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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른다섯 살 『환경과조경』, 젊은 그대에게
  • 환경과조경 2017년 1월

환경과조경20141월호로 리뉴얼한 후 만 3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리뉴얼판 첫 호에 칼럼으로 응원했는데, 다시 그 자리에서 이 잡지를 생각한. 그때나 지금이나 잡지를 통해 만나는 이 잡지 편집진의 한결같은 자세는 반갑고 부럽다. 편집주간의 에디토리얼로 열리는 이 잡지의 숨소리는 지면마다 펼쳐지는 필자와 기자들의 생각과 동선을 함축하고 있어서 늘 생동감 있게 읽힌다. 그리고 매 호 담아내는 국내외 소식과 이슈, 시리얼, 피처 기사 등은 파이팅이 넘친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팀플레이가 만들어내는 결과다. 반갑고 부러운 이유다.

손에 감기는 판형과 지질, 독자의 생각을 전면에 세우고 소통하려는 태도, 짜임새 있는 편집 디자인, 광고 지면을 별도의 콘텐츠로 묶어온 전통, 편집진 전체 구성원이 동참하여 만들어내는 특집 지면, 무엇보다도 건축 전문 잡지들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는 조경과 도시, 건축 분야를 아우르는 역대급 국내외 공모전을 상세하게 다루는 취재력과 편집술. 이 모든 것은 현재의 환경과조경을 만드는 발행인과 편집진에게 보내야 할 찬사에 다름 아니다.

환경과조경의 지령은 매호 이 분야 저널리즘의 새 역사로 기록된다. 그만큼 오래 전에 창간된 잡지 발행의 전통이 든든한 배경이 된다. 이는 창간 발행인에게 경의를 표하는 이유다. 더욱이 이 잡지가 조경과 환경, 도시, 건축, 디자인 문화의 시대를 견인해옴에 있어서 발행의 주체, 곧 발행인의 존재감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바, 발행의 주체가 바뀌는 과정에서조차 매체를 사고파는 당략적 차원이 아니라 세대교체 차원에서 잡지 발행의 정신이 이어져 끊임없는 투자를 해오고 있음은 그 자체로 대단한 사건이라 할 만하다. 이는 현재의 발행인에게 경의를 표하는 이유다. 어제의 신입기자는 어엿한 중견기자 겸 편집자로 성장했으며, 조경학계의 존경받는 학자들과 이 분야 비평가들이 편집실 내외부에 진용을 갖추고 이 잡지가 던지는 시선의 무게감을 더하고 있음은 예사스럽지 않다.

그러나 이 땅에서 잡지를 발행하는 이들 대부분이 존경받는 위치에 있거나 두 발 쭉 뻗고 사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라는 점에서 작금의 출판과 잡지 시장의 추이는 민감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종이 매체 시장은 위기의 시대 한 가운데 있다. 출판과 잡지 시장 모두 과거와 다른 판매 영업 실적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되어온 바지만 전문 잡지의 경우 오래된 전통만 가지고는 살벌한 시대를 헤쳐 나아갈 수 없다. 이 분야의 전문 지식이 없는 이들도 이제는 그럴 것이라고 믿고 있는 눈치다.

지하철 동차 내부의 풍경은 압축적이다. 너나없이 스마트폰에 눈을 뺏긴 사람들. 반면 종이책을 펼쳐들고 있는 사람을 한둘 이상 만나보기가 쉽지 않은 시대가 된 지 오래다. 신문이 사라진 자리에 잡지 독자를 만나기란 언감생심이다. 그나마 단행본은 실낱같은 생명줄을 잇고 있다. 그런데 단행본을 읽고 있는 저들 손안의 책 상단에는 예외 없이 ◯◯도서관 소장도서란 직인이 찍혀 있다. 저들을 힐난하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제 돈 주고 책을 사서 읽는 이들이 적어졌다는 것이다.

초고속 인터넷망과 디지털 기기의 수혜를 받는 초특급 IoT 산업 국가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1인 미디어 시대로의 급속한 전개로 이전까지 종이 매체가 보유해왔던 독자층이 상당 부분 무너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 우리 사회가 초고속 인터넷망 이전의 시대로 다시 돌아가기 전에는 이 땅에서 출판과 잡지가 누렸던 시장의 뜨거운 반응은 과거지사일 뿐이다.

그런 까닭에 종이 매체들마다 온라인 매체로 선회하며 자구책을 찾는다. 그것이 또한 작금의 대세다. 다만 국내에서는 (국외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성공적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온라인 콘텐츠의 무료 이용자가 다수인 까닭이다. 이 같은 상황은 쉬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체를 병행하여 발행한다. 그것이 그나마 잔존해 있는 판매 영업망 내의 독자와 협력사들을 유지 관리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이해되는 바지만, 잡지 발행에 따른 경영의 위태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보장 장치가 될 수는 없다.

환경과조경도 넓은 의미에서 작금의 시대적 변동성을 매체 운용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종이 매체로서 잡지의 수익성 저하에 시선을 두기보다 종이 매체나아가 편집진용의 역할과 정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독자들에게 새로운 정보의 발굴과 이슈 파이팅은 언제나 환영받는 아이템이다. 독자의 눈높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눈을 뗄 수 없는 잡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편집진의 구성원 저마다가 담당한 특정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성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 전문성이 적당한 무대를 통해 지속적으로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발행의 주체는 이들의 전문성에서 비롯된 콘텐츠의 강점을 전략 사업화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환경과조경은 유관 분야 그 어떤 매체보다도 가능성이 큰 잡지다.

 

전진삼은 1960년 인천 생이다월간 공간』 편집장 역임 후월간 건축인POAR를 창간하여 건축 저널리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현재 격월간 와이드AR을 펴내고 있으며간향 미디어랩 커뮤니티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건축 언론의 사명에 대해 늘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으며그 연장선에서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저널리즘스쿨’, ‘건축비평상’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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