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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가의 서재] 그 새로움에 대하여
  • 환경과조경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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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새로움의 시대

‘새로움’의 시대다. 새롭지 않으면 눈도 돌리지 않는다. 주변에선 모두 새로움을 추구하느라 난리다. 새로운 버전의 아이폰이 나오는 날에는 애플 스토어 앞에 밤샘한 이들이 장사진을 친다. 낡은 것, 익숙한 것은 이제 죄악시된다. 단지 새롭다는 이유만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왜 이리 새로움에 열광하는 것일까 사실 진중권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우연히 그의 서양 미술사 강의 동영상에서 대중 매체에 노출되는 모습과 다른 진지함을 보았다. 그 전에 읽은 몇 편의 글에서 ‘재기’는 충분히 보았지만 ‘지적 진지함’은 보지 못했기에 진지함이 묻어나는 그의 책이 읽고 싶어졌다. 학교 다닐 때 곰브리치Ernst H. J. Gombrich나 루카치György Lukács, 하우저Arnold Hauser 등의 미술사를 끝까지 읽지 못한 숙제를 해결해 보고자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과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을 택했다. 고전예술 편은 건너뛰었다. 강의만큼 책이 쉽진 않았지만 미술사 전체를 서술하는 틀과 도판 자료는 어렵고 지루하기만 한 서양 미술사를 한 눈에 보게 해 주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세상과 서양 미술사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으랴마는 예술가들의 앞선 사유의 흐름이 어떤 실마리를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다. 다행히 첫 도판1부터 기대를 한껏 부풀려준다. 수 세기 동안 유지되어 온 고전 예술의 전통은 19세기 말,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일련의 흐름에 주류 자리를 내준다. 이 시기부터 현재까지 미술사의 흐름은 한마디로 ‘숨막히게 새로움을 추구해 온 시대’라 할 수 있다. 예술가들이 자칭한 ‘아방가르드avant-garde’2라는 단어에는 위험과 희생을 무릅쓰고 미지의 땅을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의 언어로 서양 미술사를 요약해 본다.


안과 밖

자연이라는 ‘주어진 세계’ 속에 ‘머무는being’ 존재가 아닌, 자연 ‘밖에 서 있는ex-being, existence’ 인간은 자연을 원본 삼아 이를 모상함으로써 스스로 ‘만들어진세계’를 구축한다. 차츰 계몽을 통해 자연이 만만해지고 자신의 ‘만들어진 세계’가 자연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에 이르자 인간에게 자연은 더 이상 이상적인 모범이 아니다. 미술도 ‘자연의 재현’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먼저 화폭에서 색채가 춤을 추기 시작한다(야수주의). 그리곤 남아있는 형태와 공간을 실제로 지각되는 방식으로 그리자 화면 속 형태는 점점 지표성index을 잃어간다(입체주의). 이쯤 되니 내 바깥에 반드시 대상이 없어도 형태와 색채만으로도 회화를 완성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순수 추상). 이 자신감은 거칠 것 없이 더 끝으로, 회화일 수 없는 경계, 환원할 수 없는 근원까지 나아간다(절대주의). 망막에 맺힌 것만 드러내는 일이 지루해지자 이젠 좀 더 내 안의 정신적, 심리적인 것까지 밖으로 드러낸다(표현주의). 정치적으로 좌와 우, 계급 간의 대립이 격심해지자 정치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급진적 미학을 앞세워 오감과 움직임을 포착한 회화와 사진이 등장하며, 기술과 예술의 통합을 꿈꾸는 예술가들은 기계적 건축과 도시를 이상향으로 제시했다(미래주의).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으로 좌절된다.

 

 

김용규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 대학교 설계대학원에서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생태 기술 개발과 관련한 각종 연구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로 참여했으며, 현재는 생태 기술과 디자인을 결합하는 분야에 관심을 쏟고 있다. 현재 일송환경복원과 Ecoid Corporation, USA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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