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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도시재생의 경험과 비전
도시재생의 새로운 국면
  • 환경과조경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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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도시재생의 배경이 된 산복도로 주변의 피난촌(1971년 경) ©부산광역시

 

부산이라는 도시 - 01

모든 도시는 인간이 모여 머물며 어우러져 살기 위해 선택한 삶터다. 그중, 항구 도시는 해양과 육지의 자원을 기반으로 경제적 가치를 보다 많이 창출하기 위해 사람들 스스로 선택한 보금자리다. 또 해양과 관련한 각종 산업이 발달해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부산의 항구는 이러한 경제적 목적 외에 또 다른 존재 이유를 가지고 있다. 1876년 개항, 1945년 광복, 1950년 한국전쟁 등 일련의 사건에서 부산이 담당했던 ‘국가 문제 해결지’로서의 기능이다. 부산은 개항 직후부터 전쟁 후인 1960년대까지 급속한 변화 속에 놓여 있었다.

개항 후 140여 년의 시간 속에서 부산은 대한민국의 근대사와 켜를 같이 했다. 일제강점기, 광복, 경제개발기의 인프라와 부산의 사회체제, 공간 조직, 건축물, 장소들은 맞닿거나 연이어 있다. 또 일제강점기의 암울했던 상황에서도 움직였던 민초들의 공동체적 활동과 한국전쟁 후유증의 극복 과정이 지난 60여 년 동안 부산에서 벌어졌던 갖가지 일상과 사건의 배경이 되었으며 근거를 제공했다.

이러한 시대 상황은 부산이 특별한 준비 기간을 거치지 못한 채 역사적 사건들의 과정과 결과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게 했다. 이로 인해 부산은 제대로된 도시계획과 중·장기 도시발전 전략을 수립할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결국 이러한 시간은 부산을 근대기에 출발한 도시임에도 근대사를 느낄 수 없는, 근대기에 발전된 도시임에도 근대 문화를 인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했다. ‘토목의 도시’, ‘기억 상실의 도시’라는 혹평을 들을 정도로 부산은 그동안 ‘부산만의 도시상都市像’ 구축에 소홀했다.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진입 도로 확폭이라는 미명아래 부산대교를 건설하며 시행된 부산세관 철거(1979년)가 무분별한 개발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점이 아니었나 싶다. 88올림픽을 준비하며 서울과 유사하게 시작된 공동 주거 단지의 본격적인 건설과 연이은 재개발 붐은 부산 곳곳의 산록과 해안에 스며있던 자연과 역사의 기억을 급격하게 해체시켰다. 그즈음 1992년의 시청 이전(남포동에서 양정으로)과 직할시에서 광역시로의 개칭(1995년)은 원도심의 쇠퇴를 불러왔고 근대 부산의 위상 또한 격하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


부산이라는 도시 - 02

부산은 타 지역에 비해 해운대, 영가대, 태종대, 이기대, 신선대, 몰운대, 시랑대 등 ‘대臺’로 끝나는 장소들이 유난히 많다. 이유는 바다 쪽으로 향한 지형의 끝점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대와 대 사이는 완곡한 모래사장과 크고 작은 포구와 항구가 자리를 잡았고, 이를 중심으로 동네와 시가지가 형성됐다. 그래서 연안부에 자리 잡은 시가지들은 대부분 앞으로 바다가 펼쳐진 배산임해背山臨海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부산의 연안부는 본토부와 연결된 여러 지점에서 들락날락하는 목을 이루고 있어, 여러 개의 작은 만과 반도들이 선으로 연결된 지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해안가에서 짧게는 50m, 길게는 1,000m 정도 내륙으로 이격된 배면부에 산들이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있다.

연안을 배경으로 병풍처럼 서 있는 승학산, 엄광산, 봉래산, 보수산, 구봉산, 수정산, 황령산, 금련산, 장산 등의 산봉우리들과 그 사이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던 보수천, 영주천, 초량천, 부산천, 동천(호계천, 가야천, 부전천, 전포천), 남천, 수영강, 춘천 등이 부산 연안 경관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역사적으로 부산의 도심 연안은 부산진성과 자성대 근처를 중심으로 하는 ‘점點’ 형태에서 출발했다. 구한말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연안부는 군사·경제적목적에 의한 침탈의 대상으로 악용되면서 절토와 매축에 의해 기다랗게 연결된 ‘선線’의 형태로 돌변했다. 전쟁 후, 1960~70년대를 거치며 부산 연안은 지형지세에 따라 지구地區 별로 가지각색의 목적을 가진 ‘면面’형태로 확장되었다.

 

 

강동진은 성균관대학교에서 건축학을 공부했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도시설계와 역사 경관에 대한 꿈을 키웠다. 현재 경성대학교 도시공학과에서 자연, 문화, 역사, 경관 등을 키워드로 하는 ‘도시재생’ 작업을 통해, 학생들이 도시재창조에 대한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지도하고 있다. 특히 버려지거나 황폐해 가는 도시 유산(산업유산, 근대화 유산, 역사 마을 등)을 지키고 힘을 싣기 위한 방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더불어 캠프 하야리아 부지의 시민공원화를 위한 전문가 그룹인 ‘하야리아공원포럼’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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