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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물을 철학하다
  • 환경과조경 2013년 1월

Water is expressed philosophically as old paintings

사람들은 물을 찾아 모여들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최초의 생명체는 물에서 시작되었다. 역사(歷史)시대가 시작되기 훨씬 전인 신화(神話)시대부터 물은 사람의 곁에 있었다. 아니 물 곁에 사람이 있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사람들은 물을 찾아 모여들었고 모인 사람들에 의해 역사가 시작되었다. 세계 4대문명의 발상지가 모두 강이었음이 이를 말해준다. 과테말라의 마야, 요르단의 페트라, 스페인의 알 안달루시아 무슬림 왕국, 위구르 왕국의 카레즈, 우리나라의 한강 등도 물길을 움직여 문명을 일군 지역이다. 이처럼 물은 곧 사람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물 곁에서 삶과 죽음을 이어오면서 문명을 일구었다. 따라서 사람들이 물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들여다보는 것은 인류의 역사를 얘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필자는 오랫동안 동양화를 보면서 그림 속에 물이 거의 빠지지 않는 것에 주목했다. 물은 항상 사람들의 삶 속을 흐르며 생명을 키우고 문화를 키웠다. 지금보다 훨씬 물이 풍부했던 시절의 옛 선인들 역시 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연구했던 기록을 여러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그림을 뜻하는 ‘산수화(山水畵)’는 ‘산과 물을 그린 그림’이 뜻하듯 그림에서 물은 매우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동양에서 산수화는 ‘자연을 그린 그림’의 대명사로 인식되면서 오랜 역사를 거쳐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그려졌다. 따라서 산수화 속에는 그것이 그려졌던 당대인들의 사상과 철학과 문화가 담겨 있다.

지금까지 물에 대한 연구는 주로 과학적이고 환경적인 부분에 치중되어 왔다. 이 책에서는 동양화를 통해 각 시대 사람들이 물혹은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했는지 살펴보기로 하겠다. 그림에 기대어 물에 대해 철학적으로 고민해보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진정한 집필의도다. 신화시대부터 역사시대를 거쳐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까지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물의 변천사를 고찰하노라면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물의 본질에 대해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필자의 전공이 미술사인 만큼 편의상 그림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물을 들여다 볼 계획이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은 동양인과 서양인이 같지 않다. 이번 연재에서는 동양화를 중심으로 동양인의 세계관을 고찰하게 될 것이다. 그림을 통해 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단순히 회화작품을 감상하는 글은 아니다. 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그림에 나타난 물의 인문학적 고찰 정도가 될 것이다. 그림을 단순히 감상의 대상으로서만 바라보지 않고 그 속에서 당시 사람들의 삶의 철학과 희로애락을 살펴보고자 한다. 물을 바라보는 각 시대 사람들의 염원과 철학과 바람을 들여다보노라면 앞으로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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