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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조경수목관리의 실상을 해부한다
  • 환경과조경 2004년 2월
들어가며 필자가 살고 있는 경기도 수원의 영통에 있는 황골마을 주공아파트 1단지에서, 지난 11월 4일부터 며칠동안 주동 앞뒤(일부는 측벽)에 있는 조경수목들이 무참히 훼손되었다. 하도 의아해서 관리사무소에 알아보았더니 관리사무소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일부 1층입주민의 일조권 침해 민원을 해소하고 수목을 아름답게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필자 뿐만 아니라 다른 주민의 눈에도 기이하게 비쳤던지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황골마을 주공아파트1단지는 지난 1997년에 입주를 시작하여 이제 만 6년이 지났으며, 당시의 수원시 건축조례에 따라 크고 많은 조경수목들이 단지의 곳곳에 심어져 있어 여름에는 그늘과 짙은 푸르름으로,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으로 영통에서도 유명한 단지였다. 공동주택에 왜 나무를 심는가? 감성적이거나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 제도에서 찾아보기로 하자. 우리나라에 공동주택이라는 유형이 들어온 것은 1960년대이며, 산업이 발전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시를 중심으로 주택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의 하나로 떠오르게 된다. 이른바 아파트로 통칭되는 공동주택을 건설함으로써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짧은 시간에 많은 집을 공급할 수 있었고, 위생 등 선진화된 문화의 표상으로 각광받으며 서서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거양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공동주택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살고 건물이나 단지의 크기가 큼에 따라 공동주택의 계획 · 설계 · 시공 · 관리에 대한 법적 기준의 강화와 보완이 뒤따랐다. 공동주택의 설계 · 시공 · 관리와 관련된 법규로는 주택법령이 대표적이다. 조경수목은 공동주택의 부대시설로서 주택법 제21조(주택건설의 기준등) · 주택건설기준등에관한규정 제29조와 건축법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건축조례에 따라 관련 사항을 승인받아 심도록 규정되어 있다. 세대수와 대지면적에 따라 필요한 녹지의 면적과 큰키나무(교목, 늘푸른나무와 갈잎나무)와 떨기나무(관목)의 수량과 규격 그리고 식재기반의 확보 같은 사항이 규정되어 있어 그에 맞도록 설계를 해야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조경기사가 설계해야 하며, 주택법의 규정에 맞는 자격을 가진 조경공사업체가 조경공사를 시공을 할 수 있으며, 주택법 제24조에서 규정한 대로 감리원의 감리를 받아 시공하도록 규정하고 한다. 이렇게 법에 따라 엄격하게 설계되고 시공되어야 할 만큼 공동주택의 조경수목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까닭은 공동주택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조경수목이 그 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환경의 세기나 지속가능한 개발을 일컫기 훨씬 앞서서 제도적으로 조경수목을 공동주택 부대시설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법에 따라 관리했던 사실에서 우리는 조경수목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다. … 중략 … 조경전문가가 해야 할 일은? 하나, 조경수목의 관리행위에 대한 제도적 개념설정에 노력해야 한다. 위 사례에서와 같은 심각한 상황을 관리의 주체나 관리회사에서 정당한 조경수목 관리라고 주장할 때,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재의 법체계에서는 주택법에 규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 공동주택 조경수목 훼손 사건에 대한 입주자의 민사소송 과정에 조경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조경수목 관리 행위에 대한 정의를 판례로 남기는 일이다. 이를 통해 관리주체나 관리회사의 무분별한 주경수목 훼손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둘, 조경수목의 소유권과 관리권에 대한 자리매김에 힘써야 한다. 위 사례에서 관리사무소는 줄기만 남길 정도로 조경수를 심하게 자른 것은 1층 입주민의 민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확인하지 못했지만 의 1층 입주민들은 민원을 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조경수목은 공동주택의 부대시설로서 입주민 모두의 공동재산인데, 특정 위치의 조경수목이 소유자의 동의없이 훼손되는 경우 주택법에서 위임한 관리권의 범위안에 있느냐를 가려야 한다. 관리사무소의 관리권이란 공동주택의 가치를 유지 또는 상승시키기 위한 선의의 행위라고 볼 수 있으며, 결국 조경전문가들이 정의한 조경수목의 관리범위안에서 이루어진 행위만 적법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셋. 1층 입주민을 고려한 배식과 시공에 대한 조경계의 합의가 필요하다. 위 사례가 합법적이라면 이러한 사태를 가져온 근본 원인은 1층의 입주민을 고려하지 못한 배식과 시공이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앞으로의 비슷한 사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설계지침과 시방서를 마련하고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보다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넷, 시공과정에서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주택법 제24조(주택의 감리등)에서는 공동주택건설 과정에서 일정 자격을 가진 전문가들이 시공과정을 감리하도록 하고 있으나, 조경공사는 경미한 공종으로 분류되어 감리원를 배치하지 않아도 된다. 수목을 매개로 하여 1층 입주민과의 다툼이 법정으로까지 가지 않기 위해서는 조경감리원의 배치 의무화를 추진하여 조경감리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다섯, 공동주택의 조경수목관리 업무를 강화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단지를 관리하고자 하는 공동주택관리업체는 조경기능사 이상의 자격을 가진 직원을 의무적으로 채용하게 하거나, 병충해관리나 가지치기 따위의 조경수목관리는 조경공사업?조경식재공사업면허를 가진 업체만 시공할 수 있도록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 여섯, 조경수목의 가치를 계량화하고, 이를 홍보하여야 한다. 한국조경학회 같은 학회 · 협회 · 기술사회에서 주축이 되어 공동주택에 왜 조경수목을 심어야 하며, 어떤 효과가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서, 도시 · 주거 · 환경 관련 시민단체와 협력하여 공동주택 조경수목관리에 대한 입주민의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언론계를 통해 공동주택 조경수목의 높은 가치를 홍보하고, 우리의 무관심을 참회해야 한다. 일곱, 나무를 잘못 가꾸는 사례를 모아 알리고 이에 적극 대응할 수 는 ‘나무를아끼는사람들모임?’을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많은 사례를 전파하고 여러 가지의 처방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기가 살고 있는 주거환경에서의 나무훼손 사례를 신문같은 언론에 기고하여야 한다. 나무가 공기의 탄소를 고정시키고 산소를 내뿜어 대기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한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이를 바탕으로 무분별한 자연환경의 파괴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주택의 조경수목을 무참히 훼손시키는 것은 반환경적 관리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한 것이다. 조경계에서는 그 동안 조경법의 제정을 목메어 외쳐 왔지만 조경전문가들에 대한 합법적인 권리 침해에는 모르는 척 해왔다. 국토도시분야와 경관 · 환경 부문에서의 뒤쳐짐도 문제이지만 주택법이나 도시공원법의 개정에도 애써 무관심했던 것도 아쉬움이 크다. 마찬가지로, 공동주택 조경수목의 훼손사태를 눈앞에 두고도 조경전문가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비슷한 사례의 재발에 따른 피해는 조경분야의 설계?시공?관리 모든 부문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이는 곧 건전한 주거환경을 만들고 가꾸기 위한 조경업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기에 여러 부문 조경전문가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안 상 욱 Ahn, Sang Wook · 대한주택공사 전략기획단 차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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