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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재발견] 광장, 군중, 이벤트
  • 환경과조경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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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ebel / wikimedia commons

 

 

벌써 수년째 교육 현장에서 도시설계와 조경 전공 학생을 가르치고 있지만, 여전히 인접 분야의 생소한 학문을 접하게 되면 곤혹스럽다. 최근 만난 ‘군중관리학crowd management science’이나 ‘이벤트학event studies’도 그랬다. 여기서 생소함은 해당 분야에 대한 무지와 낯섦 때문이지만, 뒤따라오는 곤혹감의 원인은 좀 더 복잡하다. 군중과 공간 속 이벤트의 속성을 이해할 때 좋은 디자인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떠올리며 갖게 되는 교육자로서의 죄책감과 황망함이랄까.

 

최근 전 세계 도시의 광장에서 군중의 경험과 대규모 이벤트를 관리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우리 가까이에서는 수십만의 집회 참가자가 광화문광장에 주말마다 모이고 있다. “지도부 없는 시민 항쟁”이자 “광화문 세대의 탄생”을 촉발했다고 일컬어지는 이 집회는 광장이라는 도시 공간을 재발견할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대의민주주의와 이미지 정치의 틀 속에 함몰되지 않고, 불합리한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고 평화로운 저항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시민들이 직접 광화문광장을 선택한 것이다. 수천 개의 단체와 복수의 주최측이 느슨하게 연합하여 이벤트가 일어나므로 아직 효과적인 군중 관리랄 것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 파악하기 위해 스마트폰 무선 신호 수집부터 입자물리 소프트웨어를 응용한 촛불 세기 프로그램까지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의 충돌 가능성이나 건강한 시민 의식에 바탕을 둔 도시 축제로의 승화까지 고려한다면, 군중관리학에 기반을 둔 정교한 광장 디자인과 이벤트 계획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중략)...


김세훈은 197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 대학교 GSD에서 도시계획학 석사와 박사 학위(DDes)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도시설계 이론을 가르치고 스튜디오 수업을 하고 있다. 저서로 『신흥도시 개발 모델』, 『도시형태변화분석방법론노트』, 『도시와 물길(A City and Its Stream)』 등이 있으며,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의 도시 연구와 설계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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