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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놀이터가 필요하다 5
  • 환경과조경 2008년 8월
우리는 누구나 놀이터가 필요하다 5A plug ‘ON’ playground for mother아기 엄마들의 플러그 ‘ON’ 놀이터일상의 무늬 : 시간을 기다리거나 쓰거나장면 하나동호터널을 빠져나와 올려다 본 약수터널 위의 숲. 그 숲 뒤에 숨은 주차장은 차가 빠져나간 낮에는 광장이 된다. 정신없는 출근시간과 등교시간이 지나고 난 후, 주 이용자인 아기엄마들이 한 명, 두 명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늘을 찾아 수다를 떨고 아이들과 놀면서, 아이들의 하교와 남편의 퇴근을 기다린다. 중간 중간 가사일로 자리를 비우기도 하지만 많은 시간 그곳에 있다. 그런데 특정한 목적 없이 그곳에 있는 그녀들은 나른해 보이거나 권태로워 보인다. 장면 둘 춘천시 후평동 호반어린이공원에서 바자회가 있던 날, 공원에서 만난 아기엄마들은 바빴다. 우리밀로 만든 라면과 무공해 토마토를 팔았고, 아이들 얼굴에 그림도 그려주었고, 아이들을 모아놓고 동화책도 읽어주었다. 이들은 올해 봄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이날의 행사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날이었을지언정, 지갑을 열어줄 어른들이 많이 찾지 않아 금전적으로 짭짤한 날은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 초 열었던 일일 호프집에서 천만원을 모았다니 프로젝트 진행에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하여튼 대단한 추진력과 실행력이 아닐 수 없다. 금호동의 아기엄마들은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고, 춘천시 후평동 아기엄마들은 시간을 쓰고 있었다. 이들은 : 잠재된 기량과 에너지의 소유자들먼저 시간을 쓰고 있던 춘천시 후평동 아기엄마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그녀들은 현재 모두 “아기엄마”라는 타이틀을 지니지만 ‘과거’와 ‘능력’은 제각각이다. 선생님이셨던 분도 있고 그림을 그리셨던 분도 있다. 또 누구는 기획력이 좋아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누구는 또 말을 잘해 지역방송과의 인터뷰를 전담한다. 또 누구는 타고난 친화력으로 구성원을 보듬어 조직을 이끈다. ‘어린이 도서관 만들기’라는 프로젝트는 그 자체로도 의의가 있지만 그녀들의 잠재된 기량과 에너지를 끌어내는 촉매제라는데도 큰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금호동 아기엄마들은 기량과 에너지가 없는 것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능력을 발휘할, 에너지에 불을 댕길 무언가, 어떤 꺼리가 없을 뿐이다. 누가 ‘과연 그럴까?’라고 묻는다면, 아주 당당하게 “예!”라고 대답할 순 없지만, “가능하다”라는 대답은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위의 장면 뒤에 있다. 저 위의 공간 한쪽에, 자투리 공간을 공원화하는 한평공원을 조성하면서 우리는 그녀들에게 ‘우리는 매일 이곳에 나올 수 없으니, 대신 한평공원 조성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 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녀들은 ‘우리가 무슨’이라면서 주춤했고, 부탁하는 우리도 반신반의 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우리의 부탁을 거뜬히 들어주었다. 주민들이 원하는 바는 뭔지, 어떤 시설을 원하는지, 한평공원 조성에 반대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전해주었다. 이같은 은근한 그녀들의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한평공원이 조성되고 몇 달 뒤 다시 그곳을 찾았더니 그녀들은 우리에게 자랑을 했다. “여기 공터 예쁘게 꾸며놓았는데, 저기 벽이 더럽잖아. 그래서 내가 벽에다 저렇게 화분 사다 놓았어.” 때늦은 후회, ‘아뿔싸, 이분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한평공원 조성을 이끌 수 있도록 할 걸’ 금호동에서의 시행착오를 없애기 위해 우리는 호반놀이터 리노베이션 작업에 도서관 만들기 모임의 엄마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로 했다. 물론 그녀들도 우리의 권유에 동의했고 같이 하고 있다. 어린이 놀이터에서 바자회가 있던 날, 한쪽에서는 어린이들이 상상하는 어린이공원 그림 그리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앞으로도 그녀들의 활약은 쭉 계속 될 것이며 가을 놀이터 완공과 함께 ‘후평동 호반어린이공원 사랑 주민모임(가칭)’도 만들어질 것이다. 글 _ 김연금·커뮤니티 디자인센터, 유다희·공공미술프리즘 | 에디터 _ 손석범 | 디자인 _ 허옥경(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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