야깃거리로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말하는 특집 지면을 살피다 박완서 작가를 떠올렸다. 그가 일상을 주조하는 방식 때문이다. 보통의 소재를 재료 삼아 쉽고 흔한 표현으로 우려낸 진한 일상의 맛!『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그 맛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짧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 책은 1970년대 도시의 생활 공간을 배경으로 당시 사람들의 연애관, 결혼 생활, 자식을 향한 바람, 내 집 마련에 대한 열망, 이웃 간 사소한 다툼을 담은 48편의 콩트로 구성된다. 작가는 보편적 삶 이면의 내밀한 감정, 유희나 슬픔, 풍자적 요소를 가감 없이 들춰내 보인다. 1970년대는 경제 성장으로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웠지만 급격한 도시화, 산업화에 따른 심리적 빈곤을 경험한 시대다. 작가는 이러한 시대의 일면을 예리하면서도 거침없는 문장으로 풀어낸다. ‘마른 꽃잎의 추억’은 엄마 혹은 주부라는 이름으로 삶이 일반화돼버린 중년 여성의 감정적 일탈을 그린다. ‘나’는 남편 몰래 시집에 처녀 시절 구혼한 남자들이 준 꽃을 눌러 간직하고 있다. “그 총각들 중에서 지금의 남편을 선택해서 풍파 없이 살아왔다. 후회는 없다. 그러나 그때 달리 선택할 수 있었던 대여섯 갈래의 다른 삶에 대한 호기심까지 없는 건 아니다.”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남편도 출근시킨 오후, 불쑥 찾아온 공허함과 무료함은 익살스러운 불평을 낳는다. “우리 동네 집들은 모두 집 장사꾼이 지은 집인데 작을뿐더러 너무 편리하다. … 반드시 편리한 집이 좋은 집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밥 잘 먹고 건강한 여자가 잔걸음 좀 치면 어때서 꼭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 싸는 식의 편리한 집에서 살 건 또 뭔가.” 그때나 지금이나 평범한 사람이 착실하게 돈을 모아 강남에 땅을 사는 일은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 ‘완성된 그림’의 문규는 결혼 후 알뜰살뜰 모은 오십만 원을 들고 영동 땅을 밟는다. 하지만 백평 정도의 땅을 사려면 백만 원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2년 뒤 백만 원을 만들어 다시 찾은 영동에는 귀부인 차림의 여자들이 몇백 몇천 평의 땅을 흥정하고 있다. 몇 년을 더 투자해 천만 원까지 모아 보지만, 그 사이 허허벌판이던 영동 땅은 “몰라보게 발전해 넓고 기름진 도로가 사면팔방으로 뻗”어 있고 “으리으리한 호화 주택이 들어선 새로운 마을”이 되어 천만 원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그는 “뒤늦게 영동 땅을 포기하고 잠실로, 수유리로, 불광동으로, 화곡동으로 쏘다”니지만 “어디든지 살 만한 땅은 귀부인들이 한발 앞서 차지하고 ‘용용 죽겠지’하는 식으로 그와 그의 천만 원을 얕잡는”다. 책머리에서 박완서 작가는 “방 안에 들어앉아 창호지에 바늘구멍으로 내고 바깥 세상을 엿보는 재미”로 콩트를 썼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이웃과 자신의 내면을 아주 세심히 살폈을 것이다. 꾸밈없는 솔직한 이야기에 막연하고 어렴풋하던 한 시대가 한층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이야깃거리로서의 공원을 마주하는 일은 어떻게 시작돼야 할까. 공원에서 겪은 사소하고 평범한 일을 꼼꼼히 들춰보는 데서 일 것이다. 내게 공원은 꽤나 사적인 공간이다. 중학교 때 체육 수행 평가를 준비한다는 핑계로 밤 늦게까지 놀던 곳이고, 작심삼일 다이어트 도전의 장이었으며, 친구랑 크게 싸우고 엄마 눈을 피해 맘 편히 운 곳이기도 하다. 한강공원에서는 치킨을 시켜 먹으며 대학생 된 기분을 만끽했고, 자전거를 타고 싶은데 따릉이 어플이 실행되지 않아 분통 터질 뻔한 적도 있다. 올 봄 미세 먼지가 없는 날에는 근래 발길이 뜸했던 동네 공원을 찾아야겠다. 잔디 위에 돗자리 펴놓고 앉아 있다 보면 의외의 기억을 떠올리거나 재밌는 발견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귀여운 강아지라도. 하다못해 햇볕 아래 꿀 같은 낮잠이라도 잘 수 있겠지. 1. 박완서, 『나의 아름다운 이웃』, 작가정신, 2019.
[CODA] 취향 편집
지금처럼 바람의 온도가 미지근해질 때쯤 대학을 졸업했다. 그렇게 벗어버리고 싶던 학생 타이틀과의 작별인데, 학사모를 공중으로 던져 올릴 때 마음이 마냥 홀가분하지는 않았다. 졸업장을 책장에 꽂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 꽤 오랜 시간 조경을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배운 게 무엇일까 생각하니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한때 인터넷을 떠돌던 곤충대학교 파리학과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 우스갯소리는 당신을 파리학과에 갓 입학한 신입생으로 가정한다. 열심히 파리의 앞다리론, 중간다리론, 뒷다리론, 날개론을 공부한 당신은 곧 졸업생이 된다. 취업과 진학의 갈림길에서 대학원을 택하고, 뒷다리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간 배운 게 겉핥기에 불과했다는 걸 깨닫는다. 박사과정에 들어가면 상황은 더 심화된다. 연구 주제는 뒷다리에 난 두 번째 털이다. 물론 뒷다리에는 수만 개의 털이 있고, 어떤 털은 아무도 연구하지 않아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도무지 끝이 날 것 같지 않다. 이처럼 한 학문의 범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넓다. 그렇다면 어떤 학문을 다루는 잡지의 태도는 어때야 할까. 잡지, 그중에서도 전문지는 특정 분야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매체다. 일반 매체에서 얻기 힘든 정보를 제공하고, 주목해야 할 이슈를 선별해 전달하고, 아카이브archive로서 기록하는 일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어떤 콘텐츠를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얼마만큼의 깊이로 다룰 것인가. 파리의 모든 것을 담자니 깊이가 얕아지고, 그렇다고 뒷다리의 털들만 들입다 들여다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제 자체가 대중에게 친근하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아쉽게도 조경은 아직 사람들에게 낯선 존재다. 결국 중요한 건 균형일 테다. 파리를 잘 모르지만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면서도 뒷다리 털 전문가가 보기에도 유치하지 않은 잡지. 지난 2월 6일, 새로운 편집위원과 함께한 회의에서도 대중성과 전문성의 균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잡지가 다루는 콘텐츠의 범주를 확장”하거나 “인접 분야를 적극적으로 다뤄 학제 간의 벽을 허물어” 좀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가자는 제안이 있었다. 반면 “오히려 더 깊이 있는 조경 정보를 제공하는 게 해법일 수도 있다”는 접근도 있었다. 대중성과 전문성은 얼핏 반대되는 개념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 1월 민음사가『 릿터』(문학 잡지)와『 크릿터』 (비평 무크지)에 이어 인문 잡지 『한편』을 새로 선보였다. 초판 3,000부는 출간 일주일 만에 매진됐고, 같은 기간 정기구독자는 천 명을 돌파했다. 나 역시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편의 인문학’이라는 슬로건에 홀려 정기구독 버튼을 클릭했다. 일주일에 한 번 발행되는 뉴스레터, 정기구독자는 무료로 참석 가능한 공개 세미나에서 독자와 친밀감을 형성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2월에는 지역성이 담긴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그룹 올어바웃All About이『 어바웃 디엠지About DMZ』 시리즈의 창간을 알렸다. 접경 지역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해 음식, 지역 제품, 관광 등 여러 키워드로 엮는 기획은 와디즈Wadiz(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펀딩 350%를 달성했고, 발간 기념 이벤트에는 120여 명의 인원이 참여했다. 인문학과 디엠지가 이렇게나 ‘핫’한 주제였나? 결국 대중성이란 파리의 뒷다리든 수많은 털 중 한 가닥이든, 그 소재를 분해하고 군침이 도는 모양새로 다듬어 다시 조합하는 편집 기획이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취향’은 ‘나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 수단이 되었다. 말 그대로의 잡지雜紙(섞일 잡, 종이 지)가 아닌 소수의 취향 공동체를 겨냥한 독립 잡지가 호응을 얻는 현상1역시 취향의 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자꾸만 이 현상을 취향을 저격하는 전문성이 곧 경쟁력임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해석하고 싶어진다. 『환경과조경』이 어떤 취향의 상징이 된 모습을 상상해본다. 나만 알고 싶은 잡지가 자꾸 유명해지고 있다고 속상해 하는 열독자들의 투덜거림까지. 1. 이영희, “잡지, 취향과 기호로 부활하다”, 「중앙일보」 2017년 1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