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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장소
  • 환경과조경 2013년 1월

Place in Legendary Story

전설의 사전적 의미는 오래전부터 전하여 내려오는 말 또는 이야기이고, 전설화는 전설로 전해질만 한 것이다. 전설이 될 만한 것들은 일상적인 현상이 아닌 특수한 현상으로서 전설의 종류는 의구전설, 영웅전설, 성배전설, 감생전설, 황금전설 등이다. 의구전설은 개 등의 짐승이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내용이고, 영웅전설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같은 영웅들의 이야기, 성배전설은 예수의 성배를 찾는 전설, 감생전설은 처녀가 아이를 갖는 탄생설화와 같은 이야기, 황금전설은 성인들의 신비스러운 업적을 기록한 이야기이다. 이외에도 아이를 갖는 전설, 사랑이 이루어진 전설, 명당발복설 등 다양한 형태의 전설이 나타나는데, 이를 살펴보면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 민중들을 통해 구전 또는 글로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전설화된 장소란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신비스러운 일들이 한시적으로 나타난 곳이며, 그 이후 민중, 자신들이 이룰 수 없는 것들을 염원하기 위한 장소로 인식했던 것이다.

하나의 장소가 명소가 되기 위해서는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한다. 이야깃거리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되는 문화코드이다. 일출을 보러 가는 행위, 돌탑을 쌓는 행위,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행위가 그런 예이다. 서민들의 일상적인 행위에는 소원과 믿음, 그리고 염원이 담겨있다. 이 염원은 전설이 되고 전설은 신화가 된다. 신화가 된 장소는 사람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는 마력이 있다. 비단 과거의 전설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남산은 서울타워라는 거대하고 괴기한 구조물에서 시작되어, 시골학생들의 수학여행코스로 변했고, 현재는 사랑의 장소로 인지되고 있다. 남산이 어떻게 사랑의 언약장소로 탈바꿈되었을까. 언제부터인가 사랑의 자물쇠를 묶는 연인들의 행위에서 출발이 되었다고 한다. 몇몇 사람의 행위가 장소성을 바꿀 수 있을까. 현대 조경에서 스토링텔링이라는 방법론이 소개되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문 설계가에 의한 희망일 뿐 계획가가 원했던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기가 힘들다. 대부분의 주제공원이 그러하듯이. 하지만 남산은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는 것도 아닌데, 현재는 모든 젊은 청춘 남녀들에게 사랑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인지되어 버렸다. 서울타워의 장소성이 어떻게 변모되었는가를 찾을 수 있다면, 이것은 전설적인 장소를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이벤트에서 출발했으리라. 그러나 일회성의 이벤트는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지 못하고 외면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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