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감성정원
  • 환경과조경 2007년 3월
오역이 낳은 결과로 고심한 이야기 감성정원은 원래 “Garten der (fuenf-)Sinne라는 독일어에서 유래하며 영어로 “Garden of the (five) Senses” 라고 번역된 것이 국내에서 “감성정원”으로 둔갑한 것이다(이 번역은 필자가 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두자). 작업을 시작할 때 이 개념은 이미 두루 통용되고 있었다. 이 떠돌아다니는 개념을 내용으로 채우는 것, 혹은 유럽식 감성정원을 우리의 정서에 맞게 재편성하는 것이 필자의 과제였다. 독일어의 Sinne나 영어의 senses는 물론 여러 가지로 번역이 가능하겠으나 이 경우 감성은 아니고 감각 혹은 오감이라 번역되어야 옳았다. 그런 것이 ‘감성’으로?오역되면서 문제가 복잡해지게 되었다. 감성이란 것은 오감의 시각, 청각, 후각처럼 명쾌히 설명되는 개념이?아니고 개인의 성향과 삶의 체험 사회적 배경, 교육 및 지적 수준 등에 의해 천차만별로 해석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감성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은 감성을 ‘느낌 (feel)’과 혼동하는 것이 가장 흔한 일이다. 감성이 완성품이고 지속적인 것이라면 느낌은 원자재와 같고 일시적인 것이다. 오감을 통해 전달되는 ‘느낌’이 선행해야 하겠으나 그것이 두뇌에서 분석되고 걸러져 결과물이 쌓인 모듬체가 감성이라고 보면 된다. 문화적 체험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감성마케팅으로 유명한 스타벅스 커피가 좋은 사례라고 본다. 커피 향과 색과 커피숍의 분위기가 주는 묘한 매력에 끌려 터무니 없는 값을 치르면서도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을 보면 안다. 감성정원을 또한 ‘로맨틱가든’ 내지는 ‘센티멘탈 가든’ 등으로 상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낭만주의가 감성표현의 한 방법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낭만을 감성과 동일시하는 데서 늘 오해가 빚어져 감성정원을 설명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낭만주의는18-19세기에 ‘유행’했던 정원의 형태였다. 21세기의 정서와는 어울리지 않는 점이 다분히 있다. 감성정원은 그저 편하게 살 수 있는 내 집, 내 거실 같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곳에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칠 수 있게 구덩이를 하나 파 주는 데서 출발한다. 구덩이를 실제로 팔 수 없으니 구멍이 뚫린 커다란 돌을 하나 세워 주자. 이것이 감성정원에 들어가는 필수요소인 오감체험시설물의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감성정원의 조성원칙 감성정원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물론, 누가 설계하는 가에 따라 그 모습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필자의 감성정원은 다음과 같은 원칙하에 만들어진다. 첫째, 공간의 형태는 기하학적 내지는 정형적이어서 정돈된 느낌과 안정감을 준다. 정원 내에 여러 개의 연계된 작은 공간 (“방”)을 두고 이 공간들을 서로 연결하는 동선이 될수록 길어지도록 한다. 장소가 협소한 경우 달팽이처럼 안으로 돌아드는 형식을 쓰면 공간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이 때 정원 안으로 점점 깊이 ‘들어가는’ 결과가 파생하므로 더욱 효과적이다. 둘째로, 식재는 자연스러운 스크린 기법을 써서 자연경관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말하자면 공간정돈은 기하학이 맡고 자연스러움은 식물로 연출한다라는 원리이다. 이 때 주로 숲의 구조를 본 딴 다층식재를 쓰고 많은 숙근초를 배치하여 꽃의 아름다움과 향이 동반된 파라다이스의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 셋째로, 위의 구멍 뚫린 돌 (허밍스톤이라고도 한다) 과 같은 오감체험시설물을 배치하여 적극적인 체험이 가능하게 한다. 오감체험시설물에 대해서는 다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로 하자. 마지막으로 담장과 출입문으로 전체를 감싸는 것인데, 이 것이 가장 실현되기 어려운 항목이다. 정원은 동서를 막론하고 원래 담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정원이라는 단어 자체가 “둘러싸인 곳”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개인주택을 제외하고는 어디서도 담으로 둘러싸인 별개의 공간을 만들지 않는다. 물론 담장 대신 주위에 수목이나 생단을 둘러 감싸 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가만히 보면 우리의 조경에서 정원이 사라져 버린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녹지와 광장과 시설물은 있어도 정원이라는 별개의 공간,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그리움을 해소하기 위해 들어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은 만들어 지고 있지 않다. 감성정원은 이런 의미에서 정원의 본래적 의미와 형태를 찾으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고 정 희 Go, Jung Hi 고정희설계사무소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월간 환경과조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