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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놀음’하는 젊은 건축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10월 8일까지
  • 조한결
  • 환경과조경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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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결

 

“산 할아버지, 구름 모자 썼네. 나비같이 훨훨 날아서 

살금살금 다가가서 구름 모자 벗겨오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에 설치된 ‘문지방(최장원, 박천강, 권경민)’의 작품 ‘신선놀음’에 올라 인왕산 자락을 바라보니 산울림의 ‘산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둥실둥실 흔들리는 공기 풍선 구름 사이에 설치된 트램펄린에서 신나게 뛰어 놀다보면 산 할아버지의 구름 모자도 벗길 수 있을 것만 같다. 국립현대미술관, 뉴욕현대 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New York, 이하 MoMA), 현대카드가 공동 주최하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5: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전시가 7월 8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공식 오픈했다. 프로젝트 팀 ‘문지방’의 ‘신선놀음’은 이 프로그램의 최종 우승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도심의 미술관 마당에 신선 세계를 옮겨 온 듯,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이 펼쳐졌다.


YAP, 건축의 트렌드를 보여주다

1998년, MoMA에서 처음 시작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이하 YAP)은 젊은 건축가를 발굴하고 재능을 펼칠 기회를 주고자 기획된 공모 프로그램으로 매년 재기 발랄한 신진 건축가의 작품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YAP은 2010년부터 칠레, 이탈리아, 터키 등의 미술관에서도 개최되어 YAP International로 확장됐으며 올해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도입되었다.

현재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거듭난 YAP이지만, 맨 처음 MoMA에서 시작된 계기는 단순했다. ‘여름에 해변에 온 느낌이 들게 하는 설치 작품을 도심 속 미술관에서 선보이자’는 의도였다. 미술관에서 관람객이 피서를 즐기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한 YAP은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YAP은 도심 속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이자 신선하고 재능 있는 젊은 건축가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때때로 아주 실험적이고 기이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하는 YAP은 변화하는 건축의 트렌드를 보여준다. YAP은 건축의 환경적인 책임에 관심을 갖고 ‘지속가능성’을 작품의 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한 예로, 미디어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던 MoMA YAP 2014에 선정된 우승팀 The Living의 ‘HY-Fi’는 작품에 사용된 모든 재료가 옥수숫대, 버섯 등의 유기물질로 되어 있어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국립현대미술관과 MoMA, 현대카드가 공동 주최한 YAP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페드로 가다뇨Pedro Gadanho(뉴욕 MoMA 현대건축 큐레이터)는 7월 8일 ‘신선놀음’ 공개에 맞춰 국립현대미술관에 방문하고 완성작을 관람했다. 그는 이날 현대카드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강연에서 “YAP이 올해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되면서 진정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거듭났다고 생각한다”며 “건축에 대한 전 세계적 담론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5: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우승작 ‘신선놀음’은 국내뿐 아니라 뉴욕(MoMA PS1), 산티아고(CONSTRUCTO), 로마(MAXXI), 이스탄불(ISTANBUL MODERN)의 미술관에서도 전시되어 전 세계 우승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경계 위에서 ‘신선놀음’하다

‘문지방’이라는 팀명에는 건축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문지방의 ‘신선놀음’은 이번 프로그램의 필수 요소로 제시되었던 그늘, 쉼터, 물을 활용해 도가 사상에서 그려지는 신선 세계를 형상화했다. 직경 2m, 높이 3~5m의 거대한 공기 풍선 기둥 60개를 마당에 세워 그 사이를 지나는 사람이 마치 구름 속에 들어간 느낌을 받도록 디자인했으며 구름다리를 설치해 전체적인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구름 모양의 공기 풍선 기둥 사이에 2개의 트램펄린을 설치해 그 위에서 뛰어노는 사람들이 구름 위를 떠다니는 느낌을 받도록 했다. 작품 안쪽에 설치된 안개 분사기는 작품 전체를 감싸는 안개를 만들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구름 모양의 기둥, 구름다리, 안개 등의 요소가 만들어낸 ‘신선놀음’의 아이디어는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다. 화단이 조성된 바닥과 휴게 공간을 보면 조경적 요소가 담겨 있고, 구름다리가 만들어 내는 구조적인 틀에서는 건축적 특징이 나타난다. 공기 풍선과 안개가 자아내는 신비로운 미감과 트램펄린을 이용한 유희적 요소는 설치 미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신선놀음’은 건축, 설치 미술, 조경 등 그 어느 분야에 한정할 수 없는 새로운 경계에 도전한 작품이다.

‘신선놀음’은 신선하고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띄었다. 우선 YAP은 건축의 환경적인 책임을 강조하며 ‘지속가능성’에 가치를 두고 있다. 하지만 ‘신선놀음’의 신비로운 미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계속 뿜어져 나오는 안개는 순환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소모적인 느낌이었다. 또한 도심 속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는 YAP의 취지에 맞게 ‘신선놀음’에는 공기 풍선 기둥 안쪽으로 벤치를 설치해 휴게 공간이 마련됐다. 그런데 벤치와 안개 분사기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벤치는 습기로 젖어 있었다. 실제적인 쓰임을 고려했을 때 이용객의 불편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구름 모양의 공기 풍선기둥 너머로 도약하는 느낌을 주도록 설치한 트램펄린은 실제로 뛰어보았을 때 높이가 낮아 ‘구름 위로 튀어오를 것 같은 느낌’은 받지 못했다. 공기 풍선 기둥의 높이와 트램펄린 위에서 도약했을 때의 높이를 고려해 디테일을 살렸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또한 안개로 인해 트램펄린에 물방울이 많이 맺혀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섬세한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보였지만, 상상 속으로만 그려왔던 공간을 현실에 마음껏 구현했다는 점에서 ‘신선놀음’을 기획한 젊은 건축가들의 ‘패기’는 유쾌하고 재기 발랄하게 다가왔다. 건축은 ‘건축=건물’이라는 사고를 깨부수며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에서 그 실험의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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