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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의 질문] 당신의 아이가 조경학과에 가고 싶어 한다면?
    전공이 평생의 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아이는 잘 맞는 전공을 선택해 즐거운 일을 하며 살게 하고 싶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3년마다 (조경 일을 하다 보면 3년마다 관두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찾아오는 힘겨운 방황의 시기를 버틸 인내심이 있는지? 발주처의 박해와 자존심을 짓누르는 말에도 웃음으로 화답할 수 있는 넓은 아량을 가졌는지? 삼 일 밤을 새우고 나서도 두 눈을 부릅뜨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현란하게 놀려 캐드 일을 할 체력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조경이라는 학문을 통해 실현하고 싶은 나만의 목표와 조경을 평생의 업으로 여기며 살아갈 신념이 있는지. 학문적 자질은 중요하지 않다. 천천히 배우면 된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하지만 네 가지 질문 중 하나라도 그렇다고 답할 자신이 없다면 다시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윤영주 디자인필드 대표 막연한 기대를 하고 조경 현장직에 지원한 학생이 취업 후 진로를 바꾸는 경우를 많이 봤다. 설계, 식재, 관리 중 어떤 분야가 맞는지 고민하게 하고, 적합한 대학의 조경학과를 추천해줄 것이다. 김건유 강릉원주대학교 농장조경팀 조경 미학 수업 과제로 제출했던 에세이를 다시 꺼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사회에서 조경이 얼마나 좋은 대우를 받는지, 조경을 하면 얼마나 버는지, 조경가가 어떠한 사회적 지위를 갖는지 말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신한다. 나는 조경을 하면 행복하다.” 부모로서 어찌 자신의 말을 뒤집겠는가. 아이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전공 서적 몇 권 사는 돈은 굳었으니 딸한테 치맥이나 사달라고 해야겠다. 엄호정 현대엔지니어링 건축조경팀 지지한다. 하지만 조경이라는 분야가 생각보다 많이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설계, 시공, 연구, 소재 개발, 생태, 환경, 기후 변화 대응 등 파생 분야가 생각보다 다양하다. 내 아이가 대학에 가기까지 10여 년이 남았으니,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세분화되지 않을까. 따라서 조경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라면 꼭 조경학과를 선택하진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강한민 한국그린인프라연구소 꽃과 나무를 아이에게 선물하고, 푸른 언덕에 함께 심고 물을 줄 것이다. 노민욱 충북대학교 시설과 토목조경팀 다양한 자연 환경을 만나게 해줄 것이다. 산, 들, 강으로 데려가 같은 식물이라도 생육 환경에 따라 형태가 달라짐을 가르쳐줄 것이다. 또 조경의 어떤 면을 보고 조경학과에 진학하려고 마음먹었는지 물어볼 것이다. 건축에 가까운 조경인지, 생태에 가까운 조경인지를 묻고 조언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도록 권유하겠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사람마다 생각이 다름을 알게 된다. 차이를 이해함으로써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하고 싶다. 김연희 천리포수목원 1년 배워보고 아니다 싶으면 전과를 추천한다. 복수 전공이라는 든든한 보험도 있다. 졸업하고 나서야 조경이 내 길이 아님을 알게 되는 순간,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정말 늦었다는 말의 의미를 몸소 깨닫게 될 것이다. 더불어 설계사무소에서 일할 생각이 없다면 설계에 목숨 걸지 말자. 설계 과제하느라 다른 수업 (특히 교양 수업) 성적 포기하지 말고, 패널에 손톱만 하게 들어갈 다이어그램을 만들면서 밤을 새우는 짓은 되도록 하지 말자. 강민정 부산시 영도구 조경학과를 졸업한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조경을 배우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넓어졌다. 인간과 뗄 수 없는 식물이라는 존재에 대해 배우고, 자연을 도시로 가져오는 일의 가치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 조경의 현실이 마냥 밝지 않다는 것은 잘 안다. 그럴수록 조경의 필요성과 중요함을 더욱더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경 공간 속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다양한 행복과 웃음을 아이와 함께 나누고 싶다. 이런 의미에서 미래 내 아이에게는 조경학과를 적극적으로 추천해볼 생각이다. 강혜빈 소양고등학교 교사 조경은 진로 선택의 폭이 넓은 특별한 분야다. 직접 공간을 디자인하고 시공, 관리하는 일뿐만 아니라 조경수를 육종하는 원예 산업에도 종사할 수도 있다. 정원 일은 힘들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생활에 활력을 주기도 한다. 조경은 자연과 함께하는 일이기에 미래에 더 각광받을 분야라 생각된다. 전문직이라 정년 후에도 충분히 계속할 수 있다. 이미 첫째 아들이 조경학과에 다니고 있다. 김봉찬 더가든 대표
    • / 2019년11월 / 379
  • [편집자의 서재]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대학교에서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언어학을 연구하는 백승주 교수는 문맹이 되기로 결심한다. 1년간 상하이 푸단 대학교의 한국어 교환교수로 파견되자 중국에 가기 전까지 어떤 중국어도 익히지 않기로 한 것이다. 지금껏 그가 가르친 학생들은 한국어를 말할 줄도 읽을 줄도 모르는 이들이었다. 백지 상태에서 낯선 땅에 발을 내디딘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려보기 위해, 무無의 상태에서 다른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탐구하고자 실험 대상이 되기를 자처한다. 외국 생활은 긴장의 연속이다. 식당에서 음식을 시키는 것뿐인데 몸은 잔뜩 움츠러든다. 한국에서는 자연스럽게 “사장님”을 외치면 그만이지만 낯선 나라에서는 말도 안 통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워 야오…이베…워 야오…어…아이씨.” 상하이 도착 이틀째, 백 교수는 방에서 “워 야오 이베이 빙더 메이스카페이”(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를 연신 연습한다. 다음 날 찾은 스타벅스에서 연습한 문장을 말하는 데 성공하지만 돌아오는 건 예상치 못한 질문이다.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그에게 점원은 계산대 옆에 나란히 서있는 컵들을 가리킨다. 톨, 그란데, 벤티, 컵 사이즈를 묻는 거였다. 더 준비된 말이 없던 백 교수는 ‘가리키기’를 시전해 그란데사이즈를 주문한다. 그는 음료를 기다리며 가리키는 행위에 담긴 복잡한(?) 소통의 과정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가리키기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일, 곧 “‘나와 상대방이 모두 공동으로 한 사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동시에 ‘다른 이의 관점에서 그 사물을 보는’ 과정”이므로, 일종의 ‘초능력’을 발휘한 셈이다(과장된 표현 같지만, 인간과 DNA가 98퍼센트 일치하는 침팬지는 가리키기에 담긴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속 이야기들의 흐름은 이런 식이다. 읽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마주한 낯선 문화와 도시 풍경은 산만하면서도 복합적인 ‘의식의 흐름’을 따라 재편된다. 현지인에게 당연한 음식 문화나 거리 풍경은 이방인의 온갖 잡다한 지식,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나 유년 시절의 희미한 경험 등을 소환한다. 명나라의 반윤단이 자신이 죽인 정적이 강시로 나타날까 두려워 만든 구곡교를 거닐며 좀비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고, 중국 식당에서는 냉수를 주지 않는 게 기본이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물 좀 주소’를 부른 가수 한대수를 호출한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지만 나름의 알고리즘을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는 공공장소에서 본의 아니게 듣는 남 얘기 같다. 하필 그게 엄청 흥미진진하거나 솔깃한 정보여서, 나도 모르게 귀를 더 쫑긋하게 되는 것이다. 북쪽으로 공산주의 (혹은 그러한 체제에 속했던) 국가를 세 개나 둔 자본주의 국가(하지만 같은 한자 문화권에 속하며, 일제 식민지기와 제국주의, 독재 체제를 경험한 나라)에서 나고 자란 덕분일까, 백 교수는 현대 중국 이면에 놓인 모순을 도시 곳곳에서 면밀히 포착해낸다. 자본주의의 결정체인 상하이 세계금융센터의 외벽에 중국의 오성기가 떡하니 붙어 있고, 사람들을 검열하는 경비원들이 즐비한 상하이의 거리에는 집마다 적나라하게 널어놓은 빨래가 휘날리며, 난닝구와 사각 팬티만을 걸친 자유분방한 차림의 아저씨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고급 백화점에 난 큰 창을 통해 보게 되는 것은 마오쩌둥의 생가다. “과거의 마오가 고급 백화점으로 둘러싸인 자신의 옛집을 바라본다면 어떨까? 마오가 받는 충격은 원숭이 혹성에서 겨우 탈출하여 지구로 돌아왔는데, 그 지구가 유인원이 지배하는 세상이 된 것을 발견하는 영화 ‘혹성탈출’의 주인공이 느끼는 충격과도 유사하지 않을까.”2 상하이의 풍경은 낯선 이방인의 몸을 통과하면서 지극히 주관적이고 예상치 못하게 깊은 방식으로 그려져,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토록 사적이고 편향된 기행문이라니. 웬만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보다 상하이에 대한 뚜렷한 인상을 각인시킨다.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가 들려준 모로코의 밤, 그가 거닐던 사막이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사막보다 더 깊게 남았던 건 같은 이유 때문일까? 각주 정리 1. 백승주,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은행나무, 2019 2. 같은 책, p.203.
  • [CODA] 이름
    고작 석 자, 길지도 않은 내 이름은 사람들의 머리를 곧잘 어지럽힌다. 이름을 말하면 되묻는 사람도 여럿이고, 때때로 사물함이나 명단에 김무아, 김보아 등 낯선 글자가 적히기도 했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초등학교 시절에는 성 하나만 바꾸면 온갖 별명이 완성됐다. 그래도 이름은 나를 구성하는 것 중 단연 마음에 드는 요소다. 지극히 평범한 나를 흔하지 않은, 오롯이 유일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한다. 엄마에게 이름에 얽힌 일화 하나를 듣고 난 후에는 그 애정이 더 각별해졌다. 하마터면 내가 김일심, 김진심으로 살아갈 뻔했다는 것. 당시에도 촌스럽게 느껴졌다는 그 석 자는 무려 작명소에서 비싸게 모셔 온 글자들이었다. 다행히 할아버지의 불같은 호통(제정신이냐는)에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는 의미는 같지만, 그 어감은 확연히 다른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아쉬움은 없지만 가끔 김일심, 김진심이 된 나를 상상해본다. 분명 그 또한 똑같은 알맹이를 가진 나일 텐데,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 거라 자신하게 된다. 말과 글이 그렇듯 이름에도 분명한 힘이 있다. 이름을 부르면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던 누군가가 꽃이 되기도 하고(김춘수, ‘꽃’),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던 캐릭터가 자신의 존재를 자각해 시나리오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기를 소망하게 만든다(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세상의 온갖 사물에 이름이 있지만, 서로의 존재를 이름으로 불러 확인하는 사람에게는 그 의미가 유독 크다. 시인 오은은 『나는 이름이 있었다』(2018)에 수록된 서른두 편의 연작시를 통해 ‘불리는 이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무인 공장에 내가 있었다. 무인 공장인데 내가 있었다. 무인 공장인데 내가 있는 것이 유일하게 습득한 기술이었다. 어느 날에는 스위치를 켜는 심정으로 불쑥 내 이름을 발음해보았다. 무인 공장과는 달리, 나는 이름이 있었다. 무인 공장과는 달리, 나는 사람이었다.”1 그만큼 제대로 부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이번 특집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해진 이름에 작별을 고한다. 오랜 시간 영어권 표기를 따라 불려온 콩지안 유(Kongjian Yu), 투렌스케이프(Turenscape)를 유쿵졘(Yu Kongjian)과 투런스케이프로 바로잡는다. 당장은 낯설겠지만 영영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던 비니 마스(Winy Maas)(오랜 기간 위니 마스라 불렸다)에 친숙해졌듯, 유쿵졘과 투런스케이프가 금세 당연해질 것이라 기대한다. 중국어를 배운 이는 투런이 땅土(tu)과 사람人(ren)의 합성어라는 사실을 눈치 채고, 그들의 설계 철학을 남들보다 빨리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름에 대해 생각하며 특집을 살피다보면 발을 거는 문단이 하나 있다. “젊은 세대는 조경학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기성 조경가와 일반 대중 대부분은 조경학을 간단한 원예, 즉 정원을 꾸미는 일로 여긴다. … 이는 학과에 대한 정의에서 비롯된 일이기도 하다”(“조경, 세상을 움직이는 힘”, p.100) 유쿵졘의 말에 따르면 중국에서 조경학과는 흔히 환경예술 또는 원림설계학과로 일컬어진다. 그는 “원예가 개인이 만든 정원이라면, 원림은 사람과 땅 사이의 갈등, 사람들의 이용 행태를 고려해 자연 네트워크를 추구하는 일”이라며 교육에 앞서 원예와 원림 설계가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내리고, 이에 따라 낡은 학과 체계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한다. 몇 차례 한국 조경계에 제기된 조경이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landscape architecture)의 번역어로 적당한지에 대한 논의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조경에 대한 인식이 전보다 넓어졌다지만 여전히 내 주변 사람들은 식물과 나무를 다루고 정원을 꾸미는 일 정도로 생각한다. 현재의 명칭은 조경이 다루는 범주를 직관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다. 조경은 과연 그알맹이를 보여주기에 적합한 이름인가. 사실 이 물음은 다음달 ‘이달의 질문’에 관한 예고이기도 하다. 2019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면에 많은 독자의 생각이 담기기 바라며 놓는 덫이다. 회색 코끼리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면 회색 코끼리가 더 생각나듯, 당신은 이제 싫어도 이 질문을 계속 떠올리게 될 것이다. 올가미에 걸린 이들이 다채롭고 새로운 의견으로『 환경과조경』의 문을 두드리기를 기다린다. 각주 1.오은, ‘무인공장’, 『나는 이름이 있었다』, 아침달, 2018, p.76.
  • [PRODUCT] 도시 생활자를 위한 스마트 정원, ‘가든볼’ 다양한 실내 공간에 설치할 수 있는 모듈형 정원
    아파트, 다세대 주택 등 공동 주택 문화가 보편적인 한국에서 나만의 아늑한 정원을 갖기란 쉽지 않다. ‘가든볼Gardenball’은 실내에 설치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 정원으로, 생활 환경과 정원 문화에 대한 현대인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 제품이다. 식물로 둘러싸인 작은 방을 연상케 하는 가든볼은 집, 사무실, 공공 기관 등 다양한 장소에 놓여 공부, 명상, 휴식을 위한 안락한 녹색 쉼터로 기능한다. 다채로운 식물을 식재할 수 있는 벽이 있어 자연을 가까이에 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유입된 미세 먼지를 정화할 수 있다. 특히 빛, 온습도, 향기, 물소리 등 다양한 환경을 제어 및 조절하는 시스템이 탑재되어 사시사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가든볼은 모듈형 정원이다. 좁은 공간을 위한 기본형, 더 넓은 공간에 설치할 수 있도록 모듈을 더한 확장형이 마련되어 있다. 이 제품은 ‘산림청 산림과학기술 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한국정원디자인학회가 연구·개발한 것으로, 2019 서울정원박람회 해방촌 팝업스토어에 설치되어 정원에 관심 있는 방문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TEL. 02-2649-6546 WEB.www.kigd.co.kr
    • / 한국정원디자인학회 / 2019년11월 / 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