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에디토리얼] 새 광화문광장, 토론은 이제 시작이다
  • 배정한 (jhannpae@snu.ac.kr)
  • 환경과조경 2019년 3월

lak371(2019년3월호)_웹용-9.jpg

 

지난 1월 21일, 새 광화문광장 설계공모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적 공간이 겪게 될 변화에 여론이 들썩였지만, 대부분의 보도와 기사는 광장 재구조화의 당위성이나 도시의 미래에 대한 심층 논의보다는 동상 이전, 촛불 무늬 포장, 정부청사 경계와 같은 표피적 문제에만 집중됐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지엽적 논란 덕분에 광장 성형 사업 자체는 기정사실이 되고 말았다. 10년이 채 안 된 광장을 왜 지금 고쳐야 하고 2021년 5월까지 완공해야 하는가. 사업의 근본적인 목적과 과정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생략된 채 정해진 일정대로 광속의 주행을 마친다면, 우리는 또다시 관 주도 졸속 도시 공간을 마주하게 될 뿐이다. 화려한 수사로 가득한 서울시의 선언처럼 “광화문광장이 오는 2021년 차 중심의 거대한 중앙분리대라는 오명을 벗고 역사성을 간직한 국가 상징 광장이자 열린 일상의 민주 공간으로 탈바꿈,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속도보다는 방향, 결과보다는 과정을 지향하는 긴 호흡의 토론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광장 재구조화의 당위성과 목적에 대한 근본적인 재론뿐만 아니라 당선작과 수상작들이 제시한 설계적 해법에 대한 전문적인 토론도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환경과조경』과 같은 전문지는 대중 매체가 소화하기 쉽지 않은 심층 토론의 마당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3월호에는 많은 지면을 할애해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의 당선작과 수상작들을 실었다. 

이번 설계공모에는 477팀이나 참가 등록을 했지만 정작 70팀(국내는 38팀)만 최종 작품을 제출했다. 역사 도시 서울의 핵심 공간이자 4·19 혁명, 1987 민주화 항쟁, 촛불 시민혁명을 이끌어낸 현대사의 산실이라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조경가와 건축가는 왜 이 프로젝트를 외면했을까. 이미 기본계획 단계에서 모든 구상이 결정된 공모전, 한 치의 상상력도 허용하지 않는 공모 지침이 새로운 해석에 대한 도전 의지를 접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당선작 ‘깊은 표면(CA조경+유신+김영민+선인터라인건축)과 여러 수상작들이 꽉 막힌 설계 가이드라인의 장벽을 지혜롭게 돌파하며 광화문 일대는 물론 서울의 미래 도시 구조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점은, 결코 가볍게 평가할 일이 아니다. 세간의 전망과 달리, 조경가가 주도한 작업들이 당선작뿐 아니라 다수의 수상작에 선정된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전문적이고 다각적인 토론의 밑판을 마련한다는 의도로 이번 호 지면에는 이례적으로 다섯 편의 비평을 초대했다. 조경비평가 최정민은 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동인이 정치적 의도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동상, 촛불, 교통 문제를 둘러싼 당선작 논란을 반박한 후 오히려 당선작의 특징은 “한국적 경관의 재구성”을 시도한 데 있다고 해석한다. 건축비평가 전진삼은 “광장의 정치화”에 드리운 부정적 측면을 우려한다. “민주 사회를 관통하는 역사적 경관으로서의 완성품”이 기획자들의 구상이라면 왜 굳이 거대한 광장이 필요한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던지며, 광장의 정치화와 그 스펙터클은 공간의 모독이라고 일갈한다. 

조경가 이수학은 우리에게는 광장에 대한 합의가 없었고 “누구도 광장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광장이라는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작동 가능한 민주주의의 이행을 요구했을 뿐인 시민의 열망과 달리, 광화문 일대의 도시 공간은 “정치적 욕망과 식민의 유산을 벗어나지 못한 관료와 기술자들에 의해 착실하게 개조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조각 전공의 예술기획자 진나래는 동상 이전과 철거를 둘러싼 이슈를 세밀하게 조회한다. 충분한 이해와 토론 없는 여론 몰이를 경계하며 그는, 광화문광장이 동상으로 인해 “소통과 발언의 광장”이 아닌 “권위의 전시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매체 전문가 박상현은 현재 광화문광장의 핵심 문제는 접근성 부족이 아니라 “그 존재의 이유가 규정되지 않은 공간”이라는 점에 있다고 본다. 광화문광장을 새로 조성하려 한다면 “이곳에 왜 광장이 있어야 하고, 사람들은 여기에 왜 와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광장은 박물관이 아니고, 사람들은 메시지를 들으러 광장에 가지 않는다”는 그의 견해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독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올해부터 마련한 꼭지 ‘이달의 질문’에도 광화문광장 설계공모에 대한 여러 의견을 모았다. 작지만 소중한 이 조경 공론의 마당에 담긴 독자들의 의견 또한 광화문광장의 미래를 위한 토론의 토대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새 광화문광장, 토론은 이제 시작이다. 

 

새 꼭지 ‘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의 첫 3회분 연재가 이달로 막을 내린다. 나성진 소장(얼라이브어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다음 세 달은 조용준 소장(CA조경)이 이어간다.

월간 환경과조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