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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재발견] 아고라포비아
  • 환경과조경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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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광장 설계에서 공간 해석과 대지 조형을 위한 스터디. 서울시청 앞 광장 설계를 위한 콘셉트 스케치에서.

 

 

1.

‘광장공포증agoraphobia’에 대한 정의는 전문 분야마다 조금씩 상이하다.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이 붐비는 낯선 공공장소처럼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환경에 혼자 놓이게 되는 상황을 두려워하여, 비이성적인 공포를 느끼는 일종의 공황 장애로 설명하는 반면 건축 분야에서는 광장과 같이 개방되고 넓은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을 두려워 하는 증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증상을 유발시키는 계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실체적인 공간이 공포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런데 설계자들에게도 일종의 광장공포증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의학적, 심리학적 정의에 속하지 않는, 조금 부연한다면 ‘광장설계공포증’이라고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공간을 다루는 조경가 혹은 건축가들에게 간혹 나타나는 불안 증세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설계라는 작업의 끝은 결국 실체적 공간을 구현해 내는 것이다. 도면 위에 그려지는 수많은 선과 기호는 곧바로 물리적 재료로 치환되고 그렇게 공간을 만들어 내거나 점유하게 된다. 공간을 구축하거나 조직하는 행위는 대체로 무엇인가를 더하는 행위인데, 광장은 무엇인가를 담기 위해 비워진 상태를 유지해야(혹은 유지할 수 있어야)하는 공간이므로, 광장을 물리적으로 표현하고 정의하기가 사실 쉽지 않다. 더욱이 설계라는 과정을 통해 ‘광장’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인문적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는 지점에까지 생각이 미치면 이 광장설계공포증의 불안 증세는 최고조에 이른다. ...(중략)...


박승진은 아직까지 조경 설계라는 마당을 떠난 적이 없으며, 이 마당에 맞닿아 살고 있는 다양한 이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고 있다. 조경이라는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가치 있고 정교한 작업을 늘 꿈꾸지만 그것도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읽고, 쓰고, 가르치며, 배우는 일상에 감사하고 있다. 1965년 서울 생으로, 성균관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 디자인을 공부했고,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조경설계 서안에서의 설계 실무를 거쳐, 2007년 디자인 스튜디오 loci를 열었다.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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