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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 ; 청계천 복원이 갖는 생태적 의미
  • 환경과조경 2005년 10월

오는 10월 1일이면 서울 도심을 관통하는 청계천의 물길 5.8km가 공식적으로 복원되어 세상에 공개된다. 이는 1937년 청계천의 복개가 시작된 지 68년만의 일이며, 철거를 시작한지 1년 11개월 만에 이루어낸 성과이다. 사실 청계천은 북악산, 인왕산, 남산 등에서 내려오는 물이 모이는 하천으로 홍수가 나면 하천이 범람하고, 가뭄이 들면 오수가 괴어 불결한 하천으로 인식되어왔다. 이에 조선시대에도 태종의 개거공사로부터 시작된 준설사업이 끝없이 이어져 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제까지 70년 가까이 복개되어온 청계천이 원래의 하천으로 복원된 의미는 무엇인가.

본고에서 다룰 청계천 복원이 갖는 환경적, 생태적 의미는 종합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즉, 도시개발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자연환경을 복원해야 한다. 도시 속의 물과 흙을 없애면 도시는 숨을 쉴 수가 없다. 청계천 복원의 기본적인 구상은 생태서식공간을 회복하는 것으로 도시 및 자연하천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것이었다. 현재 청계천이 계획대로 복원되었는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 청계천 복원이 편리함과 효율을 중시한 개발에서 지속가능한 개발, 환경보전, 복원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인간은 물론이고 자연이 공생할 수 있는, 예를 들면, 청계천 복원을 통하여 서울의 수경 축을 회복함과 더불어 녹지축을 연결하여 서울을 생태도시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 한 것이다. 청계천 복원을 계기로 정부는 복개된 하천에 대해서 향후 가급적 청계천처럼 복원할 계획이며 도시하천을 자연상태로 최대한 보전한다는 원칙하에 2011년까지 1조 1천 8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도시하천 환경개선사업계획’을 최근에 발표하였다. 이는 정부정책의 변화가 보여 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風, 水의 회복이다. 즉, 하천을 중심으로 한 풍부한 자연과 함께하는 도시의 재생을 의미한다. 우리는 청계천 복원 사업 중이던 이번 여름 장마철에 청계천을 거슬러 올라온 잉어떼, 메기, 버들치 등의 물고기와 쇠오리, 백로 등의 조류가 청계천의 곳곳에서 발견되어 시민들을 놀라게 했던 일을 알고 있다. 이는 이미 청계천이 다양한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가고 있으며, 생태하천으로 변모하는 과정까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청계천 통수(通水), 고가도로 철거에 의해 바람길이 형성되어 도심의 열섬현상을 완화시키고 대기 중에 오염물질의 농도를 줄여 도심 생태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저자의 연구에 의하면 실제로 청계천이 복원되면 여름에 냉방부하를 낮출 수 있어 1세대당 6,800원의 전기료 저감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자연생태계 효과이다. 청계천의 복원으로 남산과 북한산의 생태계가 이어져 서울시내에서도 생태네트워크의 일부가 연결 될 수 있다. 북한산의 너구리와 같은 야생동물이 남산으로 이동이 가능하게 되므로 생물의 다양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생태계가 안정될 수 있다. 현재 남산의 동물종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섬상화 현상(바다에 남겨진 섬)으로 동물의 이동이 단절되어 생물종이 쇠퇴하여 가기 때문이다. 생물종다양성을 위해서는 동물의 이동 거리가 짧아야 하며 서식 면적이 넓어야 한다. 또한 단절되어 있는 서식지간의 이동을 위하여 징검다리가 되는 생태계가 필요한데 청계천은 생태적 통로의 역할을 하여 생물종 보호 및 다양성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해결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첫째, 생태적 측면에서의 복원의 개념을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복원의 유형에는 복원(restoration), 복구(rehabilitation), 대체(replacement)로 구분할 수 있다. 복원(restoration)의 개념은 교란 이전의 상태로 정확하게 돌아가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는데 매우 어렵다. 이에 비해서 복구는 완벽한 복원의 개념보다는 못하지만 원래의 자연상태와 유사한 것을 목적으로 하며 비교적 쉽게 달성가능하다. 대체는 현재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다른 생태계로 원래의 생태계를 대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청계천은 어떠한가. 낙관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청계천복원은 복구에 가깝다고 사료된다. 그러나 복구의 개념 속에도 생태계의 구조 및 기능적인 측면에서 원래의 생태계로 회복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청계천은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고유의 기능을 가진 하천으로 복구된 것에 그치고 있다. 자연형 하천으로 가기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자연 스스로가 복원력을 가지도록 기다리면서 모니터링하는 등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복원 과정이 필요하다.
둘째, 최근 환경분야에서의 추세를 고려하여 보다 통합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 분야에서의 정책이나 기술이 그 분야의 환경적 개선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이로 인하여 다른 분야에 환경적으로 악영향을 주는 것을 평가하여 통합적인 면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것을 중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청계천의 사례를 살펴보면 청계천은 물순환이 되지 않아 하루에 필요한 12만톤 중 한강에 있는 잠실대교 부근의 자양취수장에서 9만 8천 톤, 지하철 지하용수가 2만 2천톤을 합쳐서 평균수심 40cm를 유지하는 청계천 하천생태계가 만들어 진다. 이처럼 청계천의 물흐름을 위하여 다른 곳에서 물을 끌어와야 하므로 이에 따른 연간 8억 7천만원, 하루 238만원의 전기료가 예상된다. 청계천의 원활한 물의 흐름을 위해서는 한강물을 가져와야 하므로 한강생태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원래의 청계천 수계의 원천인 북악산과 인왕산, 남산에서 흘러온 물들이 모여 청계천으로 흘러 갈 수 있도록 서울시내의 불투성포장재를 투수성포장재로 바꾸어야 하며, 향후 원천이 되는 지역은 인공적인모습을 원래의 자연으로 되돌려 주어야 할 것이다.
이번 청계천 복원공사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한 5.8km의 복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서울시가 생태도시로 전환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계천은 현재의 서울시가 생태도시로 거듭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복원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동 근 Lee, Dong Kun ·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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