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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향연
  • 환경과조경 2013년 8월

Feast of Star

지루한 장마 끝에 해가 떴다. 비바람 속에 나무들도 제 옷을 입는다. 소나무 줄기는 빨간 빛을 발하고, 백합도 핀다. 하늘은 떠오르는 태양과 구름이 함께 신비스러운 장관을 펼친다. 오늘 밤은 별이 뜨기를 기대해 본다. 별은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인도한다. 밤하늘에 수놓은 향연을 보면,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밤하늘에 총총히 박혀있는 별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토해 놓는다. 바다에서 길 잃은 사람들에게 반짝이는 별은 등대가 된다.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의 향연을 보면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장소에 대한 생각이 든다. 이들은 철학, 미술, 지리학, 건축, 조경 등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주제이다. 투안, 슐츠, 하이데거 등을 논하기 전에 필자는 시를 떠올린다. 지구로 보내온 별빛. 그 별은 이미 사라졌다. 그 빛을 바라보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 뱃속의 아이. 더욱 시간이 흐른 뒤에 그 별빛을 바라보았던 바닷가를 기억하면 우리는 몇 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일까. 별과 나는 하나가 되어 그 차원의 세계를 다시 만난다. 자연은 어머니의 품이다.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존재의 고향이다.

(중략)

1년 전쯤 전주 근교에 있는 시골로 이사를 갔다.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는 나무를 키워 생계를 유지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초록바다이다. 이동통신도 되지 않는 우리 집터 덕에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오로지 만남뿐이다. 사람들은 ‘갑갑하지 않냐’고 말을 하지만 어느덧 난 이곳 생활에 적응을 했다. 이곳 생활에서 즐거운 것은 사계절 먹을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겨울이 지나가고 가장 먼저 먹을 수 있는 것은 매실이다. 매실이 지고 나면 살구가 있고, 그 다음은 자두가 있다. 자두를 지나가면 복숭아가 있고, 그 다음 차례는 사과와 배 그리고 감이 있다. 그렇게 자연의 맛을 느끼면 어느 덧 한해가 간다. 이사를 오고 나서 나의 생활 태도는 바뀌었다. 차를 타는 시간보다 걷는 시간이 많아졌다. 순간적인 충동에 의해 차를 구입했지만 1년에 만 킬로미터도 타지 못했다. 그것도 잦은 지방출장으로 인한 것이다. 전주를 갈 때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버스를 타고 다니며 보는 경관이 즐겁기 때문이다. 며칠 전 지인의 결혼식이 있어 시내를 나갔다. 간만에 나가는 외출이라 예전의 길을 걷고 싶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가슴이 애절한 것도 있고 막힌다는 느낌이 들었다. 큰길가를 나가면 우뚝 서 있는 건물에 숨이 막힐 정도였다. 불과 1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내 눈은 초록빛에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회색빛 도시 등 온갖 미사여구를 쓰며 초록이 아름답다고 했던 나의 작품들이 쓰레기처럼 여겨졌다. 그 때는 회색빛 도시를 알지 못했다. 숨통이 막힐 것 같은 시내를 벗어나니 내 영혼이 맑아지는, 아니 안도의 숨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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